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께서 필사하고 재독하셨다는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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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사는 사회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5. 12. 11:03
『진료 연구』라는 마니악한 잡지에 표제와 같은 원고를 기고했다. 맨날 하는 얘기기는 하지만, 이러한 얘기는 아무리 반복해도 부족한 것이다. 이제껏 살 만큼 살아봤지만, 일본의 국력이 이렇게까지 낮아진 시기는 과거에는 없었다. 팬데믹, 이상 기후, 우크라이나 전쟁, 인구 소멸... 과 같이 전 지구적 규모의 커다란 문제가 줄지어 있는 판국에, 일본 내부에서는, 정치와 언론의 저급화가 끝없이 진행되고, 경제는 쇠퇴 국면으로 전락하며, 국민 생활의 최후의 보루가 되는 교육과 의료도 빈사 상태이다. 어디를 둘러봐도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마음을 가다듬고 주의 깊게 살펴보면, 일본의 국력에는 아직 여력이 있다. 열도에는 넉넉한 산하(山河)가 있다. 열대 몬순이라는 온화한 기후와 비옥한 토양, 넘치는 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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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학생 여러분에게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 31. 16:44
오사카 시립 미나미 고등학교라는 학교가 이번년도에 없어진다. 다른 두 시립 고등학교와 통합되어 다른 고등학교가 되는 것이다. 독특한 교육을 하고 있는 학교이고, 이곳의 국어 선생님이 필자의 연구수업 수강생인 관계로, ‘고별 강연’에 초빙되었다. 그때 고등학생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였다. 여러분 안녕하세요. 이번에 소개받고 온 우치다입니다. 다행히도 여러분이 배우는 교과서에 제가 쓴 글이 실려 있어서 어떤 이야기를 하는 인간인지는 알고 계시리라고 봅니다. 이런 장소에 서게 된 건 오랜만입니다. 근데 솔직히 말해서 이런 환경은 좀 번거롭습니다. 요즘에는 줄곧 온라인으로 강연을 해왔고, 거기에 익숙해져버렸어요. 자기 방에서 자기 의자에 앉아, 아이패드 스위치를 누르면 바로 접속이 되고, 상대가 10명이든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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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 전원 대학 입학 시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2. 8. 07:00
어느 입시학원 자료에 의하면, 이르면 2008년 께 '대학 지원자수'와 '대학 정원'의 수가 같아진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니, 그때가 되면 '어디어디 대학이 아니면 안간다'고 칭얼대지만 않을 시, 수험생 전원이 경사스럽게도 대학생이 될 수 있다 하는 '전원 대학 입학 시대'가 도래한다는 의미다. 전원 대학 입학. 그것이 어떠한 사태를 의미하는가 한번 생각해보고 싶다. 필자가 중학생이었을 때, 도쿄 도내의 평범한 공립 중학교에서는 학급 50명 가운데 10명 가까운 인원이 중졸로 취직했다. 이때 당시 토요일에 학교 파하고 집에 와서 봤던 한 TV 코미디에는 자기 아들이 고등학교에 다니는 것을 주변에 자랑하는 아저씨가 나왔다. 그렇다 함은 확실히 60년대까지는 '고등학생'에게 '선량함'이라는 플러스 가치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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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헌법 이야기 (좀 깁니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1. 11. 07:02
인제 나오는 소프트뱅크 신서 에 헌법에 대해 과거에 블로그에 올렸던 문장을 다시금 몇 꼭지 실었다. 아래 글은 그 중 하나다. 그런데 서적화를 하려다 보니 대폭 가필을 하였는데, 본래의 갑절이 되었다. 오늘은 11월 3일. 제 75회 일본국헌법 제정일이다. 지금 다시 헌법을 생각한다. 필자가 헌법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극히 심플하다. 그것은 바로 현대 일본국헌법은 '공백 단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이 공백 단어를 꼭 채워넣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일본국헌법이 내세운 여러가지 이상은 단순한 개념일 뿐이다. '그림의 떡'이다. 이 공허한 개념을 일본 국민인 우리들이 '육화'시켜, 생명을 불어넣는 그러한 작업이 필수적이다. 헌법은 쓰여진 것 자체로 완성된 게 아니다. 헌법을 완성시키는 것은 장기간에 걸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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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후의 세계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0. 26. 07:01
