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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 31. 16:40
<월간 일본> 2021년 2월호에 중국에 관한 롱 인터뷰가 게재되었다. 항상 해 오던 이야기들이지만, 상대적으로 종합편의 성격을 띠고 있어서 게재 기사의 원본이 되는 롱 버전을 함께 보아주십사 한다.
— 지금 중국은 미국 버금가는 대국이고, 중국의 동향에 따라 세계의 행방이 좌우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의 상태를 어떻게 보십니까.
우선 젖혀두고 가야 할 점은, 중국이라고 할 지라도 일사불란한 조직체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우리들은 어찌됐든 국가란 수미일관한 전략을 갖고 있어서 그것을 계획적으로 실행시키고 있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런데 실제로는, 어느 나라라도 복수의 정치세력, 정치적 의견이 병존하고 있어서 그때마다 대내외적 환경에 적응하면서 합의형성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정은 중국도 같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지금 중국은 동아시아에서 더없이 강권적으로 굴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중국공산당이 장기적인 국가전략을 착착 실시하고 있다고 하기보다는, 공산당 내부의 의견대립이나 권력투쟁을 포함해 여러가지 국내적 요소의 복합적인 효과로서 작용하는 것이라서, 중국인의 '일반 의지' 의 발동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 않나 생각합니다.
우리들은 중국공산당의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알 수 없습니다. 당 내부의 관계가 어떻게 되어있는가, 어떻게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한 결과 이러한 정책이 결정되었는가, 그 프로세스가 불투명합니다. 그렇지만, '중국은 단일체가 아니다' 라는 전제는 우선 합의해두어야겠다고 생각합니다.
— 중국에는 전통적으로 덕치라는 '왕도' 와 권력지배형의 '패도' 라는 개념이 있습니다. 우치다 님은 코로나 위기를 기회로 중국이 의료 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왕도적인 전략에 의한 진출을 확대하는 게 아닐까 하고 예측하셨지만, 실제로는 인권탄압 등의 패도적 노선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중국 공산당 내부에서도 '왕도노선' 과 '패도노선' 가운데 무엇을 선택할지 의견대립이 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중국이 진심으로 미국을 대신하는 세계의 지도적 지위를 목표로 한다면, 강권적으로 타국을 억누르는 패도 노선보다도, 인덕으로 하여금 다른 나라가 따르게 하는 왕도 노선이 장기적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 큽니다. 패도 노선은 단기적으로는 효과가 있습니다만, 역사에서 배울 수 있듯이 공포를 수단으로 사람을 지배하는 체제는 오래 가지 못합니다.
나는 팬데믹을 계기로 중국이 왕도 노선으로 중점을 옮길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트럼프의 미국이 글로벌 리더십을 잃어버린 채 헤매고 있는 사이에, 중국은 국제사회에 있어서의 평가를 높일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군비 증강 혹은 주변국을 협박하는 것보다, 의료지원이 국위 선양에 비용 대비 효과가 높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홍콩이나 신장위구르 정세를 보아하니 중국은 전면적으로 왕도 노선을 채용하지 않는 듯 합니다.
어째서, 미국으로부터의 글로벌 리더십을 탈환하는 데 있어서 압도적 효과가 있는 왕도 노선을 고르기보다, 굳이 국제사회의 적의와 경계심을 불러일으키는 강경한 패도 노선을 채용했는가?
짐작해볼 수 있는 첫 번째 이유는, 시진핑의 정권 기반이 그다지 탄탄하지 않다는 것입니다. 홍콩의 민주파 탄압은 '일벌백계' 효과를 노리며 행해지고 있습니다. 당 중앙을 거스르는, 민주화나 자치를 요구하는 자에게 절대로 양보하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보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은 거꾸로 생각해 보면, 이 정도로 명백한 비타협적인 자세를 보여주지 않으면 국내의 민주화나 자치의 물결을 막을 수 없게 된다는 당 중앙의 '초조함' 을 표현하는 것으로 보아도 좋습니다. '주변부' 에게 약간의 민주화나 자치를 허용해도 자신의 권력 기반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자기확신이 시진핑에게는 없다는 말입니다.
