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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사람 글을 읽고 대체 어떻게 생겨먹은 사람인지 얼굴을 좀 보고 싶어질 정도였다.
외교인들의 자성과 쇄신을 요구하는 이창천. 비주류다. 내가 이창천을 알게 된 계기는 역시 비주류인 외부 출신 해외공관장의 블로그 서평을 통해서였다. 뭐가 동했는지* 잘 알려지지도 않은 작가 책을 일단 사놓았다. 그 책은 <명품외교의 길>. 책도 두껍고 선뜻 손이 안 가서 1년 쯤 지나고 난 뒤 다 읽어보니 이 책, 특이하다. 당장 일어나 뭔갈 하게끔 만드는 힘이 담긴 텍스트였다.----
* 우연히 광화문 교보 갔다가 눈에 띄었음
글이 속된 말로 아주 '네 가지'가 없는데 단순한 요설만은 아닌 뭔가가 있었다.
과연 그랬다. 이창천의 사상이 집대성된 <하늘과 사람과 촛불과 시네마>를 보고 그만 혀를 내두르고 말았다.
나는 그가 외계인이 아닐까 의심이 든다. 무척이나 바쁜 관료였으면서 어떻게 이런 교양을 쌓을 수 있는지 의문이다.
내가 아주 각별하게 여기는 책이 하나 있다. 이런 책만 골라 읽고 싶은데 세상에는 쓸데없는 책이 너무나 많다. <부채: 첫 5,000년의 역사>라고 데이비드 그레이버가 쓴 책이다.
데이비드 그레이버와 이창천의 공통점이 셋 있다.
1. 비교적 최근 인물이면서 논픽션 작가
2. 도발적이면서 해박. 논쟁적이면서 다기로운 현학.
3. 실제 삶에서 용기와 명예를 드러냄
줏대 있는 인간의 수는 적다. 그 사람들 중에 책을 쓰는 사람은 더 적다. 그 책이 환영받을 확률은 더더욱 적다. 일단 책의 내용이 무척 복잡하고 현란하다. 하나의 주제를 설명하더라도 "끝 없이 갈라지는 길이 있는 정원"을 방불케 하는 "현기증"을 느끼게 한다.
물론 인간과 세계를 진지하게 오랫동안 탐구해온 저자의 글은 자연스레 그렇게 되기 마련이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이처럼 소중한 작가가 비난받기 딱 좋을 언사만 골라서 하는 데 있다.
이를테면 한-일 과거사 문제, 미투 운동,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작가의 시선에 이른바 대중의 그것과는 괴리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나도 좀 거북했다. 물론 그럼에도 설득력은 글로 충분히 나타나지만.
하여튼 얼굴이 궁금한 작가였는데 우연찮게 출판기념회에서 단상에 오른 이경렬 전 앙골라 대사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여름용 연청색 재킷을 걸치고 나타난 이창천을 보고서 '정홍원 전 총리가 좀 팽팽해지면 이런 얼굴이겠거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목소리는 목사처럼 카랑카랑했고, 흰 기본값 바탕 PPT 발표는 비교적 짧았다. 아마 말이 너무 많으면 벌을 받는다는 "오대수"의 교훈을 숙지하고 있어서가 아닐까 싶다.후기: 이 글은 이창천 선생의 책을 요새들어 집중적으로 출간하고 있는 진인진 출판사가 좀 걱정되어서 썼다. 책이 많이 팔려야 이 선생이 저술을 많이 할텐데 책이 안나와도 걱정, 책이 많이 팔려도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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