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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본소득에 대한 미국의 새로운 논조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0. 11. 21. 19:02

    <포린 어페어즈 리포트> 를 정기구독하고 있다. 미국 <포린 어페어즈> 지의 주요 기사를 일본어로 번역해 놓은 덕에, 잡지의 성격상 백악관의 정책 결정 과정에 관여하고 있거나 혹은 관여했던 인사들이 집필진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미국이 지금 무엇을 고민하고 있는가를 알고자 한다면 대단히 귀중한 정보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오우, 나도 읽고 있다구' 라고 말하는 사람을 본 적이 없다. 도대체 어째서일까. 정말로 귀중한 정보원인데 말이다.

    어쨌든 2020년 11월 호에, 일본인이 읽어도 유익할 만하다고 생각하는 기사가 있었다. 정보를 공유하고자 한다.

    그것은 캐나다 학자의 기본소득론이다.

    2020년 미국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에 뛰어든 앤드류 양은 모든 미국 성인에게 월 1,000달러를 지급하자는 기본소득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안타깝게도 그렇게 많은 지지를 얻지는 못해 2월 뉴햄프셔 예비 경선 때 철수했다. 그러나, 3월에 미국에서 코로나19 팬데믹이 확산되자 사정이 바뀌었다. 공화당 롬니 상원의원은 1회 한정이기는 하지만, 모든 이에게 1,000달러를 지급하자고 제안했다. 실제로 미국 정부는 소득별 제한을 두고, 최대 1,200달러를 일시지급하고, 실업자에게는 주당 600달러를 지급하기로 결정했다.

    평소대로의 미국이었다면 '알아서 하라' 였을 것이다. 실업자가 되어도 병에 걸려도 자신의 책임이다. 공적 지원을 요청하는 것을 용납할 수 없다는 신자유주의적인 발상이 주류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지금은 최단기간에 대량의 실업자가 출현하고 있는 때이다. 개인의 책임으로 돌리며 방치해 두기에는 그 수가 너무나 많다. 그리고, 기존의 사회복지 제도로는 여기에 대응할 수 없었다.

    이유의 한 가지는 그들의 많은 수가 아르바이트, 자영업, 플랫폼 노동자로서 사회보장 수급 요건을 채우지 못한 것이다. 다른 한 가지 이유는 지급액이 턱없이 부족해서 그것만으로는 생활할 수 없었던 것이다. 혹은 수급조건 심사가 지나치게 까다로운 것도 한 가지 이유다. 지급받기 위해 여러가지 조건을 충족시켜야 하며, 사회복지 관계자와의 정기적인 면담을 의무화해 버리면 이제 더는 밀려드는 수급 희망자를 시스템이 상대할 수 없다.

    그러므로 수급 조건을 완화하고, 지급한도를 올리며, 신청 프로세스를 대담하게 간략화했다. '신청만 하면 지급' 해 시스템의 신뢰성을 높인 것이다. 이것이 기본소득의 아이디어와 가깝다.

    그것을 직접 경험해 본 저자(Evelyne L. Forget)는 이렇게 술회한다.

    "기본소득은 단순한 돈이지만, 그것을 다른 소득 지원 제도와 비교해 보면 커다란 메리트가 있다. 정부가 할 일은, 돈을 계좌에 이체하는 것 뿐이다. 이것은 현재 실시되고 있는 복잡하고도 관료적인 시스템의 거개보다 훨씬 효율적인 지급 방식이다." (「ベーシックインカムの台頭-パンデミックが呼び起こした構想」, FAR, 2020, No.11, p.21)

    그리고 보다 더 큰 메리트가 있다. "누가 무엇을 필요로 하는지 깊이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Ibid.)

    미국에는 식량배급표 제도가 있었지만, 그것은 영양 지원이라 식품 이외의 것에는 사용할 수 없다. 술도 담배도 살 수 없다. '마음대로 내버려 두면 사람을 버려놓게 된다' 는 인간관이 전제된 제도설계다.

    "그렇지만 기본소득의 생각은 한마디로 돈이 없다는 것이 빈곤의 원인이니, 정부는 이 문제를 (현금이체해서 -옮긴이) 해결하고, 그것을 어떻게 쓸 지는 시민에게 맡겨둬야 한다는 것이다." (Ibid.)