센카쿠(尖閣·중국명 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의 일단 보류를 제안한 덩샤오핑도, 러시아와의 국경 문제를 해결한 후진타오도, '한 치 양보란 없다' 라는 국내 내셔널리스트들의 목소리를 억누를 수 있었습니다. 그게 가능할 정도로 정권 기반이 안정되었다는 것입니다. 다시말해, 중국이 왕도 노선을 채용할 것인가 패도 노선을 채용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것은, 당대 정권 기반의 안정성이 관려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권력 기반이 안정되어 있으면, 자국민에 대해서도 타국민에 대해서도 관용으로써 융화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으나, 그것이 불안정하다면 그런 선택지가 사라집니다. 국내의 반대파를 폭력적으로 제압하고, 이웃 나라에는 강경한 태도를 취할 수밖에 없습니다. 왕도 노선 쪽이 국제 정치상 효과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음에도, 시진핑이 도리어 패도 노선을 택한 것은, 시진핑의 권력 기반이 그정도로 강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 중국의 내부 사정을 추측하는 것만으로는, 중국의 움직임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에 대해 확실히 알 수 있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그것은 인구동태입니다. 이것은 객관적인 데이터입니다. 중국은 2020년에 총인구 14억 명을 돌파했습니다만, 2027년에는 인구절벽에 이르고, 그로 인해 급격한 저출생 고령화에 돌입합니다. 2040년까지는 생산연령인구가 1억 명 감소합니다. 특히 30세 이하에서는 30% 감소합니다. 한편, 65세 이상 고령자는 2040년에 3억 2500만명을 넘게 됩니다. 중국의 중위연령은 지금 미국과 동일한 37.4세입니다만, 2040년에는 48세까지 상승합니다. 이것은 현재 세계 최고 수준인 일본의 중위연령(45.9세) 를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거기에 더해, 1979년부터 2015년까지 시행된 '한 자녀 정책' 의 부작용이 큽니다. 이 시기에는 장자 선호로 인해 여아를 낙태하고 남아를 출산한 경향이 짙었기 때문에, 이때 출생한 세대는 압도적으로 남성이 많습니다. 일생 배우자를 얻을 수 없는 채로 늙어가는 남성의 수가 수천만 명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이 독신 남성들에게는 배우자가 없고, 자녀도 없습니다. 외동이므로 형제자매도 없습니다. 양친이 외동인 경우에는 조카도, 삼촌도 이모도, 사촌도 없습니다. 참으로 천애고독한 고령자가 될 따름입니다. 전통적으로 중국 사회에는, 친족 네트워크가 국가를 대신해 곤궁에 처한 친족을 지원하는 체계가 있었습니다만, 이 상호부조망은 '한 자녀 정책' 에 의해 소멸해가고 있습니다.
이 독신 남성 고령자들은 많은 수가 저학력, 미숙련 노동자이기 때문에 자립을 기대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 중국에는 가난한 고령자를 부양하는 사회보장 시스템이 없습니다. 만일 그들이 '버림' 받는 경우, 기아에 고통받는 노인들이 난민화하는 비극적인 시나리오도 생길 수 있습니다.
고령화에는 한가지 다른 문제도 있습니다. 그것은 국방예산의 팽창입니다. 어느 나라든지 국방예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은 인건비입니다(일본은 45%, 독일은 57%, 미국은 20%입니다. 중국은 아마 30~40%일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현역 군인의 급여는 '군비' 의 일부로 볼 수 있습니다만, 퇴역군인에게 지급되는 연금은 국방력의 강화와 상관이 없습니다. 오히려 연금 비중이 증가하면, 전력 최신화나 인공지능 군단 확충에 투자할 예산이 줄어듭니다. 중국의 국방예산은 늘어나고 있습니다만, 군인연금의 앙등도 그 한 가지 원인인 것입니다.
