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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무운을 빈다인용 2025. 6. 28. 13:11
'있어야 할 때 있고, 있어야 할 곳에 있고, 이루어야 할 일을 이룬다'는 것이 무도가 지향하는 바입니다.
하지만 그것은 스스로 '있어야 할 때'가 언제인지, '있어야 할 곳'이 어디인지, '이루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두리번거리는 일이 아닙니다.
이 점이 어렵습니다.
그것은 스스로 선택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흐름에 몸을 맡기고 인연을 더듬어 살아가다가 문득 정신을 차리고 보니, '있어야 할 곳'에 있고, 적절한 기회에 실수하지 않고 '이루어야 할 일'을 이루어내고 있습니다.
이것을 사후에 깨닫습니다.
무도를 철저하게 수행하면 이와 같은 순리와 역리의 전도가 일어납니다.
굳이 찾아 나서지 않아도 필요한 것이 눈앞에 있습니다.
비유하자면 길을 가다 큰 강이 나와 어떻게 하면 건널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는데, 나룻배가 지나가면서 사공이 "이 배에 타지 않겠어?" 하고 말을 걸어줍니다. 그리고 강을 건네주더니 스르르 배는 어디론가 가버립니다.
이런 일이 인생의 길목마다 연속해서 일어납니다. 이것이 이른바 '무운'입니다. 무운의 은덕을 입기 위해 무도를 수행하는 것이라고 다다 선생은 가르쳤습니다.
사실 다다 선생은 이탈리아에서 50년 이상 합기도를 가르치고 있는데, 1964년에 처음으로 이탈리아에 갔을 때는 연고도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물론 돈도 없었고요.
그렇지만 2차대전 이전 우에시바 도장과 인연이 있는 이탈리아 사람이 중개하여 제자를 모으고 훈련 도장을 빌렸으며, 이후 차츰 제자들이 새로운 훈련 도장을 개척해주었습니다. 강습회를 위한 커다란 회장을 찾고 있었더니 제자가 찾아주었습니다. 법인 자격을 취득하고 싶다고 생각했더니 전문가와 알게 되었습니다. 가장 극적인 장면은 다다 선생이 겟소지 도장을 건립하는 데 이르는 경위일 것입니다. 다다 선생은 우연히 이웃에 사는 젊은 승려와 친하게 지냈는데, 그 승려가 기치조지의 겟소지라는 이름난 절의 주지승이 되었습니다. 그는 절 경내에 사용하지 않는 건물이 있는데 도장으로 사용하면 어떻겠느냐고 다다 선생에게 제안했다고 합니다. '좁쌀 한 톨로 장가든 총각' 같은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만나야 할 사람을 만나야 할 때 만나고, 지원이 필요할 때 바로 필요한 지원을 받는다'는 것은 다다 선생에게 기적이 아니라 당연한 경험이었습니다.
이를 두고 '열렬히 바라는 일은 이루어진다'는 식으로 말할 수도 있고, '자기 뜻을 실현할 수 있는 환경이나 인간관계'에는 직감에 이끌려 다가가기 마련이라고 말할 수도 있습니다.
아까 비유한 나룻배를 다시 빌려온다면, 그러한 상황은 '강을 건너고 싶다고 생각하면 바로 그때 나룻배가 온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또는, '나룻배가 다가온 곳에 넋 놓고 서 있었더니 사공이 타지 않겠느냐고 말해주었고, 그 말을 듣고 아, 그러면 강을 건널 수 있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는 순서로 일이 일어났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내 생각에는 어쩐지 무운이란 후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어떤 때, 어떤 곳에서도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에게는 자기가 할 수 있는 일, 자기밖에 할 수 없는 일이 있습니다. 무엇보다 그 자리에 있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자기만큼은 할 수 있는 일이 있습니다.
보통은 그것이 무엇인지 알지 못합니다.
수행을 쌓으면 '지금 여기에는 나만 할 수 있는 일, 다른 사람 아닌 내게 가장 적절한 일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때 문득 그것이 '내가 예전부터 줄곧 하고 싶다고 바라던 일'처럼 여겨집니다.
이것이 무운의 핵심입니다.
'내가 지금 특별히 무리하지 않고도 할 수 있는 일'이 '그 일을 해야 할 운명을 타고난 것'으로 여겨진다면, 누구라도 당연히 그일을 할 것입니다.
이런 일은 외부의 '부름'과 그에 대한 '응답'처럼 보일 것입니다.
"이 일을 할 수 있는 사람, 어디 없을까요?" 하는 부름이 있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누구도 손을 들지 않습니다. 자기가 그 일을 할 수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모르게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듭니다. 그래서 "저, 제가 해도 괜찮다면......."하고 가만히 손을 들어봅니다.
우리가 '천직'과 만나는 계기는 대체로 이런 식이 아닐까 합니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나는 그랬습니다.
『어떻게든 되겠지』
(이 책, 전자책으로도 출간되었으니 부디 많이 읽어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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