    그 논거로써 저자는 캐나다의 기본소득 사례를 든다. 매니토바 주는 1975년부터 78년까지 기본소득제를 실시했다. 그 결과 밝혀진 사실. 병원 내원환자 수가 줄었다(주로 정신건강 상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우울증, 수면장애 등을 호소하는 환자수가 줄었다). 범죄율이 줄었다. 취직자 수가 늘었다. 기본소득 반대론자는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근로의욕이 감퇴한다' 고 주장하지만, 이것은 (매니토바 주의 -옮긴이) 기본소득제 사례에서는 해당하지 않았다.

    그 가운데, 근로자 비율이 줄어든 사회집단이 두 군데 있었다. 하나는 첫 아이를 낳은 여성들(그녀들은 기본소득을 이용해 출산휴가를 연장했다). 다른 하나는 십대 젊은이들(고등학교를 중퇴하고 취직하려 했지만 졸업장을 받기 위해 학교에 남았다). 모두 장기적으로는 기본소득 이용자들로 하여금 삶의 질을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

    핀란드와 네덜란드에서 실시된 기본소득제에서는, 보통 사회보장 프로그램에 따른 직업탐구, 직업훈련, 담당자와의 정기적인 면담을 실시한 집단보다도 기본소득을 지급한 채로 내버려 둔 집단이 전일제 직업을 구한 비율이 더 높았다.

    기본소득제의 최대 난점은 막대한 돈이 든다는 것이다(미국의 경우, 기본소득제 실시에 필요한 금액이 3조 달러로 연간 예산 6분의 1에 달한다).
    "그러나, 기본소득을 지출로 여기는 태도는 틀린 것이다. 그것은 사람들이 원하는 사회를 위한 투자이며, 건강, 교육, 안전 등 각각의 분야를 중시하는 사람들이 거기에 돈을 쓰게 하는 것이다. 기본소득제는 메디케어같은 다른 제도, 빈곤층 의료지원 책임을 지고 있는 제도의 부담을 덜어준다. 병에 걸릴 때까지 기다리는 가난한 사람들의 치료비를 지불하는 것보다, 자신이 (질병을 예방하고자 -옮긴이) 스스로 잘 처신토록 하기 위해, 사전에 돈을 주는 편이 낫다." (p.24)

    비용 대비 효과를 생각하면, 기존 제도보다도 기본소득제가 뛰어나다고 저자는 결론짓고 있다. 물론 기본소득제는 공공서비스의 대체물이 아니다. 장애나 중독증세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기본소득제 말고도 특별한 지원이 필요하며, 의료와 교육에 대한 지원은 전 국민이 향유할 권리가 있다고 저자는 쓴다.
    이 정도의 기본적 이해를 토대로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 다케나카 헤이조*)가 "한 사람당 7만 엔을 나눠주고, 모든 사회보장제도를 폐지한다" 고 떵떵거리는 것은 기본소득제도 무엇도 아니다. 그저 국민을 방치하는 것이다. 술어는 엄밀히 사용하지 않으면 안 된다.


    (2020-11-18 17:04)

     

    저자 약력
    우치다 다쓰루
    1950년생. 사상가, 무도가.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원숭이화하는 세상>, <거리의 한일론> 등.

     


    출처: http://blog.tatsuru.com/2020/11/18_1704.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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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정부는 코로나19를 둘러싼 재난지원금 제도운영을 '파소나' 라는 사기업에 위탁했는데, 바로 그 파소나의 이사회장이 다케나카 헤이조다.
    어째서 이런 일이 가능한가를 논하고자 할 때 두 가지 측면이 있다. 일본은 공무원을 감축하고 있는데(물론, 일본도 20년 전에는 공무원이 선망의 직업이었다). 해직 인원들을 비정규직으로 내려보내는 데 용이한 시스템이라는 관점이 그 하나다. 다른 하나는 인재파견회사 파소나는 결국 일본의 사회경제를 좌지우지한다고 여겨지는 '덴쓰電通' 의 자회사에 불과하다는 일각의 의혹이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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