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 수녀 연구(the Nun study; 수녀들이 사후 기증한 뇌로 하는 치매•노화 연구)라는 것이 있다. 수녀들은 거의 똑같은 식사와 똑같은 생활을 하는데 치매에 걸리는 사람과 치매에 걸리지 않는 사람은 뭐가 다른지를 조사하는 것이다. 이 연구로 운동과 식사에 차이가 없어도 젊었을 때 쓴 작문 실력, 특히 문장의 복잡성과 나이가 들었을 때의 치매 발병률이 상관있다는 결과를 얻었다*. (수녀들은 요약적 전기를 한 쪽씩 쓰는데, 복잡하고 낙관적인 생각을 담아 공들여 문장을 썼던 수녀들이 치매에 걸릴 확률이 낮았다.)" (117쪽)
"고령자의 목에 갑자기 음식이 걸렸을 경우 어떻게 해야 할까? (...) 두 가지 방법이 있다. 하나는 일단 등을 두드리는 '태핑'이다. 등을 두드려서 막힌 것을 빼낸다. 또 하나는 '하임리히 요법'이다. 이물질이 목에 걸린 사람을 뒤에서 안고 흉골 밑을 세게 밀어 올려 토해 내게 하는 방법이다. 태핑에 비해 하임리히 요법이 효과는 크지만 잘못하면 내장이 손상될 위험이 있다. 자신이 없을 때는 태핑을 하는 것이 좋다. 가장 좋지 않은 행동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멍하니 서있는 것이다. (...) 그럼 등은 어떻게 두드려야 할까? 우선 이물질이 목에 걸린 사람을 옆으로 눕히거나 앞으로 살짝 구부리게 한다. 그렇게 하면 이물질을 뱉어 내기 쉽다. 그리고 견갑골과 견갑골 사이를 두드린다. 적당한 세기란 없다. 올바른 방법을 모른다고 멍하니 있지 말고 구급차를 부른 다음 일단 등을 두드려 주자." (229~230쪽)
"먼저 천장을 보고 바로 누운 자세에서 무릎을 세운다. 숨을 내쉬면서 고환이나 질•항문에 힘을 주어 조이고 5초간 유지한다. 그리고 힘을 빼면서 5초에 걸쳐 숨을 들이쉰다. 다음은 네 발로 기어가는 자세를 취한 후 숨을 내쉬면서 고환이나 질•항문에 힘을 주어 조인 채 5초간 유지한다. 마찬가지로 힘을 빼며 5초에 걸쳐 숨을 들이쉰다. 몸의 바깥쪽이 아니라 안쪽에 힘이 들어가도록 신경 쓰자." (257쪽)
"이전부터 마음에 걸리는 것이 하나 있는데 뜬금없지만 그 얘기를 해볼까 한다. 영화 상영 방법에 관한 얘기다. 영화는 상영시간이 2시간 가까이 되는데, 고령자가 화장실에 가지 않고 끝까지 보기는 힘들다. 1시간에 한 번은 화장실에 갈 수 있도록 휴식 시간을 넣는 것이 어떨지. 영화 상영 중간에 쉬는 시간을 넣는 나라도 있다. 그동안 간단한 음식과 음료를 팔 수 있어서 극장 관계자도 좋아한다는 것 같다. 일본은 1시간짜리 티브이 드라마에도 중간중간 광고를 한다. 영화 상영에도 쉬는 시간을 만들면 좋겠다." (259쪽)
"일본은 초고령화 국가다. 위기로 인식하는 사람도 있고, 기회로 받아들이는 사람도 있다. 위기파 중에는 고령자를 나쁘게 말하는 사람도 있다. 노해(老害; 지도자층이 고령화하고 원활한 세대교체가 이루어지지 않아 조직이 노화하는 현상)라는 말을 집요하게 쓰며 고령자를 차별한다. 나는 그들의 견해가 달갑지 않다. 고령자를 많이 상대하고 그들을 좋아하기 때문일 것이다. 고령화 현상을 기회로 받아들여 새로운 나라를 만들면 고령자를 배려하는 초유의 국가가 될 수 있다. 세계가 우리를 주목할 테고, 그리 되면 다른 나라들도 고령자가 살기 좋은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게 될 것 같다. 물론 일본 사회나 세계가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겠지만. 호스피스와 한센병 환자를 위한 시설을 만들고 이스라엘과 팔레스티나의 무력충돌을 일시 중지시켰던 테레사 수녀. 노벨평화상 수상 인터뷰에서 "세계평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하면 될까요?"라는 질문을 받고 수녀는 이렇게 대답했다. "집에 돌아가 가족을 사랑해 주세요." 가족을 비롯한 주위 사람을 사랑하고, 행복해질 수 있도록 행동하자. 이 책을 읽고 도움이 되었다면 자신, 가족, 주위 사람에게 알려 주고, 일의 현장에서도 활용해 고령자가 살기 편한 사회를 만들어 가자." (263~264쪽)
