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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t Buy Me Love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6. 20:22
‘토착의 지’를 내걸고 활동하고 있는 아오키 신페이 군과 오랜만에 실제 사람들을 모아놓고 대면으로 대담을 하였다. 아오키 군의 근간(近刊) <손수 만드는 피난처(agile)>를 홍보하기 위해서였다.
아오키 군은 십수년 전 필자가 주최하는 대학원 연구수업에 다녔던 청강생 청년이었다. 지중해 고대사를 전문으로 하는 연구자였는데, 도시에서의 생활에 지쳐 파트너인 아오키 미아코 씨와 함께 나라 현 히가시요시노라는 산속 마을로 이주했다. 그곳에서 집을 빌려 자택을 ‘사설 도서관’으로 개방하고, 현지에서 장애인 취업 지원을 하며, 히가시요시노를 거점으로 학술 활동을 해오고 있다.
직감에 따른 경우에는, 우선 행위가 있고, 나중에 ‘어째서 내가 이런 일을 했는가?’ 하고 자문하게 된다. 하지만 애초에 직감적인 움직임이므로, 이유는 하나가 아니다. 여럿 있다. 소설로 치면, 복수의 독해 방식으로 열려 있는 작품은 풍성한 작품으로 간주된다. 그와 같이, 복수의 독해 방식으로 열려 있는 인간적 행위는 ‘풍성한 행동’이다. 이런 어휘는 낯설지만, ‘올바른 행동’이나 ‘적절한 행동’과는 레벨이 다른 지점에, ‘풍성한 행동’이란 게 있는 것이다.
사람이 어떤 장소를 떠나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때의 가장 큰 이유는 ‘여기에 계속 있으면 뭔가 안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고 직감하기 때문이다. 이는 예지적인 것이 아니고, 신체적인 것이다. ‘닭살이 돋는다’라든가 ‘뒤숭숭하다’든가 하는, 그러한 피부적 감각인 것이다. ‘알람이 울린다’는 식으로 말하는 경우도 있다. 머릿속에서 경계음이 계속 울려 참기 힘들면, 조금이라도 음량이 줄어들도록 신체의 방향을 바꾼다든지, 서는 위치를 바꾸는 사이에, 정신이 들고 보면 소리가 잠잠해져 있다. 무엇인가 목표가 있어서, 그곳을 향해 이동하는 것이 아니다.
아오키 군에 의하면, 인간을 포함한 모든 것에 ‘가격표’가 붙어 있어서, 그 가격으로 무언가를 평가하는 사회의 모습에 견디기 힘듦을 느꼈다고 한다. 그러한 설명에 필자도 납득이 간다. 그와 반대 노선을 걷는 사람들을 생각해 보면 알 수 있다. 지금도 도쿄는 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유일한 지자체이다. 어째서 도쿄가 젊은이를 끌어들이는가. 필자가 보건대 그것은 도쿄 생활이 ‘자기 자신에게 가격표를 붙이고 싶다’는 욕구에 응해 주기 때문이다. 도쿄는 젊은이들을 엄밀하고도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도시이기 때문이다.
가격표가 붙으면, 자신이 장래 어느 정도의 사회적 지위에 오를 수 있겠는가, 어느 정도의 재화를 소유할 수 있겠는가, 어느 정도의 배우자를 기대할 수 있겠는가, 그것을 상당히 정확히 예측 가능하다. 그렇다고 사람들은 믿고 있다. 가격에 기반해 밑그림이 그려진 ‘커리어 형성 코스’에 몸을 포개고, 일직선으로, 헛짓을 하지 않고 인생을 ‘톱’ 까지 끌어가는 것이 ‘자기 실현’이라고 많은 사람은 믿고 있다.
따라서, 현재 학교에서는 이른 단계부터 ‘장래 희망’을 특정지을 것을 아이들에게 요구한다. 어디에 진학해, 어느 지식이나 기술을 몸에 익혀, 어느 직업에 취직해, 얼만큼 수입을 벌 것인가, 그것을 이른 시일 내에 알아두라고 재촉하는 것이다. 안타까운 이야기다. 허나, 사회적 승인이나 아이덴티티의 확립을 ‘정확한 가격이 매겨지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는 한, 커리어를 형성하고자 하는 젊은이들은 도시로 모여들고, ‘내게 가격을 매기지 말라’ 고 생각하는 사람은 그 게임에서 탈락하게 될 것이다. 언젠가 ‘가격 책정’을 거부하는 젊은이가 일정 수를 넘는 때 일본 사회도 조금은 어엿한 것으로 바뀌기 시작하지 않을까 하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런 얘기를 둘이서 했다.
(2022-12-29 12:31)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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