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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본 공산당에 기대하는 것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10. 5. 07:00

    이라는 주제로 기관지 ‘아카하타赤旗 신문’의 원고청탁이 왔다. 이렇게 썼다.


    일본공산당에 기대하고 있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모처럼이니만큼 다른 이가 그다지 말하지 않을 법한 것을 쓴다.

    첫째, ‘논리적일 것’ ‘지성적일 것’을 계속 고집하는 정당이 되는 것이다.

    지금 일본 사회는 끝 모를 반지성주의의 소용돌이 속에 퇴락해가고 있다. 아무리 거짓말을 해도, 되는 대로 말해도, 식언을 해도 정치가는 도무지 불이익을 받지 않는 시대가 이제 10여년 가까이 지속되고 있다.

    일본공산당만큼은 이렇게 탁한 세상과 결탁하지 않기를 바란다. 거짓말을 하면 얼굴이 달아오른다. 비논리적인 말을 하려고 하면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러한 ‘옹고집’이 있는 정당이 되기를 바란다. 그런 정당이 한 개 정도는 필요하다.


    둘째, 세계사적인 존재가 될 것.

    이합집산을 반복하는 다른 모든 정당을 보고 있자니, 도대체 그들은 어떤 강령적 과제를 실현하고자 정치를 하고 있는지를 모르겠다.

    일본공산당은 100년 동안, 공산주의 흥망이라는 역사의 한복판에서 일본 고유의 특수한 역사적 조건 하에, 자기 자신의 입장을 결정하고, 언어화하고, 국민의 지지를 결집해야 한다는 곤란한 사업을 짊어져 왔다.

    그 덕에 일본은 마르크스주의 연구와 실천의 축적에 있어서 아시아 제일의 ‘마르크스주의 선진국’이 되었다. 이 사실의 세계사적 중요성을 잊어서는 안 된다. 역사의 풍설을 견뎌온 특정 정당이 존재한다는 것은 일본 정치사를 부감하는 데에 반드시 필요하다고 필자는 본다.

    당명 변경안에 대해서 필자는, ‘공산당’이라는 당명을 유지해주었으면 하는 것이다.

    러시아 혁명 이래 100여년, 전 세계에 ‘공산당’이라는 당명을 내건 정치조직이 연명하고, 활동하고 있으며, 몇몇은 자취를 감추었다. 어째서 어떤 나라에서는 공산당이 살아남았는데 다른 나라에서는 소멸했고, 어떤 나라에서는 표변했는가. 그것을 연구하기 위한 ‘비교 공산당사’라는 학문영역이 있다면, 각기 다른 나라 고유의 정치적 풍토를 이해한다는 차원에서 지극히 유용하리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예전에 ‘미국 공산당사’를 조사한 적이 있다. 이는 이시카와 야스히로 씨와의 공저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에 게재되어 있다.* 어째서 미국에서는 공산주의가 ‘뿌리내리지 못했는가’ 하는 관심에서 알아본 것인데, 미국 정치문화의 특수성을 드러낸다는 점에서 그것은 유효한 시점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처럼 ‘중국 공산당사’도 ‘프랑스 공산당사’도 ‘영국 공산당사’도 ‘인도네시아 공산당사’도 ‘한반도 공산당사’도, 자기들 나라의 고유한 토착 정치문화의 특성을 알아보는 데에 유용할 것이다. 그러한 세계사적 연구의 토대가 되는 ‘일본공산당’이라는 당명은 바꾸지 않아야 한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2021-09-29 08:53)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内田樹)
    1950
    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원숭이처럼 변해가는 세상> <길거리에서 논하는 한일관계론> .

     

     

    출처: http://blog.tatsuru.com/2021/09/29_0853.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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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 각주

    *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의 원제는 若者よマルクスを読もう로서, 2021년 10월 현재, 일본에는 3권까지 나왔습니다(곧 나올 4권은 현재 집필 중).

    한국에서는 1권에 해당하는 <청년이여 마르크스를 읽자>만 현재 시점에서 간행되어 있으며, (제가 기억하기로) 한국어판 1권에는 미국 공산당사 관련 내용이 실려있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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