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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코로나 특별법에 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2. 21. 16:21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특별법 개정안에 대해 자민당과 입헌민주당이 수정에 합의한 바 논점이 된 입원을 거부한 확진자에 대한 징역형 조항이 삭제되고, 형사법에 속하는 벌금은 가벼운 행정명령 위반에 해당하는 과태료로 개정되었다. 이것으로 조금은 안심했지만, 애초 조항에 들어있었던 입원거부자에 대한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 엔 이하의 벌금' 이라는 규정에 대하여 나는 강한 불쾌감과 불안을 느꼈다. 여기에는 현정권의 위험한 본성이 노정되고 있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긴급상황에 있어서, 정부나 지자체가 시민에게 사적권리의 제한을 요구하는 것은 조리에 맞다. 허나 그것은 공적 기관이 맡은 바 소임을 다 했음에도, 시민에게 공공성 우선을 요구하는 것 이외에 다른 수단이 없을 경우에 한한다. 정부나 지자체가 사적 권리의 제한 요청을 심리적으로 자제할 수 있는 것은, 그 이전 단계에 '해야 할 일을 다 했다' 는 조건이 붙기 때문이다. 과연 이번 특별법의 기안자는 '해야 할 일을 다 했다' 고 똑 부러지게 말할 수 있을 것인가.
아사히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이제까지 일본 정부의 코로나19 대응을 '잘못하고 있다' 고 평가한 비율은 63%로, '잘하고 있다' 의 25%를 크게 상회했다. 두 번째 긴급사태선언에 대해서도 선언 발령이 '너무 늦었다' 가 80%에 달했다. 그와 같은 엄중한 여론 가운데 나온 개정안이 시민의 사적 권리 제한을 전면에 내세웠던 것이다. 이는 정부가 감염 확산의 주된 원인을 '시민의 노력 부족' 이라고 간주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감염 확산의 책임을 '시민의 노력 부족' 으로 전가했던 것에 많은 시민이 분노를 느꼈다고 생각하지만, 그 이상으로 커다란 문제는 확진자를 '범죄자' 로, 병원을 '감옥' 으로 보는 발상 그 자체의 저류에 흐르고 있는 것이다.
확진자를 범죄자에 빗댄 것은, 이 개정안의 기안자가 '건강이란 자기노력의 성과다' 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 노력이 부족한 자가 병에 걸린 것이다. 그래서, 병자는 '병에 걸린 책임' 을 져야만 한다. 무의식 가운데에 이런 생각이 있기 때문에 그러한 문언이 머릿속에 떠오른 것이다. 그리고, 만약 병에 걸린 것이 자기책임이라면, 이제 '병자를 위한 공공지원을 해서는 안 된다' 는 우생학적 사상까지 이르는 데는 코앞이다.
자민당 의원들은 자신들이 사적모임 자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생각하고 있으니, 일반 시민에게는 허용되지 않는 우생학적인 치료를 받는 것도 자신들이 '엘리트' 인 이상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그들은 아마 공적 자원을 '힘 있는 자' 가 우선적으로 분배받아야만 한다고 순진하게 믿고 있으리라. 그래서, 그들은 '힘 없는 자' (코로나 환자 포함) 가 공적 지원을 요청할 '권리' 를 받아들이는 것에 앞서, 감염을 확산시키지 않을 '의무' 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하며, 약자에게는 어느 것도 하지 않는다' 는 정치사상에 대해서만큼은 이 정권이 참으로 수미일관함을 보이고 있다.
(시나노마이니치신분 2021년 1월 30일에 게재)
(2021-02-21 09:08)
출처: http://blog.tatsuru.com/2021/02/21_0908.html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1950년생.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원숭이화하는 세상> <길거리의 한일론> 등.'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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