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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대통령 덴쓰 『電通』 (2/3)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La miseria y el esplendor 2023. 11. 28. 12:33
2012년에 출간된 어떤 책에서 저자 혼마 류(本間龍)는 덴쓰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모습에 대해 다소간 폭로하는 글을 썼다. 덴쓰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도쿄전력의 이익을 위해 덴쓰가 행하는 엄격한 언론 통제에 대해서다. 혼마는 광고대행사 구중궁궐의 외부에 있는 인간이 아니다. 그는 업계 2위인 하쿠호도에서 18년 동안이나 일하고 있었다. 사기죄로 1년 간 금고형을 선고받고 나서 그는 작가 생활에 몸을 던졌다. 처음에 그는 우선 자신의 감옥 체험을 썼고, 이어서 그가 광고 업계에서 보냈던 나날들에 대해 썼다. 그가 언론을 떡 주무르듯 하기 위해 썼던 여러가지 방법에 대해서다. 2012년 그가 저서 <덴쓰와 원전 보도>를 냈을 때 대부분의 언론이 일절 보도하지 않았음에도 이 책은 수 개월 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혼마는 저서에서, 무시할 수 없는 매개자인 덴쓰가 언론을 향해, 원전에 대해 써도 좋은 것과 쓰지 말아야 할 것, 어떤 조건의 경우에 써도 되는가 안 되는가를 암묵간에 지시하고 있는 메커니즘을 자세히 기술했다.
“덴쓰는 특별한 지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일본 원자력 광고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혼마 류 씨는 우에노 역에 위치한 찻집에서 행해진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그렇게 지적했다.
2012년 광고시장에서 지역 기업인 도쿄전력의 광고비는 10위에 그쳤는데 이는 미쓰비시 중공업보다도 아래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직전에 도쿄전력은 200만 유로 이상을 광고에 투입했다. 10개 회사로 이루어진 지역 전력 회사의 광고비 총액은 700만 유로에 달했다.
지난 십수 년간, 특히 몇몇 사고가 잇따르면서 원자력에 대한 의혹이 높아져 갔던 1990년 이래, 도쿄전력과 다른 전력 회사는 TV・라디오 광고와 함께 매체에 직접 내보내는 홍보기사를 증대시켰다.
TV에 이 광고를 집행하기만 해도 다양한 비판을 봉쇄할 수 있다. 대기업은 스폰서로서 토크쇼나 1분기 시리즈 방영물을 통째로 여러 차례 제공한다. 자기 검열은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여기에 이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큐멘터리 방송은 심심찮게 전력 회사의 연합 조직이자 원자력 로비의 중심적인 행위자인 ‘전기사업연합체’에 의해 제작되며, 이 프로그램은 원전 사업의 이점을 홍보한다.
원전 반대의 목소리는 어지간해서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귀중한 스폰서를 잃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래, 야마모토 타로는 그 희생양이 되었다. 그는 탤런트로서 그때까지 스튜디오에 정기적으로 출연했음에도, 반 원전 입장을 표명한 탓에 별안간 TV 업계 그리고 영화계에서조차 ‘페르소나 논 그라타’(비선호 인물) 로 인식되었다. 어제 오늘 시작된 일이 아니다. 훨씬 이전부터 히로세 다카시나 고이데 히로아키 같은 반원전운동의 중심인물들, 베스트셀러 작가는 사실상 TV 스튜디오에 등장하는 일이 없게 되었다. 전 국민이 비로소 심각성을 알게 된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혼마가 고발하는 이러한 ‘언론 지배’는 원전과 관련해서만이 아니다. 그의 저서에서는 토요타의 가속기 페달 불량에 따른 리콜 사건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사건이 일본의 언론에서도 비로소 보도되기 시작한 것은 토요타의 사장이 미국 의회에서 사과한 뒤의 일이다. “광고 대행사가 그들 클라이언트의 기업 이미지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보도를 막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 스캔들은 너무나도 커다란 사안이었고 해외에서도 보도했으므로 일본의 언론은 부득이하게 이를 보도하게 된 것이다.” 라고 혼마는 말한다.
TV 아사히의 권위 있는 보도방송 <보도 스테이션>은 여러 차례 정부 비판을 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례를 제외하면 TV 뉴스 프로그램은 모두 식상하며, 사소한 꼭지들만을 전면에 내세우고, 특정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 관련된 주제는 매우 드물게 다루며, 정부 발표를 그대로, 여과 없이 중계하면서도 국제 뉴스는 재외 일본인에 관련된 경우 말고는 보도하지 않는다.
이러한 민영 언론의 상황 속에서 NHK만이 시청자로부터 직접 수신료를 징수함으로써 이러한 광고 제국의 지배를 면하면서 독립성을 뽐내고 있다. 허나 유감스럽게도 NHK의 상황이 한층 더 심각하다. 모미이 가쓰토 일본방송협회 회장은 NHK가 아베 신조 정권의 나팔수가 되어야 한다고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거듭 단언하고 있다.
200 명의 퇴직자라는 반발을 낸 최근의 선언 와중에 모미이는 NHK의 기자들에게 규슈에서 일어난 지진(2016년 - 옮긴이)과 관련하여, 명확한 정부 공식 발표만을 보도케 했다. 또한 지진이 (수도권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 옮긴이) 열도 남부에만 일어났다고, 일어나는 거라고 믿게끔 축소 왜곡할 것, 그리고 지진이 열도 남부에서 운전중인 원전에 끼칠 위험성에 대해서는 정부 입장에 반할 우려가 있는 독립적인 전문가의 의견을 보도하지 말 것을 엄명했다.
덴쓰는 교도 통신, 지지 통신 등 두 통신사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은 모두 덴쓰의 역사적인 주주인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이 세 회사는 1945년 이전에는 단일한 기업체를 형성했던 것이다. 신문 보도는 TV에 비하면 통제가 어렵다. 이 점에서 덴쓰는 신문에 광고를 낼 수는 없지만, 대신 모종의 ‘부대(附帶)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광고 서비스를 경유하여 언론 감시와 함께 위기관리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간접적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기업 단체가 출판사를 인수하는 행위는 기업이 언론에게 직접적으로 압력을 행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나 일본에서는 압력의 행사가 광고대행사를 거쳐 행해진다. 광고대행사가 언론을 상대로 기업 측을 대리하는 ‘대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마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제가 하쿠호도에 있었을 때 진짜로 그런 일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공장이나 발전소에서 어떤 문제가 일어난다고 칩시다. 언론이 이에 대해 보도하려고 하면 덴쓰가 즉각 개입합니다. 그리고 골칫거리가 되는 신문사의 영업부서에 찾아갑니다.”
딱히 언성을 높인다거나 하는 게 아니다. 지극히 ‘일본식 협상’으로 처리한다. ‘이번 일에 대한 보도를 조금만 자제해 주기를 바라네. 기사를 쓰지 말든가, 아니면 독자 수가 적은 석간에라도 싣는 게 어떻겠나’ 하는 식이다. 신문의 영업부서는 이러한 의중을 편집부에 전한다.
기자들은 이러한 협잡을 꿈에서도 알 수 없다. 다음날이 되면 보도는 아주 자그맣게 다뤄지든지 아니면 끝내 보도되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지면 사정이라는 이유가 붙는다.
하지만 의혹은 무수히 존재한다. 혼마에 의하면 그의 저서가 출간된 후, 많은 기자들이 그를 취재하러 와서 검열 사례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
“제가 알고 있는 사례가 적어도 한 가지는 있습니다. 어느 자동차 제조 업체가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마이니치 신문에 대한 검열을 성공시켰던 사례입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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