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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도 연구 수업 주제는 '위기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2. 25. 23:56
여러분, 안녕하세요. 금년도 테마는 '위기'입니다.
키워드는 유행을 탈 때도 있고 버려지기도 합니다. '위기'가 옛적 시대를 대표했던 키워드였던 적이 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백년 전, 유럽의 양차 대전 전간기 때의 일입니다. 이 시대에는 '위기'라는 단어가 제목에 들어간 엄청나게 많은 책들이 쓰여졌습니다. 사회 시스템이 극적으로 변하고, 미래 예측이 난처해지면 인간은 '위기'를 느끼게 되나 봅니다.
21세기에 들어서서 아무래도 100년 째가 되는 '위기의 시대'가 찾아온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기후변화, 팬데믹, AI 도입에 따른 고용 감소, 인구 감소, 반지성주의, 종교 원리주의, 극우의 진출, 테러리즘, 국제 협력의 정체, 정치가와 관료의 열화, 미디어의 열화, 젠더 격차... 일일이 꼽을 수도 없을 정도입니다.
과연 이런 징후들이 100년 전과 같은 파국의 '서곡'이 될 것인가, 아니면 정말 다른 경로를 거쳐 세상이 새로운 단계로 들어가기 직전의 '산고'가 될 것인가. 저로서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역사적인 대 변동이 일어날 때에는 반드시 '전조'가 있습니다. 그것이 다양한 영역에서, 참으로 여러가지 형태로 검지(検知)됩니다. 우리들과 같이 힘 없는 시정(市井)의 인간이 할 수 있는 것은 '시대의 변화에 허를 찔리지 않는 것' 정도입니다. 미세한 변화가 있어도 확실히 변화를 모니터할 수 있다면 지각변동적인 위기가 찾아와도 그것에 한발짝 앞서 징후를 감득한다든가, 거기에 대처할 수 있는 수단을 강구할 수 있습니다. 항상 말씀드리는 대로 '갑자기 놀라지 않기' 위해서 가장 좋은 방법은 '부지런히 놀라두는' 일입니다. '놀라게 만드는 일(驚かされる; 놀람 당하다)'은 수동태적으로 받아들여야 하지만 '놀람驚く'은 능동적인 행위입니다. '가을이 왔음은 아직 눈에 띄지 않건대 바람 소리에 놀라고 말았도다秋来ぬと目にはさやかに見えねども 風の音にぞ驚かれぬる' 하는 옛날 시가 있습니다. 다른 사람이 눈치 채지 못하는 변화에 대해 '놀랄' 수 있는 사람은 일찍이 옷을 두껍게 입는다든지, 난방을 점검한다든지 해서 감기에 걸릴 리스크를 경감할 수 있습니다. 뭐, 그런 실용적 의미의 시가 아닙니다만, 다른 이들이 놀라지 않는 점에 대해 놀라는 것은 변화를 예측하는 데 있어 대단히 중요한 일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번 '위기'론에서는, 될 수 있는 한 여러분에게 '다른 사람들이 아직 느끼지 못하는 부분에서 <놀랄 만한 점>을 찾아내기' 라는 주제를 한 가지 목표로 내걸고자 합니다. 그것은 위기에 관해서 '논論'하게 되는 동시에, 위기를 회피하기 위한 실천적 행위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거론될 수 있는 주제로 어떤 테마든지 괜찮습니다.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세계적 스케일의 위기여도 되고, 보다 생활적인, 일상적인 관찰을 소재로 해주셔도 됩니다.
여러분의 '놀라는' 힘을 유감 없이 발휘해 주십시오.
(2022-02-17 09:59)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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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풍관 데라코야 세미나 (서당풍 연구 수업) 소개
사상가 우치다 타츠루와 수강생이 만들어나가는 연습형 수업입니다.
수강 자격 등은 없고, 연구수업생으로 등록만 하면 어떤 분이라도 참가할 수 있습니다.
“고베여학원대학에 재직 중이던 2003년 경에 대학원에서 사회인 대상 활동이 개시되었습니다. 그때 ‘남성도 받아들입니다’ 하고 고지했더니, 희망자가 쇄도했습니다. 1기 수강생은 50명 정도였습니다. 그 대학원 수업을 퇴직할 때까지 했는데, 수강생들이 ‘퇴직 후에도 해주시라’고 청하여서, 그때 마침 제가 주재하는 합기도 도장이 마련되었으니, 다다미 위에 좌탁을 깔아놓고 거기서 대학원 연구 수업을 계속 이어가려 하고 있습니다.”
테마로는 2012년도 이래로 일본 사회 재론, 아시아, 자기 안의 대립축, 클로즈업 현대, 비교제도론, 사라지는 것과 생성되는 것, 아시아와 일본, 미국론, 비교 패전론, 중국론 등이 있습니다.
개강요일과 시간으로는 화요일 오후 4시 40분부터 6시 40분까지.
거의 매주 있으나 부정기적으로 진행됩니다.
이날에는 약 30분 정도 수강생의 과제를 발표하고, 우치다 교수님의 의견이 제시되며, 질의응답 등의 순서로 이어집니다.
수강료는 1학기와 2학기 합쳐서 3만 엔(학생 1만 엔)입니다. 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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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포함해 다음 글들은 신년도 첫날 오리엔테이션에서의 배포자료라고 합니다.
2021.05.01 - [번역] - 2021년도 데라코야 세미나 개강 인사말
2021.11.29 - [번역] - 데라코야 세미나 2학기 오리엔테이션 '코로나 이후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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