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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태규 총영사에 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6. 13. 12:15
주오사카 대한민국 오태규 총영사가 임기를 마치고 자리를 떠나게 됐다.
오 총영사는 파격적인 외교관이었다. 리버럴한 논조의 한겨레신문 창간멤버로서 긴 시간 일본 특파원으로 일했는데, 이를 높게 산 문재인 대통령에게 외교관직을 제의받았다. “저널리스트는 현장에 발 벗고 나서 당사자의 이야기를 듣는 것이 기본입니다”를 신조로 삼았다. 그래서 이제까지의 직업적 외교관이 찾지 았았던 장소나 모임에도 기꺼이 얼굴을 내비쳤다. 그리고 격식을 요구하지 않은 채 곧장 사람들의 품속에 뛰어들었다.
재일 코리언 세계는 복잡하다. 남과 북 어느 한 쪽에만 귀속감을 느끼는 사람이 있고, 둘 다 조국이라고 여기는 사람이 있으며, 어디에도 소속감을 갖지 않는 사람도 있다. 필자에게는 총영사가 모든 재일 코리언의 이해를 대표해 행동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대한민국 정부에 속한 공무원으로서의 복무규정 범위를 때로는 벗어났을지도 모른다.
필자가 편저자로 낸 <길거리의 한일론>이라는 논집을 일독한 총영사는 양국의 시민적 연대를 위해 힘쓴 모두의 노력에 감사를 표하며 필자의 거처인 고베까지 찾아와주셨다. 그 뒤로도 몇 번 만남을 가졌다. <한일론> 공저자 중 간사이에 기거하고 있는 여섯 명(이지치 노리코, 시라이 사토시, 히라타 오리자, 마쓰다케 노부유키, 야마자키 마사히로 그리고 필자)을 총영사 관저로 초청해 사례의 연회를 베풀어준 적도 있었고, 필자가 꾸리고 있는 합기도 도장에서 강연을 해주신 적도 있었다.
서울로 돌아가면 앞으로 어떻게 하실 거냐고 여쭈니, 아직 정해진 바가 없다는 것이었다. 이제 다시는 언론직에 종사할 수 없다. 일단 한 번 관직을 지내면 동료들 사이에서 ‘오염’된 자로 여겨지기 때문이라며 웃음지었다.
한일 관계는 현 시점에서도 1945년 이래 최악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러한 시기에 오 총영사와 같이 견식이 뛰어나고 그릇이 큰 분이 두 나라의 가교 역할을 맡아주신 것은 일본에게 있어 행운이라고 생각한다.
(시나노마이니치신분 6월 7일 기고)
(2021-06-10 10:20)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1950년생.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원숭이화하는 세상> <길거리의 한일론> 등.출처: http://blog.tatsuru.com/2021/06/10_10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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