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 이상 쓰인 글
-
지유노모리 학원 창립 40주년 기념 강연 “교육과 자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1. 25. 19:28
대단히 반갑습니다. 이번에 연단에 서게 된 우치다 다쓰루라고 합니다. 사이타마 한노 시까지 오게 된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앞서 소개해주신 바와 같이, 저는 고베에서 ‘가이후칸’이라는 무도 수련 도장과 배움터를 꾸리고 있습니다. 우리 도장에 9년 전 입문하신 이데 군, 오카노 씨 부부가 있습니다. 이데 군은 저를 위해 IT 담당 비서를 맡아주고 있습니다. 오카노 씨는 올해 5월부터 서생으로 일해주고 계십니다. 가이후칸에는 현재 서생이 5명 있습니다. 그중에서 가장 신진입니다. 이렇게 소중한 인연을 맺고 있는 두 사람이 이곳 지유노모리 학원 졸업생인지라, 이번 40주년 기념 강연에 초청받게 된 것입니다. 지유노모리 학원 창건 40주년을 축하드립니다. 졸업생 재학생 할 것 없이 이렇게나 많이 모여주셨다는 건..
-
최악의 사태에 대해 상상력을 행사하는 것의 의미에 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0. 23. 14:50
디스토피아를 서사화하는 이유는, 디스토피아의 실상을 아주 자세히 꾸며내면 디스토피아의 도래를 저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는 인류 차원의 지혜 중 하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디스토피아 장르’가 처음 쓰이게 된 것은 20세기 초엽부터입니다.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라든가 조지 오웰의 『1984』를 그 효시로 꼽고 있습니다. 이러는 가운데, SF물이 대량 생산된 단초는 1950년대, 60년대 미국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그 시절 대종을 이루었던 것은 미국과 소련 사이에 핵전쟁이 일어나 세상이 망하는 이야기였습니다. 사소한 휴먼 에러로 촉발된 핵전쟁이 터지고, 문명이 소멸하는 그런 이야기입니다. 영화, 티브이 드라마, 만화, 소설을 막론하고 팽대한 수의 디스토피엄*이 쓰였습니다.(* 원문 ディス..
-
『도쿄 미들기 싱글의 충격』 서평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30. 13:06
인구 감소 문제에 대해 말하는 사람들은 으레 노동력 부족이나 시장 규모 축소, 연금이나 의료제도의 지속 가능성 등을 운운하고 있다. 그러나 정말로 시리어스한 측면은 ‘고령기에 들어 사회적으로 고립화한 싱글의 언더클래스화’에 있다. 이 책은 그 터부를 정면으로 문제 삼은 예외적인 작업물이다. ‘언더클래스’란 ‘워킹클래스’보다 한층 아래에 위치하는, 생활 보호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최빈곤층을 이른다. 차별과 배제의 대상이 되며, 사회의 저변에 응축되는 폐쇄 집단이다. 일본에서도 ‘고령자 언더클래스’가 앞으로 대량으로 출현할 가능성이 있다. 정치가도 관료도 미디어도 이 문제를 외면해 왔으나, 높은 확률로 앞으로 일본 사회는 그러한 집단을 떠안게 된다. 지금 미들기(35세~64세)에 있는 싱글들은 머지않아 고..
-
자유와 뿌리내릴 곳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27. 14:57
제가 알고 지내는 젊은 친구로부터 청년층 빈곤을 다루고 있다는 현장 이야기를 접했습니다. 그는 빈곤자의 구조 활동을 벌이고 있는 단체의 직원을 하고 있습니다. 구조 거점에는 ‘배를 주리고 있는 젊은이들’이 모여 무료 급식대 앞에 줄을 서고 있습니다. 이 시대에 ‘끼니를 잇지 못하는’ 젊은이가 수백 명 있다는 사실을 듣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 중 많은 경우, 본가는 있지만 집에 있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집에는 자신이 있을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바깥으로 나와 헤맵니다. 그런데, 돈이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범죄에 휘말려, 피해자가 되든지 가해자가 되든지 하는 위험에 신변을 노출하게 됩니다. 그러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있을 곳이 없다’는 말이 어떤 의미일까를 생각했습니다. 왠지 그런..