어느 모임에서 ‘코로나 이후의 세계’라는 강연을 1시간 정도 했다. 현장의 활자화본이 도착했다. 일반인들에게 노출되지 않는 매체인 탓에, 여기에 다시금 써둔다. 들어가며 모처럼이니만큼, 오늘은 될 수 있는 한 다른 사람들이 말하지 않을 만한 것들을 말하고자 합니다. 제목은 ‘코로나 이후의 세계’입니다. 이 ‘코로나 이후의 세계’라는 개념은 중립적인 것으로 간주됩니다만, 사실 어느 정도는 논쟁적인 것입니다. 코로나 유행이 시작된 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만, 세상에는 ‘코로나 이후의 세계’라는 프레임으로 사고하기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코로나는 감기일 뿐이다. 걸릴 사람은 걸린다. 죽을 사람은 죽는다. 그로 인해 세상은 바뀌지 않을 뿐더러 바뀌어서도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들입니다. 저는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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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 어찌할 도리가 없는 사람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0. 14. 07:00
‘그것’은 담배와 비슷하다. ‘그것’도 담배도, 공기가 더러워지고, 돈이 들고, 화재의 원인이 되고, 본인에게도 주위 사람들에게도 건강에 해롭다. 그래서 주변 사람이 끊어라 끊어라 충고를 하지만, 이게 잘되지 않는다. 지금 동네에 다섯 명 정도 ‘그것’을 배운 사람이 있다. 이제 모두 ‘그것’은 하지 않는다. 내심 하고는 싶지만, ‘그것’을 살 돈이 없는 사람도 있고, 옛날에 ‘그것’ 때문에 일어난 불에 크게 데어 그 이후로 ‘그것만은 절대 용서 못한다’는 운동을 하는 사람도 있다. 사실 ‘그것’이 어떻게 되든 상관은 없지만, 예전부터 마음에 안 들던 놈이라 이번 기회에 ‘그것을 하는 녀석’을 탄핵하는 캠페인에 한몫 끼어볼까 하는 사람도 있다. 주위에서 꽤 시끄럽게 굴기에, 다섯 명도 기어코 포기하고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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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30 허이고주의란 무엇인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8. 20. 07:52
‘니시베 스스무도 격찬’이라는 띠지를 보고서 머뭇머뭇 미야자키 데쓰야의 (1996년 출간 - 역주) 이라는 평론집을 사고 말았다. 니시베 스스무가 내린 평가의 객관성을 딱히 내가 높게 사는 것은 아니다. 말하자면 믿지 않는다. 아니, 솔직하게 말해 도통 니시베라는 사람이 쓴 책을 읽지 않으니 모른다. 옛날에 니시베의 책을 사고서 다 읽은 뒤 그 책은 쓰레기통으로 직행한 적이 있다. 읽은 뒤 그대로 책을 내버린 적은 이제까지 두 번밖에 없었는데, 그 가운데 한 번이니만큼 니시베와 나의 궁합은 좋지 않은 성싶다. 그런 것도 있어서, ‘무서운 걸 봤지 뭐야’라든가 ‘쓴 걸 삼켜버렸다’든가 하는 네거티브한 호기심을 간직한 채 미야자키 데쓰야의 책을 사와서 쭈뼛쭈뼛 읽어보았다. 읽어보니 문장도 빼어나고 젊음에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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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쳐주세요! 우치다 선생님 -의대생들이 묻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8. 14. 18:00
8월 11일에 ‘의대생 세미나’라는 곳에서 의대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강연을 진행하였다. 제목은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세상과 의료’. 90분 동안 발언한 후 30분 정도 질의응답의 시간을 가졌는데, 시간이 부족해 나머지 질문은 메일로 보내줬다. 이 대답들을 채록해둔다. Q: 현재 학부 2학년생인데, 장차 소립자 물리학 연구자로서 학술적인 세계에 입문하려는 뜻이 있습니다. 기초적인 학문 연구 과정에서 소요되는 국비를 정부에 요구함에 있어서, 기초 연구활동 지원에 부정적인 사람들을 설득하기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A: ‘기초 연구활동 지원에 부정적인 사람들’이란 달리 말하면 ‘장기적 시간 간격을 통해 사고하는 것이 서툰 사람들’입니다. 원래대로라면 현재의 과학 기술이 엄청난 역사적 풍설을 겪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