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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츠라 니요 씨의 라쿠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2. 27. 20:56
필자는 병적인 두문불출인지라, 요세(寄席)장에는 손에 꼽을 정도밖에는 간 적이 없다. 전통 예능이 싫어서가 아니다. 오히려 좋아한다. 하지만, 집에서 나가는 것이 억겁인 것이다. 누가 손을 내밀어 끌어주지 않으면 갈 일이 없다.
다행히도 라쿠고에 관해서는 다카시마 고우지 선생이 손을 잡고 끌어주어서, 한조테이에 ‘병풍’으로서 따라가게 되었다. 작년 여름 거기에서 처음으로 가츠라 니요 씨의 무대를 보았다. 제목은 <긴지츠 무스코近日息子>. 말씨의 선연함과 등줄기의 뻗음이 인상적이었다.
필자는 무도가이므로, 신체의 심지가 쑥 통하는 신체를 보면 어딘가 기뻐진다. 니요 씨는 말랐지만, 체간이 강하다. 검이나 곤봉을 휘둘러도 딱 모양새가 나올 것이다.
구조가 안정되어 있으면 일탈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문학, 무도, 예능, 건축 등에 있어서 모두 원리가 같다. 골조의 구조가 확실히 되어 있으면 ‘노는’ 것이 가능하다.
니요 씨의 라쿠고는 그러한 ‘가벼움’과 ‘질주감’이 최대의 매력이다. <긴지츠 무스코>를 듣고서, ‘이렇게까지 질주감이 느껴지다니 엄청나다’고 생각했는데, 그것은 구조가 안정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다.
출연이 끝난 뒤 분장실에서 옷을 갈아 입을 때, 옆에서 니요 씨가 다카시마 선생에게 다음 무대에 올릴 <사사키 사바키佐々木裁き>에 나오는 오사카의 봉행소(奉行所)의 구조를 여쭙더니, 선생이 자상하게 설명하는 것을 니요 씨는 노트에 사각사각 그리고 있었다. 과연, 그러한 가벼움과 질주감의 토대는 이러한 눈에 보이지 않는 준비 작업에서 비롯되는구나 하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날 다카시마 선생에게 ‘가이후칸에서 니요 씨의 공연을 열고 싶습니다’ 하고 부탁했다.
니요 씨의 가이후칸 최초 독자 공연은 NHK 신인 라쿠고 대상을 수상한지 1개월 뒤였다. <긴지츠 무스코>를 부탁드렸다. 요전번에는 두 번째 독자 공연에 와 주셔서 이번에는 <덴구 사시天狗刺し>를 부탁드렸다. 끝난 뒤 아이키도를 수련하는 문인 몇 명이 ‘다음에는 언제 오시나요’하고 질문했다. 가이후칸은 니요 씨의 ‘홈’이므로 반 년 쯤 뒤에는 꼭 올 것이라고 대답해 두었다.
(우치다 타츠루 가이후칸 관장・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2022-12-05 08:51)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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