지금, 미국과 중국 모두 중위연령이 같습니다. 그런데, 미국이 지금 출생률을 유지하고 이민을 계속 받아들인다면, 얼마 안 있어 두터운 생산연령 인구를 가진 예외적인 선진국으로 남을 수 있습니다. 앞으로 인구가 격감하는 한편 고령화를 맞이하는 중국에 대비하면 미국은, 인구동태에 한해서는 압도적 우위를 갖게 됩니다.
중국 정부는 물론 이 리스크를 충분히 알고 있을 터입니다. 그러므로 중위연령이 미국과 대등한 지금이 '승부처' 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20년 동안, 중국은 고령화와 인구감소로 고통받는 지금 일본처럼 됩니다. 이제까지 '저금' 해온 몫을 '깨서' 살아가게 됩니다. 그래서, '벌 수 있을 때 바짝 벌어둔다' 라는 과격한 국가전략을 마지못해 채용할 수밖에 없습니다. 느긋이 품을 들여가며 국제사회의 신망을 얻는 왕도 전략만을 채용할 여유가 없는 것은 이 때문이겠지요.
— 중국에게는 '남은 시간' 이 적습니다. 지금 뭐라도 대책을 세워두고자 할 것입니다.
중국은 앞으로 인구동태적 제약에 의해 '쓸 만한 카드' 가 차차 적어져 갑니다. 그래서, 지금 '쓸 만한 카드' 를 모을 수 있는 만큼 모을 필요가 있습니다. 중국은 우선 국제사회에서 우방을 늘리려고 합니다. 아까도 말한 의료 외교가 그렇거니와, '일대일로' 구상도 그렇습니다. 지금, 중국이 힘을 쏟고 있는 곳은 아프리카입니다. 앞으로 22세기까지 인구가 늘어갈 전망인 아프리카는, 중국에 있어서 인력수급의 윤택한 조달지이자 제조 거점, 더군다나 거대한 시장입니다. 그러므로 중국은 아프리카에 필사적으로 손을 뻗치려고 합니다.
경제적 원조나 민간 투자만이 아닙니다. 중국은 아프리카의 몇 개나 되는 중앙은행 사무까지 대행하고 있습니다. 애초에 많은 아프리카 나라들은 독립 후에도 구 식민지 종주국 은행이 금융 산업을 지배해 왔습니다만, 그 유럽 은행들이 차차로 중국 자본에 팔리게 되고, 중국계 은행이 지금은 금융정책이나 통화발행을 통제하고 있습니다.
다른 한 가지는 문화정책입니다. 중국은 2000년대부터 세계에 공자학원이라는 문화기관을 전개해서 중국문화와 중국어 보급을 행하고 있습니다만, 아프리카에서는 46개국 61개소에 공자학원이 설치되어 있습니다. 아프리카 각국에 중국어가 가능한, 중국문화에 조예가 깊은 엘리트 층을 형성하고자 하는 장기적 계획입니다. 중국어를 마스터한 젊은이에게는 상당한 장학제도가 준비되어 있고, 희망한다면 중국의 고등교육기관에 유학할 수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 미국과 유럽의 고등교육을 받는 일은 상류층 자제들에 한정된 얘기지만, 중국 정부의 국비유학이 가능해진다면 그다지 유복하지 않은 집 자녀들도 중국에서 고등교육을 받고 학위를 취득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해서 모국에 돌아와 나름대로의 지위를 얻습니다. 그들은 당연히 중국에 대해 친화적이고, 중국인 지기지우도 있습니다. 그런 사람들로 하여금 아프리카 각국에서 미래의 지도층을 형성하게끔 하는 것이 중국의 지원 이유입니다.
— 중국은 아프리카에서는 왕도 노선을 취하는 한편, 아시아에서는 패도 노선을 취하려는 것 같습니다.
나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중국은 아프리카나 서아시아에 수십년 단위로 아군을 늘리고, 동아시아에서는 단기적으로 적을 무찌르려는 왕도와 패도의 전환을 꾀하려는 듯 보입니다. 장기 전략으로써의 왕도 노선에 있어서는 시간을 들여 친중파를 양성합니다. 단기 전략으로써의 패도 노선에서는 군사적, 경제적 실력의 여유가 있는 틈을 타 기회를 벌어둘 만큼 벌어둡니다. 그리고, 2040년 이래의 '후퇴전' 에 임할 단계가 되면, 그것을 축소합니다. 이를 위한 '양보의 여지' 나 '퇴각' 을 지금 염두에 두고 있는게 아닐까 합니다.
