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언론을 지탱하는 것은 누구인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2. 24. 19:33
<주니치 신분> 1월 20일에 기고한 것. 미디어의 존립 조건에 관해서다.
미디어의 존립 조건은 무엇인가를 생각케 한 사건 두 개가 잇달아 일어났다.
한 가지는 요미우리 신문 오사카 본사가 오사카 부와 '포괄적 제휴 협정'을 체결한 사건. 다른 하나는 독립 미디어인 Choose Life Project(이하 CLP)가 제작 회사를 우회해 입헌민주당으로부터 고액의 지원을 받은 사실을 서포터에게 숨긴 사건이다. 사업 규모에 있어서 코끼리와 쥐와도 같은 차이가 있는 두 언론인데, 문제의 뿌리는 동일하다. 그것은 '미디어는 누구의 지원으로 존립해야 마땅한가?' 하는 문제다.
얘기가 좀 길어지는데, 대개의 기업활동은 그것이 제공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에 대해 '계속적으로 이 상품이나 서비스가 제공되기를 바라는' 사람들의 개인적인 지원에 의해 영위되어야 한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그 지원자들이 받는 '배당'은 그 기업이 존속하고, 사업을 계속할 수 있으며, 그것이 제공하는 상품, 서비스를 누릴 수 있다는 사실 그 자체인 것이다. 필자는 이러한 '정상定常 경제'의 사고방식에 깊이 공감한다.
필자 자신이 몇 가지 자그마한 사업에 자금을 대며, 서포터 활동을 하고 있다. 독자적인 출판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미시마 사, 천연 효모로 빵과 맥주를 만들고 있는 타르마리, 옛 친구 히라카와 가쓰미 군이 경영하는 독특한 찻집 도나리마치 카페, 가이후칸 문인인 노무라 슌스케 군의 센레이차 다원 등에 미력하게나마 힘을 보태고 있다. 물론 그런 식으로 그러모은 '적은 돈' 만으로는 업주들 역시 '소상공인' 이상은 될 수 없다. 거대한 사업을 하여 크게 되고자 하는 사람은 불만이겠지만, 필자는 대체로 기업활동은 '영세 자영업'으로 만족하면 되지 않을까 한다. 고유명을 가진 사람 손바닥 위에 올려진 땀에 젖은 동전이나 지폐로 사업을 하는 게 낫다고 본다. 그 사업이 계속되기를 진심으로 바라는 사람들의 지지로 활동하는 게 사업주 당사자 역시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누구 신경 쓸 필요도 없거니와, 머리를 숙일 필요도 없다.
요미우리 신문은 지자체를 '물주'로 택했다. 자금 조달은 용이해졌겠지만 그것은 '세상없어도 요미우리 신문을 계속 지지하고 싶다'는 독자 (가 있다면) 를 향해 '당신네들 지지만으로는 불충분하다'고 고한 것과 같다. 그런 말을 듣고서 독자들이 무슨 생각이 들지를 경영자는 상상해보지 못한 것일까.
CLP 활동을 필자는 애초부터 지원했다. 기존 미디어로는 불가능한 일을 하고자 하는 젊은 저널리스트들의 뜻을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영에 차질이 빚어졌을 때 정당을 '물주'로 두었다는 얘기를 듣고서 적잖이 실망했다.
실제로 CLP는 입헌민주당으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은 뒤에 크라우드펀딩으로 단기간에 다수의 서포터로부터 경제적 지원을 획득했다. '모금 활동이 그렇게까지 성공할 줄은 몰랐다'고 대표 사지 군으로부터 나중에 들었다. 허나, 개인 지원이 이렇게나 많이 들어왔으니 정당한테 자금지원을 청할 필요는 없었겠다는 얘기는 역시 후지혜(後知惠)이다. '지원해 줄 사람이 분명히 있다. 그 사람들의 지원만으로 성립할 수 있는 규모의 사업이면 충분하다'고 결심을 해야만 했다. '그 사람들의 지원만으로'라는 점이 중요하다.
필자도 이게 너무나 이상론이라는 점을 안다. 하지만 아무에게도 머리를 조아리지 않겠다면 허리띠를 졸라매는 수밖에 없다.
(2022-01-28 09:27)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22년도 연구 수업 주제는 '위기론' (0) 2022.02.25 <복잡화의 교육론> 서문 (0) 2022.02.25 신문 미디어의 영락 (0) 2022.02.13 천황 제도에 관한 인터뷰 (<겟칸 닛폰>) (0) 2022.02.10 남자들이여 (1) 2022.01.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