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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비교공산당론: L’Internationale sera le genre humain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2. 6. 21:08

    일전에 일본공산당으로부터 ‘당의 이름을 바꿔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데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하는 설문조사에 응답을 요청받았던 적이 있다. 필자는 ‘개명해서는 안된다’라고 답했다. 필자의 친구들 가운데에서도 실리적인 이유에서 ‘공산당같이 낡은 이름은 버려야 한다’는 의견을 가진 사람도 있다. 하지만 개명해도 당은 마르크스주의를 그대로 계승할 것이며, 언론도 아랑곳없이 ‘〇〇당(옛 공산당)’이라고 계속 표기할 것이다. 과연 이런 전망 속에 어떠한 ‘실리’가 있다는 말인가.

     

    필자가 일본공산당이라는 이름을 유지하는 게 좋겠다고 보는 이유는, 그럼으로써 ‘비교 공산당사’라는 흥미 깊은 연구 영역이 성립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917년 러시아 혁명 이후, 전 세계에 공산당이 생겨났다. 독일 공산당, 프랑스 공산당, 이탈리아 공산당, 조선 공산당, 베트남 공산당 등이 차례차례 창건되었다. 그로부터 약 100년에 걸친 각 공산당의 흥망성쇠를 살펴보면, 그 나라 고유의 정치 풍토를 엿볼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19세기 미국이 세계 사회주의 운동의 일대 거점이었다는 사실은 그다지 알려져 있지 않다. 1852년부터 1861년까지 칼 마르크스는 당시 뉴욕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했던 <뉴욕 트리뷴>의 런던 특파원으로서 400 꼭지가 넘는 기사를 기고했다. 링컨 재선 당시에는 제1인터내셔널이 축하 전보를 보냈으며, 링컨은 거기에 답례했다. 미국에 ‘풀뿌리 코뮤니즘’이 자라날 가능성이 그 당시에는 존재했지만, 20세기에 창건된 미국 공산당은 코민테른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경직된 조직이 되었으며, 세계 대전간기 지식인들에게 다소간 지지를 받은 것 이외에는 미국 정치사에 족적다운 족적을 남기지 못했다.

     

    영국 공산당은 일찍이 조지 오웰로 하여금 <1984>를 쓰게 할 정도의 강력한 스탈린주의 정당이었지만, 지금은 온데간데없다. 프랑스 공산당은 레지스탕스의 중핵이었으며, 한때는 드골 장군에 대항하는 국내 최대 라이벌이었지만, ‘모스크바의 맏딸’로 일컬어질 정도의 소련 추종이 비판을 받아 결국 지금은 존망의 위기에 처해 있다. 인도네시아 공산당은 예전에는 일대 세력이었지만, 1965년 수하르토에 의한 대탄압으로 인해 궤멸했다. 조선 공산당은 이합집산을 반복하며 무지막지한 탄압에서 살아남았지만, 최후에는 북한의 조선노동당으로 수렴했다. 지금 마르크스가 살아돌아온다면 시진핑의 중국 공산당을 보고서 무슨 말을 할지 필자로서는 상상도 가지 않는다.

     

    이러한 복마전 속에서 일본 공산당은 예외적으로 ‘온건한 마르크스주의 정당’으로 살아남아 존속하고 있다.

     

    이전에 중국 신화통신사와의 인터뷰에서 ‘어째서 일본만큼은 마르크스주의가 시민 사회에서 용납될 수 있었을까요’ 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필자가 대답하기를 일본에서 마르크스는, 비 정치적 목적으로 읽는 것이 용인되었기 때문이라는 필자의 생각을 밝혔다. 마르크스 독해 행위는 우리 일본에서는 오랫동안 지적 성숙에 이르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고 여겨졌었다. 마르크스를 읽은 뒤 천황주의자가 된 자도 있었고, 불교도가 된 사람도 있었으며, 기업가가 된 자도 있었다. 그럼에도 이 모두가 청춘의 한때에 마르크스 독해를 일삼으면서 그들은 내면에 모종의 굴절을 겪게 되었다.

     

    일본인은 전 세계 공산당의 흥망과는 외따로 마르크스를 ‘교양서’로 읽어왔다. 그러한 고유의 역사적 조건이 일본공산당의 현재 모습에 영향을 끼친 것이라고 필자는 본다.

     

    똑같은 이름을 가진 정당의 각기 다른 역사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는 그들 국민의 정치적 경향을 알 수 있을 것이다.

     

     

    (2022-11-13 10:43)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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