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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함은 어떻게 써드릴까요?' (우치다 타츠루)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7. 24. 10:26
주니치신분(中日新聞)에 이번 달부터 칼럼을 게재하게 되었다. 그 첫 번째 꼭지.
첫 연재이므로 자기소개를 하고자 한다.
이런저런 매체에서 ‘직함은 어떻게 써드릴까요?’ 하고 묻는다. 정직하게 말하건대, 필자에게 물어봐도 곤란하다. 필자의 명함에는 ‘개풍관 관장’이라고 인쇄되어 있다. 개풍관이라는 것은 필자가 고베에 연 도장 및 학원의 이름이다. 거기서 합기도를 가르치고, 아울러 ‘서당 세미나’라는 것을 개강해서 학생들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그것이 주된 일이다.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라는 이름도 자주 쓰이는데, 딱히 그런 직업이 있을 리가 없다. 책을 쓰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으므로 ‘저술가’라든가 ‘에세이스트’라고 해도 좋겠지만 좀 켕긴다. ‘사상가’라는 직함을 붙여주는 곳도 있지만, 사상으로 먹고 산다는 모습은 아무래도 상상하기 힘들다.
전에 사사키 미키로 씨와 만났을 때, 그분의 명함에는 ‘시인’이라고 쓰여져 있었다. 흠 잡을 데 없는 직함이다. ‘이거, 최강의 직함이네요’하며 자신도 모르게 샘이 났다.
노가쿠를 하고 있는 벗인 야스다 노보루 씨가 최근 <삼류를 권함>이라는 책을 냈다. 야스다 씨에 따르면 삼류라는 것은 ‘다재다능한 사람’ ‘여러가지 것을 할 수 있는 사람’인 듯하다. 특징은 ‘싫증을 잘 내며, 하나를 붙잡고 늘어지는 끈기가 없다’는 것.
‘삼류를 목표로 하게 되면 뭐 하나 쓸모가 없고, 거의 모든 게 도움이 안 됩니다’라고 야스다 씨는 쓰고 있지만, 글을 쓴 본인은 그러한 삶의 방식을 관철하며 굉장히 즐거운 인생을 살았으니 만족한다고 단언한다.
그러고보면 필자도 어렸을 때 투정을 많이 부렸다. 별명이 ‘따분해 타츠루’였다. 입버릇처럼 ‘따분해’라고 불평했기 때문이다. ‘신나는 일’에 대해 이상한 집착이 있어서 ‘그다지 재미는 없지만 타성으로 무언가를 하는’것이 정말로 불가능했던 아이였다. 이 경향은 성장한 뒤에도 다스려지지 않아서 이런저런 일에 발을 담그게 되는데, 결국 어떠한 분야에 있어서도 ‘일류’는 되지 못했다.
그렇지만, ‘이것만은 다른 사람에게 지지 않는 재능’이 하나쯤은 있다. 그것은 ‘싫어하는 일을 참지 못하는 재능’이다. 그것을 재능이라고 불러도 좋다면 말이다.
‘싫어하는 일’이 저기 먼 곳에서 보이기만 해도 닭살이 돋는 탓에 어떻게 피할 수 있을까 궁리하는 데 머리를 엄청 쓰게 된다. 보통 사람은 ‘싫어하는 일’을 받아들이고, 타협하며, 싸우지만 필자는 ‘싫어하는 일’에 정말로 내성이 없어서 참고 견딜 수 없다. 물론 치고받고 싸우는 일은 당치도 않다. 그런 걸 해봤자 수명만 단축될 뿐이다.
그래서 어찌하면 ‘싫어하는 일’을 마주하지 않고 끝낼 수 있을까, 그것만 생각하며 살아왔다. 무도가로서 어떻게든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도, 아마 이 재능 덕분이다. 무도에서는 ‘자리座를 봄, 시기機를 봄’을 중히 여긴다. 있어야 할 때, 있어야 할 곳을 착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기機를 보지 못하면 있어서는 안 될 좌座에 오래 머물게 되는 법. 까닭 없이 과오를 불러일으켜 남에게 그렇게 해야 할 시기를 알지 못한 채 무언가를 하게 되는 것, 말을 그르쳐 목숨을 잃는 것, 모두 기機를 보는가 보지 않는가에 달려있다’고 야규 무네노리의 <병법가 전서>에 쓰여있다.
있지 않아도 되는 곳에 있고, 말하지 않아도 되는 것을 말해 목숨을 잃는 궐자가 많다. 그것을 피하는 일을 무인은 제일의 염두에 둔다는 게 무네노리의 가르침이다.
필자같이 모난 인간이 어떻게든 고희까지 살아남게 된 것은 ‘싫어하는 것’을 피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기機를 보아온’ 덕분일지도 모른다. 아닐지도 모른다.
(2021-07-23 14:58)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1950년생.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원숭이화하는 세상> <길거리의 한일론> 등.
출처: http://blog.tatsuru.com/2021/07/23_1458.html'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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