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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카라마조프 가의 형제들>
    인용 2019. 8. 10. 18:48

     

    • ... 젊은이는 대학에 들어가 처음 두 해 동안 스스로 밥값과 생활비를 벌면서 공부하느라 이만저만 고달픈 게 아니었다. ... 그 살가운 아비로부터는 어떤 그럴싸한 지원도 받지 못할 거라고 그에게 속삭여준 냉철하고 합리적인 판단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젊은이는 조금도 굴하지 않고 일거리를 얻어냈다. 처음엔 20코페이카짜리 학습지도를 했고, 그 후에는 여러 신문의 편집국을 돌아다니며 '목격자'라는 필명으로 거리에서 일어난 이런저런 사건에 대해 쓴 열 줄짜리 짤막한 기사를 제공했다. 이 기사들은 언제나 무척 흥미진진하고 자극적으로 엮은 것들이라 이내 호응을 얻었다고 하는데, 이 한 가지만으로도 젊은이는, 수도에서 으레 아침부터 밤까지 여러 신문사와 잡지사를 문턱이 닳도록 드나들면서 프랑스어 번역이나 정서(淨書) 일거리를 달라는 판에 박힌 애원만 끝없이 되풀이할 뿐, 더 나은 것은 무엇 하나 생각해낼 줄 모르고 영원히 가난에 허덕이는 우리네 수많은 불행한 남녀 학생들에 비해 실제적인 면에서나 지적인 면에서나 훨씬 우월함을 유감없이 입증해 보였다.

    • "그 고립은 지금 어디든 군림하고 있고, 특히 우리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만, ... 지금은 누구나 자신의 개인성을 최대한 분리시키려 애쓰며 자기 자신 속에서 삶의 충만함을 맛보고자 하지만, 그런 모든 노력으로부터 얻게 되는 결과는 삶의 충만함 대신에 완전한 자살일 따름인데, 이는 자기 존재를 완전하게 규정하려다가 오히려 완전한 고립으로 빠져들기 때문이지요. 우리 시대에는 모든 사람이 개개의 단위로 분리되어버린 까닭에, 각자 자신의 동굴 속에 고립되어 각자 다른 사람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채, 몸을 숨기고, 가진 것을 숨기고, 그러다 결국엔 자신도 사람들로부터 내쳐지고 자기 자신도 사람들을 내치게 됩니다. 고립된 채 부를 축적하면서, 나는 이제 얼마나 강한가 또 얼마나 든든한가 하고 생각하지만, 부를 축적하면 할수록 그만큼 더 자살이나 진배없는 무력함 속으로 가라앉는다는 것을 이 정신 나간 자는 알지도 못합니다. 왜냐하면 자기 하나에만 희망을 거는 데 익숙해져서 전체로부터 자신을 하나의 개별 단위로서 분리시키고는 사람들의 도움도 사람들도 인류도 믿지 않도록 자기 영혼을 길들여놓은 탓에, 그저 자신의 돈과 그 돈으로 획득한 자신의 권리를 잃을까봐 전전긍긍할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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