-
피드에서 문득, ‘커뮤니즘’을 봤다. 여름이었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10. 17:35
근간 『내 이럴 줄 알았다』에 수록된 꼭지다. 이걸 사이버 공간에 올려 두는 소이는, 어느 예비중학 보습학원에서 초6 대상으로 한 시험지에 아래의 문장이 쓰였다 해서다. 아무리 그래도 초등학교 6학년 학생에게 읽으라고 하다니…. 놀라울 뿐이다. 세상은 변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늘날 일본의 눈에 띄는 특징은 부유층에 속하는 사람들일수록 ‘쩨쩨하다’는 사실이다. 부유층에 속하고 권력 가까이에 있는 사람들은, 그것을 ‘공공재를 가로채 사유재산으로 바꿔칠’ 권리, ‘공권력을 사적으로 유용할 권리’를 독점적으로 부여받았다고 해석하는 셈이다. 공적인 사업에 투입될 세금을 ‘착복’*해서, 공금을 사유화하는 데 윗물 아랫물 할 것 없이 열심이었던 적은 내가 아는 한 과거에 없었다.ー(* 원문 中抜き – 옮긴이) 세..
-
갈 데 없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5. 8. 16:39
나이 어린 제 친구한테서 ‘청년 빈곤’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그는 빈곤 계층의 구조 활동을 하는 단체의 직원으로 있습니다. 구조 센터에는 ‘배를 곯는 젊은이들’이 모여서는 무료 급식시설1) 앞에 줄을 서고 있다네요. 요즘 같은 시대에 ‘밥을 굶는’ 젊은이가 수백 명이나 있다는 얘기를 듣고선 깜짝 놀랐습니다. 그들 상당수는 가족이 있지만 집에 있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집 안에는 자신이 거할 곳이 없습니다. 그래서 바깥을 헤매며 돌아다닙니다. 하지만, 가진 돈이 없습니다. 결과적으로 범죄에 휘말리는, 피해자가 되었든 가해자가 되었든 그런 위험에 노출되게 됩니다. 그렇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여기서 ‘거할 곳이 없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했습니다. 어딘가 모르게 그런 식으로 말하는 건 정확하지..
-
『싱글 인 서울 ー 혼밥하는 ‘라떼’가 온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4. 25. 18:01
『도쿄 중년 싱글의 충격(東京ミドル期シングルの衝撃)』 (미야모토 미치코, 오에 모리유키 엮음) 동양경제신문 출판부의 와타나베 씨한테 새로 나오는 책 서평을 부탁받았으므로 조금 긴 소개문을 썼다. 제목이 살짝 도발적이기는 하지만, 저간의 인구 동태와 지역 커뮤니티 형성을 다룬 견실한 연구이다. 그러나 대단히 충격적인 사실은, 이러한 연구에 관해 극히 최근까지 아무도 관심조차 가지지 않았다는 점에 있다. 인구 감소에 관하여 논하는 사람들의 대다수는 ‘인적자원’ 부족이나 시장 규모 축소, 연금 및 의료제도의 지속 가능성에 관해서는 얘기한다. 하지만 정말 심각한 것은 ‘고령기에 들어가 사회적으로 고립화한 싱글족의 언더클래스>화’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런 거북한 얘기를 도마 위에 올린 예외적인 결과물이다..
-
잘사는 사회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5. 12. 11:03
『진료 연구』라는 마니악한 잡지에 표제와 같은 원고를 기고했다. 맨날 하는 얘기기는 하지만, 이러한 얘기는 아무리 반복해도 부족한 것이다. 이제껏 살 만큼 살아봤지만, 일본의 국력이 이렇게까지 낮아진 시기는 과거에는 없었다. 팬데믹, 이상 기후, 우크라이나 전쟁, 인구 소멸... 과 같이 전 지구적 규모의 커다란 문제가 줄지어 있는 판국에, 일본 내부에서는, 정치와 언론의 저급화가 끝없이 진행되고, 경제는 쇠퇴 국면으로 전락하며, 국민 생활의 최후의 보루가 되는 교육과 의료도 빈사 상태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음을 가다듬고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일본의 국력에는 아직 여력이 있다. 열도에는 넉넉한 산하(山河)가 있다. 열대 몬순이라는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 넘치는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