'일대일로' 구상은 단순한 경제 정책이 아니라, 중앙아시아, 서아시아 일대를 지배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것을 전에 이슬람법학자인 나카다 고 선생으로부터 들었습니다. 확실히 그렇게 생각하면 아귀가 들어맞습니다. 위구르,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 타지키스탄... 같은 지역은 이슬람 수니파의 튀르크 계 토지입니다. 앞으로 터키가 힘써 동쪽에 영향력을 확대할라치면, 이곳에서 '중화제국' 과 '오스만 제국' 이 접촉하게 됩니다. 중국에게 있어 시급한 과제는 이 수니파 튀르크족 벨트가 통치상의 위험요소로 비화하지 않게 조치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장기 전략으로써는 왕도적으로 이 지역에 거액의 투자를 단행하고, 경제성장을 지원하며, 수니파 튀르크 계를 끌어들입니다. 단기적인 패도노선으로써는, 주변부의 신장 위구르에서의 내셔널리즘을 폭력적으로 탄압하는 한편, 수니파 튀르크 족의 융합경계선적인 연대가 중국 영토에 들어오는 것을 막습니다. 그런 양면적인 전략이라고 생각합니다.
— 우치다 님은 중화 제국의 세계관(코스몰로지) 으로부터도 중국의 움직임을 읽어내고 있습니다.
화이 질서 코스몰로지에서는, 세계의 중심(중원) 에 천명을 내려받은 중화 황제가 있습니다. 그로부터 동심원적으로 '왕화의 빛' 이 넓어지고, 그 빛이 닿는 곳이 '왕토' 이며, 빛이 닿지 않아 희미해진 주변부는 '화외 지역' 이 전개됩니다. 거기에는 금수와 같은 '화외 백성' 이 자리를 틀고 있습니다. '화외 지대' 인 변경은 중화 황제가 실효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그런데, 거기에 살고 있는 자들은 황제에게 조공하고, 그 대가로 황제로부터 관작을 받습니다. 그래서, 변경지는 명목상 중국의 속국이기도 하거니와, 사실상 변경 현지의 왕이 지배하는 자치구이기도 합니다. '일국양제' 란 화이질서 코스몰로지에 의한, 애초에 변경지의 본래적 존재 양상인 것입니다. 황제의 힘이 강할 때는 중원도 변경도 다스릴 수 있지만, 황제의 힘이 약해지면 모반이 일어나고, 변경의 야만족이 중앙에 침입해 들어와 천명을 위협하며 별성의 황제가 새로운 왕조를 세운다... 는 '역성혁명' 이 행해집니다.
황제와 인민, 중원과 변경은 항상 긴장 관계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황제는 항상 혁명의 가능성을 경계해 국민을 의심의 눈초리로 감시하고, 인민 역시 황제나 그의 관료들을 믿지 않습니다. 국민이 정부가 아닌 보다 작은 공공인 친족 네트워크나 향당 커뮤니티 등의 상호부조적인 중간 단체에 의탁해 살아온 것은 국가와 인민 사이에 항상 이런 긴장관계가 있기 때문입니다.
현재 중국 정부는 세계 최첨단 IT 기술을 구사해 국민을 감시하고 있습니다만 이것도 전통적인 왕과 신민의 긴장관계라고 생각하면 당연한 것으로, 어제오늘 시작된 얘기가 아닙니다. 이미 몇 년 전부터 중국에서는 국가 예산 가운데 치안 유지비가 국방비를 상회하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중국 정부가 외적의 침입을 경계하는 이상의 경계심을 가지고 국민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일본 정부도 이래저래 국민의 개인정보를 수집하려고 합니다만, '마이넘버'같이 효율이 나쁜 제도설계로는 거의 기능하지 않습니다. 세금 떼어먹힐까 걱정한답시고 국민감시하려는 느슨한 인센티브와, 내전이나 무장봉기 리스크를 회피하기 위한 국민감시는 절박함이 다릅니다.
