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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의 주체란 누구인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5. 22. 12:57
일본 헌법기념일(5월 3일 - 옮긴이)에는 매년 어딘가에서 강연한다. 항상 대체로 ‘헌법은 공어(空語)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헌법에 쓰여져 있는 것은 ‘존재해야 할 세상’에 대한 소망이다. 현실과는 괴리되어 있다. 그럼에도, 그것은 원근법의 소실점과도 같이, 그곳을 목표로 현실을 변성(變成)시켜가기 위한 목표이다.
‘인간은 자유롭고 권리에 있어 평등한 자로 태어난다’는 인권 선언의 말도, ‘모든 인간은 태어나면서부터 평등하며, 그 창조주에 의해 생명, 자유, 그리고 행복 추구를 포함하는 불가침의 권리를 부여받는다’는 독립선언의 말도 모두 공어(空語)이다. 현재 프랑스에도 미국에도 그런 현실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현실과 괴리되어 있으므로 헌법을 바꾸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
‘평화를 애호하는 모든 국민의 공정과 신의를 신뢰하여’ 라는 헌법 전문을 들먹이며 ‘이 세상 어디에 <평화를 애호하는 모든 국민>이 존재하는가. 누구나 자기 이익을 추구하며, 서로 죽고 죽이고 있지 않은가’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럼, 현실을 있는 그대로 서술한 헌법을 제정한 뒤, 그들은 어떠한 세상을 쌓아나가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할 생각인 것인가. 그저 현상을 긍정하고, 현상을 추인(追認)해가는 것을 ‘국시’로 내건 뒤, 무엇을 할 생각인 것인가.
얼마 전 헌법 집회에서는 마지막에 ‘헌법의 주체는 누구일까요?’ 하는 질문을 청중석으로부터 받았다. 필자는 이런 식으로 대답했다.
‘일본국 헌법에 주체가 있다면, 그것은 흰 종이와 연필을 건네받고서 <당신 나라의 헌법을 스스로 제정해 주십시오> 라는 말을 들었을 때 현행 일본국헌법의 조문과 같은 것을 자력으로 써낼 수 있는 사람입니다. 그럴 수 있는 일본인은 아직 없습니다. 앞으로 태어나는 것입니다. 이 헌법을 자신이 발의하고, 자신의 말로 쓰는 일본인이 헌법의 주체입니다. 그러한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은 우리의 일입니다.’
(시나노 마이니치 신문 2023년 5월 6일)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아이키도(合氣道)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원숭이화하는 세상>, <저잣거리의 한일론>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번역자 코너
좋은 글이니 함께 읽어보도록 합시다.
전문
일본 국민은 정당하게 선거된 국회에서의 대표자를 통하여 행동하며, 우리와 우리 자손을 위하여 온 국민의 협화에 의한 성과와 우리 나라 전 국토에 걸쳐 자유가 가져오는 혜택을 확보하며, 정부의 행위에 의하여 다시금 전쟁의 참화가 일어나지 아니하도록 함을 결의하며, 여기에 주권이 국민에 있음을 선언하며 이 헌법을 확정한다. 본디 국정은 국민의 엄숙한 신탁에 의한 것이며, 그 권위는 국민에게서 유래하며, 그 권력은 국민의 대표자가 이를 행사하며, 그 복리는 국민이 이를 향수한다. 이는 인류 보편의 원리이며, 이 헌법은 이러한 원리에 근거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에 반하는 일체의 헌법, 법령 및 조칙을 배제한다.
일본 국민은 항구적인 평화를 염원하며, 인간 상호의 관계를 지배하는 숭고한 이상을 자각하며, 평화를 사랑하는 온 국민의 공정과 신의를 신뢰하여, 우리의 안전과 생존을 보지하리라 결의하였다. 우리는 평화를 유지하며, 전제와 예종, 압박과 편협을 지상에서 영원히 제거하고자 노력하는 국제 사회에서 명예 있는 위치를 차지하고자 한다. 우리는 전 세계의 국민이 모두 공포와 결핍에서 벗어나고 평화로운 가운데 생존할 권리를 지님을 확인한다.
우리는 어느 국가도 자국만을 전념하여 타국을 무시하여서는 아니 되며, 정치 도덕의 법칙은 보편적이며, 이 법칙에 따름은 자국의 주권을 유지하고 타국과 대등한 관계에 서고자 하는 각국의 책임임을 믿는다.
일본 국민은 국가의 명예를 걸고 온 힘을 다하여 이 숭고한 이상과 목적을 달성할 것을 다짐한다.
조문
제1장 천황
제1조 천황은 일본국의 상징이자 일본 국민 통합의 상징이며, 이 지위는 주권을 지닌 일본 국민의 총의에 근거한다.
제2조 황위는 세습되며, 국회가 의결한 황실전범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이를 계승한다.
제3조 천황의 국사에 관한 모든 행위는 내각의 조언과 승인을 필요로 하며, 내각이 그 책임을 진다.
(...)
제2장 전쟁의 포기
제9조 ① 일본 국민은 정의와 질서를 기조로 하는 국제 평화를 성실히 희구하며, 국권의 발동인 전쟁과 무력에 의한 위협 또는 무력의 행사는, 국제 분쟁을 해결할 수단으로서는 영구히 이를 포기한다.
② 전항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하여 육해공군 그 외 전력은 이를 보유하지 아니한다. 국가의 교전권은 이를 인정하지 아니한다.
제3장 국민의 권리 및 의무
제10조 일본 국민이 되는 요건은 법률로 이를 정한다.
제11조 국민은 모든 기본적 인권의 향유를 방해받지 아니한다. 이 헌법이 국민에게 보장하는 기본적 인권은 침해할 수 없는 영구한 권리로서 현재 및 장래의 국민에게 부여된다.
제12조 이 헌법이 국민에게 보장하는 자유 및 권리는 국민의 부단한 노력에 의하여 이를 보지하여야 한다. 또한 국민은 이를 남용하여서는 아니 되며, 항상 공공 복지를 위하여 이를 이용할 책임을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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