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이상 쓰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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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드에서 문득, ‘커뮤니즘’을 봤다. 여름이었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10. 17:35
근간 『내 이럴 줄 알았다』에 수록된 꼭지다. 이걸 사이버 공간에 올려 두는 소이는, 어느 예비중학 보습학원에서 초6 대상으로 한 시험지에 아래의 문장이 쓰였다 해서다.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읽으라고 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일본의 눈에 띄는 특징은 부유층에 속하는 사람들일수록 ‘쩨쩨하다’는 사실이다. 부유층에 속하고 권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공공재를 가로채 사유재산으로 바꿔칠’ 권리, ‘공권력을 사적으로 유용할 권리’를 독점적으로 부여받았다고 해석하는 셈이다. 공적인 사업에 투입될 세금을 ‘착복’*해서, 공금을 사유화하는 데 윗물 아랫물 할 것 없이 열심이었던 적은 내가 아는 한 과거에 없었다.ー(* 원문 中抜き – 옮긴이)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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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데 없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8. 16:39
나이 어린 제 친구한테서 ‘청년 빈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빈곤 계층의 구조 활동을 하는 단체의 직원으로 있습니다. 구조 센터에는 ‘배를 곯는 젊은이들’이 모여서는 무료 급식시설1) 앞에 줄을 서고 있다네요. 요즘 같은 시대에 ‘밥을 굶는’ 젊은이가 수백 명이나 있다는 얘기를 듣고선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 상당수는 가족이 있지만 집에 있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집 안에는 자신이 거할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바깥을 헤매며 돌아다닙니다. 하지만, 가진 돈이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범죄에 휘말리는, 피해자가 되었든 가해자가 되었든 그런 위험에 노출되게 됩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기서 ‘거할 곳이 없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했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정확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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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 인 서울 ー 혼밥하는 ‘라떼’가 온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25. 18:01
『도쿄 중년 싱글의 충격(東京ミドル期シングルの衝撃)』 (미야모토 미치코, 오에 모리유키 엮음) 동양경제신문 출판부의 와타나베 씨한테 새로 나오는 책 서평을 부탁받았으므로 조금 긴 소개문을 썼다. 제목이 살짝 도발적이기는 하지만, 저간의 인구 동태와 지역 커뮤니티 형성을 다룬 견실한 연구이다. 그러나 대단히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연구에 관해 극히 최근까지 아무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인구 감소에 관하여 논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인적자원’ 부족이나 시장 규모 축소, 연금 및 의료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관해서는 얘기한다. 하지만 정말 심각한 것은 ‘고령기에 들어가 사회적으로 고립화한 싱글족의 언더클래스>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거북한 얘기를 도마 위에 올린 예외적인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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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사는 사회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5. 12. 11:03
