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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한숙희 <솔직히 말해서 나는 돈이 좋다>인용 2019. 8. 10. 19:23
돈이 나를 키웠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돈이 좋다>, 75~77p, 오한숙희 저)
실직 여성가장들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 가면 나는 ㄱ씨와 은영의 이야기를 꼭 한다. 돈 벌어서 먹고 살아야 하는 가운데 심리적 자립심이 생겨난다는 것이 나만의 경험이 아님을 그들을 통해서 확인했기 때문에 나는 ㄱ씨와 은영이를 증인으로 대는 것이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몸부림치는 가운데 심리적 자립이 싹트는 이치는 오히려 돈 있는 사람들이 가질 수 없는 것이 있음을, 돈 없는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인생의 선물이 있음을 알게 하는 조물주의 공평함일지 모른다.
‘네가 아직 진짜 가난을 몰라서 그런다’고 욕먹을 각오를 하고 말한다. 경제적인 어려움은 지금 내딛는 한발짝 한발짝에 정신차리게 해주는 각성제가 된다고. 가난에 지지 말고 그것을 삶을 독려하는 디딤돌이라 여겨 딛고 일어서라고.
실직 여성가장들은 대부분 위로와 용기를 얻었다고 한다. 인생을 더 사신 분들은 그말이 맞다고 고개를 깊이 끄덕여주신다. 그러나 이것도 해결되지 않는 부분은 ‘나는 그렇다치고 아이들이 걸린다’ 는 것이다. 나는 아이들을 위해서도 돈을 스스로 벌어서 써야 하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지금까지 돈 벌어 쓰는 세월을 지내오면서, 돈 버느라 했던 그 일들이 하나도 어디 안 가고 다 내 안에 능력으로 차곡차곡 쌓여 있음을, 그리고 그것들이 모여 나에게 큰 능력이 되었음을 나중에 알았다.
어쩌면 그런 능력은 밖으로부터 들어온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던 것들이었을 것이다. 돈을 버는 과정에서 깨어나고 드러난 것일 게다. 없는 가운데 무엇을 할 때 우리 속에 있는 잠재능력이 튀어나오게 됨을 나는 생활 속에서 자주 체험한다. 비오는 날 우산을 가져다주지 않는다고 투덜대던 아이가 이제는 비가 와도 우산을 얻어 쓰고 온다. 우산 가지고 온 친구를 집까지 동행했다가 그 우산을 빌려 쓰고 오는 것이다. 돈이 없어서 아이에게 해주고 싶어도 못해 준다고 한숨짓는 부모들에게 ‘물고기를 잡아주기보다 잡는 법을 가르쳐주고 있는 거’라고 말하는 건 위로하려는 뜻이 아니다. 내가 그렇게 자랐기 때문에 자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고 하는 말이다.
남녀노소를 떠나 돈을 스스로 벌어 써야 한다는 것이 서글퍼하거나 팔자 타령을 할 일은 아니다. 돈을 번다는 것의 의미 그것은 정녕 나를 어른으로 만들어가는 담금질의 과정, 어른으로서 나의 순도를 높여가는 제련의 길이다. 내가 이렇게 확언하는 것은 돈이 아니었다면 지금의 나는 없을 것임을 아는 까닭이다.
…
“이모, 주체적인 여자는 어떤 여자일까요?”
“글쎄, 우선 경제적인 능력이 있어야겠지.”
“똑똑한 여자를 그려야하지 않을까요?”
“물론이지. 그 똑똑함이란 게 뭐로 나타나야겠니? 현실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똑똑함 아니니? 남한테 제 입을 의지하지 않고 살아야 한다는 것을 아는 게 첫번째 똑똑함이라고 나는 생각해.”'인용'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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