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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래는 제트기와 전자 두뇌의 시대입니다.”
    인용 2024. 2. 9. 23:11

    회색 도당에게 가장 어려운 과제는 모모의 친구인 어린이들을 자기네 계획대로 조종하는 일이었다. 모모가 실종된 뒤에도 어린이들은 틈만 나면 원형 극장 옛터에 모여들었다. 그들은 항상 새로운 놀이를 생각해 내었다. 환상적인 세계 여행을 떠나거나, 성곽과 궁전을 짓기 위해 그들에겐 몇 개 낡은 상자와 궤짝만 있으면 충분했던 것이다. 아이들은 여전히 열심히 생각을 짜내 계획을 세우고 서로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요컨대, 아이들은 마치 모모가 여전히 자기네들과 함께 있는 것처럼 행동했던 것이다. 그리고 놀랍게도, 그렇게 생각하니까 실제로 모모가 여전히 거기 있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어린이들은 미래의 인적자원입니다. 미래는 제트기와 전자 두뇌의 시대입니다. 이 모든 기계를 조작할 수 있는 수많은 전문가와 숙련공이 필요할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어린이들한테 내일의 세계를 위한 준비를 시키는 데 우리는, 우리의 어린애들이 몇 해 동안의 소중한 시간을 쓸데없는 놀이로 허송하게 내버려두고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의 문명의 수치요, 미래의 인류에 대한 범죄입니다.”
     
    이 모든 의견은 시간 절약가들에게 기막힌 공감을 자아냈다.
     

    모모의 친구들도 이 새로운 규정의 테두리를 벗어날 수 없었다. 그들은 각기 속한 구역에 따라 서로 갈라져 여러 탁아소에 처박혀졌다. 여기에서 그들이 스스로 놀이를 창안해 논다는 것은 물론 있을 수 없는 얘기였다. 놀이는 감독하는 어른들에 의해 처방되었고, 그것은 한결같이 어떤 유용한 것을 습득케 하는 놀이들이었다. 그러는 가운데 그들은 물론 다른 무엇을 잊어갔다. 그것은 기뻐하고, 열광하며, 꿈을 갖는 일이었다.
     
    점점 어린이들도 꼬마 시간 절약가들의 얼굴을 갖게 되었다. 하라고 시키는 일을 그들은 억지로, 재미없어 하며, 적의를 갖고 했다. 그리고 어쩌다가 혼자 힘으로 처리하도록 내맡겨지면, 전 같으면 떠올렸을 좋은 생각들을 하나도 떠올리지 못하는 것이었다.
     

    - 미하엘 엔데, <모모: 또는 시간 도둑들과 도둑맞은 시간을 인간에게 찾아 주는 꼬마에 관한 야릇한 이야기> (1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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