『진료 연구』라는 마니악한 잡지에 표제와 같은 원고를 기고했다. 맨날 하는 얘기기는 하지만, 이러한 얘기는 아무리 반복해도 부족한 것이다. 이제껏 살 만큼 살아봤지만, 일본의 국력이 이렇게까지 낮아진 시기는 과거에는 없었다. 팬데믹, 이상 기후, 우크라이나 전쟁, 인구 소멸... 과 같이 전 지구적 규모의 커다란 문제가 줄지어 있는 판국에, 일본 내부에서는, 정치와 언론의 저급화가 끝없이 진행되고, 경제는 쇠퇴 국면으로 전락하며, 국민 생활의 최후의 보루가 되는 교육과 의료도 빈사 상태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음을 가다듬고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일본의 국력에는 아직 여력이 있다. 열도에는 넉넉한 산하(山河)가 있다. 열대 몬순이라는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 넘치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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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뒤의 세상 - ‘후퇴’에서 찾은 생존법』 머리말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11. 22:14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이번에는 ‘후퇴’와 관련한 주제로, 제가 신뢰를 보내고 있는 저자 분들에게 기고를 부탁드렸고, 이 논집을 펴내게 되었습니다. 기고 의뢰문을 아래에 싣습니다. 읽어보시고 나면, 이 논집의 간행 의도를 이해하실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쇼분샤의 안도 아키라 씨를 통해 저한테서 편지를 받으신 여러분은 ‘아아, 또 기고의뢰구나’ 하고 곧장 떠올리셨을 겁니다. 이번 기고의뢰는 ‘후퇴에 관하여’라는 주제입니다. 우선은 편집 취지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얼마 전, 나라 현립 대학 주최로 ‘후퇴학’을 둘러싼 심포지엄이 개최되었습니다. 주최자측을 대표하여 대학의 호리타 신고로 선생의 ‘지금 후퇴적 지성의 필요성을 묻는다’라는 발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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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공언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2. 8. 21:04
이번 호는 헌법 특집이므로, 헌법에 대한 사견을 쓴다. 똑같은 말을 여러 군데에다 썼으므로 ‘이미 아는데’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을지 모르겠지만, 헌법에 대해 필자처럼 말하는 사람은 그다지 없는 것 같으므로, 이를 납득시키기 위해 끈질기게 말을 잇는다. 헌법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인 정의는 ‘헌법은 공언이다’라는 것이다. ‘공언인 것이 당연’하고, 좀 시비조로 말하면 ‘공언인데 뭐 어쩌라고’인 것이다. 여러가지 종류의 ‘선언’과 똑같이, 헌법도 공언이다. 다만, 그것은 ‘채워야 할 공백을 가시화시키기 위한 공언’, ‘방향성이 있는 공언’, ‘현실을 창출해내기 위한 공언’이다. 헌법과 눈 앞의 현실 사이에는 반드시 모순이 있다. 그것이 헌법의 본래 모습인 것이다. 헌법이란 것은 ‘쓰여져 있는 내용이 실현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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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의 자유와 통제 논쟁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0. 27. 22:25
‘자유론’이라는 논집에 기고를 의뢰받았다. 이런 것을 썼다. 자유를 이야기하기에 앞서 우선 미국 이야기부터 하고자 한다. 자유를 논하는데 어째서 미국 얘기를 하냐고 묻느냐면, 우리 일본인에게는 ‘자유는 다루기 까다로운 것’이라는 실제적 감각이 결핍되어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우리는 독립 전쟁이나 시민 혁명을 경유하여 시민적 자유를 획득한 역사적 경험을 갖고 있지 않다. 자유를 희구하며 싸우고, 다대한 희생을 치러 자유를 손에 넣고 나서야, 자유가 지극히 다루기 어려운 것이라는 것, 방심하고 있다가는 얻은 것 이상으로 더 많이 잃게 될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몸서리쳐지는 경험을 우리는 집단적으로 해본 경험이 없다. ‘자유’는 freedom/Liberté/Freiheit를 번역한 것으로써, 패키지화된 서구 문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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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허상론 —헌법은 원래 그런 것—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14. 22:43
‘주간 금요일’의 헌법 특집에 조금 긴 글을 기고했다. 헌법기념일이므로 다시금 블로그에 수록한다. 이번 호는 헌법 특집이라고 하기에, 헌법에 대해 갖고 있는 사적 의견을 쓴다. 똑같은 내용을 이미 여러 군데 써왔으므로 ‘이미 알고 있다구’ 하는 사람도 있을 거라고 보는데, 필자가 하는 말과 비스무레한 언동을 하는 사람조차 그다지 많지 않기 때문에, 끈질기게 똑같은 내용을 말하겠다. 헌법에 대한 필자의 개인적인 정의란 ‘헌법은 허상이다’는 것이다. ‘허상인 게 당연하다’인데, 조금 위악적으로 말한다면 ‘허상이다 뭐 어쩔건데?’ 가 되겠다. 여러가지 유형의 ‘선언’의 맥락에서 보면, 헌법도 빈말에 불과하다. 단, 그것은 ‘채워야 할 공백을 가시화해나가기 위한 빈말’, ‘비전이 있는 빈말’, ‘현실을 창출해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