— 황제와 변경의 관계는 어떻습니까.
화이질서에 있어서의 변경은 '화외지역' 이기 때문에, 중국의 영토인지 그렇지 않은지가 불분명합니다. 예로부터 오키나와나 한반도같이 귀속이 확실히 이루어지지 않은 영역이 변경에는 펼쳐져 있습니다. 중앙의 하드 파워가 약해지면 변경 사람들은 황제에의 복속을 그만두고 독립하려고 하거나, 혹은 중원에 쳐들어가 자신들의 왕조를 세우려고 합니다. 몽골족의 원나라나 여진족의 금나라, 만주족의 청나라가 그 예입니다. 명나라가 사라지자, 새로운 일본족 왕조를 세우고자 했던 도요토미 히데요시의 사고방식도 변방 사람으로서는 당연한 것이었습니다.
중국은 홍콩의 민주화 운동을 탄압하고 있습니다만, 이것은 홍콩이라는 변경을 실효지배할 것인가, 아니면 현지 사람들의 자치에 맡길 것인가, 직접지배냐 일국양제냐, 그 선택의 문제입니다.
중국에는 55개의 소수민족이 있습니다. '소수' 라고는 하지만 어디까지나 한족에 비해 소수라는 것이지, 윈난에 살고 있는 치완족은 1900만 명, 서역의 위구르 족은 1100만 명, 회족은 1000만명이므로, 규모로 치면 거의 세계 각지에 있는 국민국가와 차이가 없습니다. 소수민족이 중앙에 조공하고 형식적으로 복속하는 한, 중앙 정부는 그들에게 일정한 자치를 인정해 주지만, 민족 독립을 내세워 '이곳은 중화 황제의 권력이 닿지 않는 곳이다' 라고 선언하면 폭력적으로 탄압합니다. 그 화이질서의 통치원리는 예로부터 변하지 않았습니다. 중국이 홍콩을 탄압하는 것은, 지금 홍콩의 독립을 인정해버리면 자치권 확대 운동이 다른 변방 각지로 비화할 리스크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일 것입니다.
— 황제는 국민과 변방을 두려워하는군요.
나는 2007년에 <거리의 중국론> 이라는 책을 출판했습니다. 얼마 안 있어 중국의 출판사로부터 번역 제안이 있었습니다만, 그때 저쪽에서 내건 조건이 뭐였냐면, 그게 '문화대혁명과 소수민족에 대한 내용을 삭제해 달라' 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받아들이기 곤란해 엎어졌습니다. 중국에서는 '한족끼리의 내전' 과 '변경의 독립' 이라는 두 스토리가 최대의 정치적 터부라는 사실을 알 수 있었습니다.
— 일본은 건국 이래, 중국과 어떻게 지내야 할지에 관한 문제에 골머리를 싸매고 있습니다. 이제 일본은 다시금 중국과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겠습니까.
화이질서의 코스몰로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중국은 전통적으로 '서쪽' 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한나라 때는 장건, 이릉, 곽거병 등의 장군들이 수십만 대군을 이끌고 몇 번이나 서쪽 정벌에 나섰습니다. 그들이 닦은 길이 지금 일대일로의 '실크로드 경제 벨트' 코스와 그대로 겹칩니다. '21세기 해양 실크로드' 코스를 살펴보면 명나라 정화의 대함대가 지나간 항로가 거의 그대로입니다. 정화는 남중국해에서 말라카 해협을 가로질러 인도양을 통해 아라비아 반도를 경유, 동아프리카로 향했습니다. 다시말해, 중국인에게는 육로를 곧장 서쪽으로 향하든가, 해로를 일단 남쪽으로 내려간 다음 서쪽으로 향하든가 하는 기본적인 Go West 추구성이 있는 것입니다.
