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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 잘못은 기필코 훗날 드러나는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9. 8. 22:01
어느 주간지로부터 위와 같은 주제로 의견을 내주기를 바란다는 전화가 2주 전쯤에 왔다. 2020 도쿄올림픽 개회식에 관여한 크리에이터 두 명의 ‘과거의 언행’으로서의 민족차별과 이지메 행위가 발굴되어 해임된 것에 대해, ‘이런 식으로 간단히 옛날 일을 캐내서 여론몰이를 할 수 있는 시대가 되면 누구든지 프라이버시를 침해받을 수 있는 리스크가 있는 게 아닐까요’라는 논조의 코멘트를 필자에게서 듣고자 했던 것이다.
필자는 ‘그 작업이 결코 간단하지 않다’라는 것을 우선 말씀드렸다.
예를 들면, 필자가 과거에 쓴 것 가운데에 무엇이든 ‘차별적’인 발언을 꺼내들고서 ‘논란거리’로 만드는 것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걸 시도하려는 사람이 해야 할 일이란 단지, 아무튼 입수할 수 있는 한 필자의 저작물을 통독하고, 또한 과거 수십 년 치의 블로그 포스팅을 전부 읽어야만 하는 것 뿐이다.
아마 다 검토하고 나면 ‘차별적인 발언으로 해석 못 할 바도 없는’ 문구를 발견할 수 있다. 허나, 필자의 글로부터 그것을 찾아내려는 것은 ‘잔디밭에서 바늘 찾기’ 작업에 가깝다. 아마 몇 주에 걸쳐서 밤낮 필자의 글을 읽어나가는 (경우에 따라서는 그 결과 ‘아무것도 찾아내지 못했다’는 일도 있을 수 있다) 지옥과도 같은 작업을 수행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만큼 고역인 것이다.
그러므로, ‘인터넷에 검색하면 간단하게 옛날 잘못이 드러난다’는 기자의 논제 설정 그 자체에 필자는 동의하지 않는다. ‘인터넷에 검색하면 간단히 옛날 잘못이 드러나는’ 사람이 있다고 치자. 그건 그 사람에게 있어서 ‘옛날 잘못’이 아니라, 빈번히 갱신되며 겹쳐 쓰인 ‘새 잘못’이기 때문이다. 현재 시점에서도 역시 ‘왠지 그런 말을 할 것 같은 인간’이므로, 과거의 텍스트를 잘 찾아보면 ‘금방’ 눈에 띄는 것이 나오게 마련이다.
이십 년 전에 ‘안 했으면 좋았을 말’을 해버렸는데 그것을 취소할 도리가 없는 경우에는, 앞으로 ‘그런 걸 말하지 않을 만한 사람’이 될 수 있도록 인격 수양을 할 일이다.
장 발장도 그렇다. 딱히 ‘옛날 잘못이 드러난’게 아니다. 기업을 일으켜 성공하고, 인망 두터운 시장이 된 것이다. 그의 옛 잘못이 명백해진 것은 무고하게 잡혀들어온 어떤 사람을 그가 구하고자 했을 때였다. 보통, 마음을 고쳐먹고 ‘좋은 사람’이 되고자 매일 노력하는 사람에게는 ‘옛날 잘못이 드러나는’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 어쩌면 이 자식 ‘변변찮은 놈’일지도 몰라... 하는 의혹을 주위 사람들이 품게 되기 때문에 그들은 그의 ‘옛날 잘못’을 알아보고 싶어지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터넷 시대이기 때문에 누구나 과거의 실언이 논란거리가 될 리스크가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 만일 부끄러워할 만한 실언을 과거에 했던 적이 있다 하더라도, 그 후에 반성해서 ‘그러한 것을 말하지 않을 만한 사람’이 되기 위한 노력을 계속한다면, 그 사람에 대해 ‘부끄러움을 느껴야만 할 과거가 있음에 틀림없다. 몇 시간이 걸려도 상관없다. 철저하게 조사해 주마’ 하는 사람은 나오지 않는다.
인터넷이라는 첨단 기술을 구사하는 주체는 살아 숨쉬는 몸을 가진 인간이다. 그러한 신체 감응력을 가진 인간에게 있어서 어떤 인물의 ‘옛 잘못’을 찾아낼 의욕이 울끈불끈 샘솟는 일이 없는 한, 가령 정말 추문 비슷한 것이 있었다 할지라도 그것은 어느새 잊힌다. 그걸로 된 게 아닌가 필자는 생각한다.
위와 같은 입장을 밝혔는데, 기획 자체가 엎어진 탓에 의견이 채용되지 않았다는 전화가 방금 전 걸려왔다.
기껏 입 아프게 떠든 게 아까우므로, 비망록을 남겨 둔다.
(2021-08-31 17:42)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1950년생.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원숭이화하는 세상> <길거리의 한일론> 등.'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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