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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프라우다와 인스타그램인용 2024. 8. 10. 19:51
Я делаю себе карьеру
тем, что не делаю ее!
나는 출세를 이루겠노라 ー 출세를 하지 않음으로써!
내가 만약 소련과 같은 희한하고 오염된 나라에서 성장하지 않았더라면, 아마 난 타인의 의견에 덜 민감하게 반응했을 거 같다.
전체주의에서는 ‘이웃에 대한 거짓 증언’이 국가 이데올로기를 지탱하기 위한 방식으로 존재할 수밖에 없다. 아르보 패르트가 ‘의심스러운’ 작곡가로 지칭되는 걸 내 귀로 직접 들었고, 나도 ‘유별나며’ ‘학구적’이라고 ‘낙인찍혔다’(나중에 서방에서도 종종 이런 평가를 받곤 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양호한 편이다. 그보다 훨씬 더 가혹하게 다뤄진 이들도 많았다. 알프레드 시닛케, 소피아 구바이둘리나, 예디손 데니소프(1929-1996), 발렌틴 실베스트로프 같은 작곡가들이다. 소련 작곡가들의 ‘총사령관’ 노릇을 한 티혼 흐렌니코프(1913-2007)는 이들의 작품이 연주되면 세상에 소련 음악의 ‘일그러진’ 모습을 퍼트리는 것이라 여겼다. 내가 이들의 작품을 연주하면,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 했다. 소련에서 ‘비판 공세의 대상이 된다는 것’은 목소리를 빼앗기는 걸 의미했다.
작곡가는 ‘서랍에 고이 넣어두기 위해’ 곡을 썼고, 연주자에게는 출국금지 명령이 내려졌으며 무대에 설 기회도 박탈당했다. 드미트리 쇼스타코비치의 친한 친구이자 동료인 미에치스와프 바인베르크(1919-1996)도 이런 부류에 속했다. 그의 운명은 고되고 힘들긴 했지만, 그렇다고 비극적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었다. 훌륭한 작곡가인 그에게 아류라는 낙인이 찍혔고, 작품이 거의 연주되지 않은 탓에 그는 잊힌 존재가 되었다. 다행히도 오늘날 그의 음악은 재발견되었으며, 나도 그에 동참할 수 있어 얼마나 기쁜지 모른다.
이에 비하면 민주주의 체제는 여러 면에서 더 낫고 장점이 많다. 그러나 이곳에서는 사업가들이 누가 혹은 무엇이 시장에 내놓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 누가 다시 밀려날 수 있는지를 너무 훤히 들여다보고 있다. 예술가가 자기 본연의 모습을 지켜나가는 데 장애가 되는 것들이 무수히 많다. 앞서 언급한 비평가들의 전문적인 비평 말고도 단순한 의견, 소문, 험담에 의해 추락할 수 있다.
약속이나 계약도 이와 비슷한 운명으로 이르게 할 수 있다. 아니면 자주 있는 일은 아니지만, 음악 콩쿠르의 평가 혹은 음악과 음악가에 대해 주고받는 대화를 통해 추락의 운명을 받아들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아주 빈번하게 음악이나 해석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새로운 ‘우상’을 내세우려는 데만 혈안인 사람들이 예술가의 운명을 좌지우지하고 있다. 예술가는 이런 사람들의 손에 이끌려 매상을 올리는 데 몰두하거나 이른바 ‘국가적 자랑거리’가 돼야 한다.
이렇듯 세심하지 못한 이들에 의해 우리 모두는 희생당했다. 안타깝게도 이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입은 건 음악이다. 거짓 증언을 하게 되면, 진실한 예술의 배는 침몰하게 된다. 그와 함께 아직 ‘불리지 않은’ 노래들 역시 심연으로 가라앉고 만다.
진정한 음악은 진실하고 올바르며,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달된다.
ー 기돈 크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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