한편으로 중국인은 '동쪽' 에는 거의 흥미를 표하지 않습니다. 우리들이 알고있는 사례로는 겨우 진시황의 명을 받은 서복이 불로초를 찾아 동쪽 바다로 나갔다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이것도 이상한 이야기인데, 바닷길로 불과 며칠만 있으면 일본 열도에 닿을 수 있는데도 중국인은 '바다 동쪽에 출항한다' 라는 왠지 머나먼 '미스테리 존' 으로 떠날 생각을 했습니다. 보시다시피 정화의 대함대는, 7번이나 항해를 나갔는데 동아시아 전역에 명나라의 국력을 과시하고 있었음에도 한 번도 동쪽에 가는 일은 없었습니다. 한 번쯤 좀 멀리 돌아서 일본 열도에 가까이 접근해 근해에서 대함대의 위용을 뽐낸다든가 해서 일본인을 기죽게 할 법도 한데, 그러지 않았습니다.
중국군이 동쪽 바다에 온 것은 원나라 내습 때 뿐이지만, 온 것은 한족이 아니라 몽고족입니다. 한족은 일본 열도에 영토적 야심을 내비친 적이 과거에는 없었습니다. 663년에 백강 전투가 있었습니다. 일본은 나당 연합군에게 역사적 대패를 맛보았습니다. 당연히, 그 이후 당은 일본 열도를 공격해 올 것이라고 일본인들은 생각했습니다. 어쨌든 그 시점에서 동아시아 나라 가운데 당에 귀속되지 않았던 것은 일본 뿐이었기 때문입니다. 일본을 무찌르면 그걸로 동아시아 전역이 당의 지배하에 들어갑니다. 그래서, 분명 일본을 공격해 올 것이라고 생각해 일본인은 변방수비대를 정비하고, 다자이후에 성을 쌓았으며, 방위를 위해 내륙으로 천도했습니다. 그런데, 어째서인지 당은 공격해오지 않았습니다. 결국, 살며시 사절을 보내봤더니 이제까지 했던 대로 처우해 주었습니다. 그래서 당이 공격해 온다는 얘기는 흐지부지되었습니다.
역사가는 '어떤 일이 왜 일어났는가?' 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지만, '일어날 법한 일이 왜 일어나지 않았는가?' 라는 물음에는 흥미를 보이지 않습니다. 그런데, 나는 오히려 이쪽에 흥미가 갑니다. 어째서 당은 일본열도를 침공하지 않았는가? 나는 그것을 '동쪽 바다' 로의 관심이 덜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한반도까지는 '동이' 정벌로 몇 번이나 출병했는데도 바다를 건너 출항하려고 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냥 그러고 싶지가 않았습니다.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보시다시피 시진핑이 '일대일로' 로 내거는 '서쪽으로' 라는 아이디어에는 중국 국민이 열광하지만, '서태평양 제패' 를 목표로 두어도 국민은 그다지 열광적이지는 않습니다. 거대한 스케일로 한족의 영역을 구상하자면 '서쪽' 으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한 민족 심리가 지정학과는 별개의 레벨로 작동하는 것입니다.
— 그러나 지금 중국은 동중국해에 진출해 센카쿠(댜오위다오) 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제1•제2•제3 열도선을 설정해 서태평양을 지배하에 두려는 해상전략을 갖고 있다는 풍문이 있습니다.
중국은 센카쿠에 그정도로 흥미를 갖고 있지는 않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이 '센카쿠는 일본 영토다' 라고 말하니까 '아니다' 라고 말하는 것 뿐입니다. 한족에게 있어 변방은 '누구에게 귀속되어야 하는지 잘 모를 토지' 에 대한 것입니다. 그래서, 덩샤오핑은 '누구에게 돌아가야 하는지 잘 모르는 토지는, 모르는 채로 놔두자' 라며 '보류론' 을 내놨습니다. 그것이 화이질서에서는 '일반적' 이니까요.
칼 슈미트의 '뭍의 나라, 바다의 나라' 라는 분류법이 있습니다만, 그렇게 말하자면 중국은 본질적으로 대륙 국가입니다. 해군을 증강해 태평양의 제해권을 갖는 것이 지정학적으로 유용하다는 것을 물론 이론상으로는 알고 있겠지만, 민족심리적으로는 그정도로 우선순위가 높은 국가과제로는 생각하지 않고 있습니다.
— 일본은 미국과 제휴해 중국에 대항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습니다만, 그것은 역효과가 될 리스크가 있습니다.
미일동맹 일변도로는 동아시아의 안전보장을 꾸려갈 수 없습니다. 한국, 대만, 홍콩, 아세안 국가들과의 제휴를 강화해 미일동맹 이외의 외교 축선을 추구해두어야 합니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대만, 홍콩, 싱가폴은 당연히도 서로 같은 언어를 사용하고, 같은 생활문화를 공유하는 한족 네트워크가 존재해서 정책결정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그들 한족은 일종의 운명공동체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국민국가 간의 국익이 상충하더라도 국경을 넘어선 한족 모종의 연대감이 존재합니다. 그래서, 동아시아 국가들의 대중 외교는 복잡한 셈법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우치다 님의 저서 <일본변경론> 이 중국 공산당 중앙규율위원회의 추천도서(간부 필독서) 로도 지정된 적이 있습니다만, 일본은 '변방' 으로서의 장점을 살려야겠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은 예로부터 중화제국의 변방이었습니다. '일본' 이라는 국호 자체가 '중국 관점에서의 동쪽' 이라는 의미이니까요. 그 정도로 깊은 화이질서 코스몰로지가 일본인에게 내면화되어 있습니다. 히데요시의 조선출병도, 일제의 만주건국이나 중일전쟁도 '중원을 향한 변방민의 권력욕' 이라는 구조로부터 나온 일입니다. 그것을 지적하는 사람이 일본에는 몇 없습니다만, 중국인 입장에서는 내 말이 '당연한' 것이 됩니다. '당연한 것을 쓰는 희귀한 일본인이 있' 으니 추천도서가 된 게 아니겠습니까.
화이 질서 코스몰로지는 동아시아 전역에 공통되는 것입니다. 한국도 대만도 베트남도 변방입니다. 그래서, 변방끼리는 얘기가 통합니다. 나는 대국 중국에 대항하기 위해서 일본-한국-대만의 '합종' 이라는 동아시아 공동체를 제안하는 바입니다만, 한국에서도 대만에서도 '합종연횡' 이라는 사자성어는 어느 사람에게나 그 의미하는 바가 금방 통합니다. 이것이 문화적 동질성의 강점입니다.
이제까지 서양 정치학자가 쓴 중국에 대한 리포트를 많이 읽어보았습니다만, 화이질서 코스몰로지가 동아시아 사람들의 사상과 행동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 논하는 글은 과문한 탓이지만 읽은 기억이 없습니다. 그래서, 원래대로라면 일본인은 중국의 내재적 논리를 서양 정치학자보다 잘 이해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 어드밴티지를 활용하려고 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
그렇습니다만, 동아시아에 있어서의 화이 질서 코스몰로지도 실은 약해져가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원인의 한 가지는 한자문화권의 쇠퇴입니다. 당나라에 사신을 보내던 때로부터 제 2차 세계대전 이전까지는, 중국대륙에서도 한반도에서도 대만에서도, 어디에서든지 지식인이라면 필담으로 질 높은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후, 중국은 한자를 간체자로 바꾸고, 한국은 한자표기를 폐기했으며, 일본은 한문교육을 경시했습니다. 이대로라면 머지않아 크로스보더적 한자문화권은 소멸하겠지요. 나는 한자문화권의 재구축이 동아시아에 평화와 안정을 가져다주는 데 매우 유용하다고 생각합니다만, 조금이라도 공감을 해주시는 분이 없는 것입니다.
(12월 30일자 인터뷰. 구성 및 인터뷰어 스기하라 히사토)
(2021-01-22 13:39)
출처: http://blog.tatsuru.com/2021/01/22_1339.html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1950년생.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원숭이화하는 세상> <길거리의 한일론> 등.'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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