"아무리 예쁘고 귀엽고 성격이 좋아도 입에서 냄새가 나면 고개를 돌리고 싶어진다. 나는 토이푸들을 키운다. 생김새도 귀엽고 쓰다듬어 주면 꼬리를 흔들며 좋아한다. 산책도 잘한다. 그런데 입에서 냄새가 심하게 날 때가 있다. 내 얼굴을 핥으며 애정표현을 하는데 냄새가 심할 땐 얼굴을 떼고 싶다." (143쪽)
"지인에게 물어도, 책이나 티브이를 봐도 말은 한가지다. 고령자에게는 넓은 마음으로 상냥하게 대해라, 이야기를 끝까지 들어줘라……. 하기 좋은 말뿐이다. 그런 말을 들으면 왜 나는 상냥하게 대하지 못할까, 자책하게 된다. '단순히 이야기를 들어 주기만 하면 된다'는 말은 현장을 경험하지 못했거나 과학적•의학적 지식이 없는 사람의 의견이다. 당신은 잘못이 없다." (13쪽)
"운동이라고 하면, 티브이에서 자주 보는 '요양시설에서 하는 놀이'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은데, 생각해 보자. 당신이 나이가 들면 그런 놀이를 하고 싶을까. 고령자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다. 가능한 한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하는 것이 좋다. 꼭 놀이여야 하는 것은 아니다. 무엇이 좋을지 모를 때는 정원 가꾸기 같은 식물 돌보기가 효과적이다. 다소 몸이 부자유스러워도 식물에게 물을 주고 말을 걸게 해 보자. (...) 왜일까? 첫째, 식물 돌보기는 몸을 움직이게 한다. 물을 주는 동작이 운동이 되는 것이다. 둘째, 정해진 시간에 움직이게 한다. 밖에서 일을 하거나 특별한 볼일이 없으면 사람은 하루 종일 집 안에서 빈둥거리게 되어 밤낮을 구별하기 어렵게 된다. (...) 셋째, 자신이 무언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실감한다. (...)" (72~73쪽)
"고령자라고 해서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다. 사물을 기억하는 능력은 떨어지지만 오래 산 만큼 기억하고 있는 양이 많아서, 즉 판단 재료가 풍부해서 판단력은 낮지 않다. 누구나 어릴 때는 아버지, 어머니밖에 모른다. 그러다 차츰 학교 친구의 이름을 외운다. 사회인이 되면 동료, 고객, 매스컴에 등장하는 사람, 업계 유명인사, 거의 만나지 못하는 먼 친척 등 많은 사람의 이름을 알게 된다. 그렇게 노인이 된다. 그때가 되면 지금까지 만난 사람의 이름이 방대해져서 도저히 다 외울 수 없다. 사람 이름만 해도 이 정도니, 사물의 이름까지 포함하면 더 말할 것도 없다." (111~112쪽)
"고령자는 왜 쉽게 속을까? 첫째는 젊은 사람에 비해 장래 일어날 나쁜 일은 생각하지 않고 사물의 좋은 면을 보는 '긍정적 편향'과 관계가 있다. '청소기를 샀는데, 혹시 고장나면 고쳐 줄까?' '나중에 더 좋은 걸 발견하고 후회할지 모른다' 이런 생각은 좀체 하지 못한다. 긍정적 편향은 남은 인생의 길이를 생각하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만일 당신이 1년밖에 살 수 없다면 청소기를 구입할 때 더 좋은 상품이 있는지 시간을 들여서 일일이 확인하고 선택할까? '조금 비쌀지 모르지만 이걸로 하자' 하지 않을까? (...) 실제로 고령자에게 질 나쁜 고액 상품을 강매하려는 사람을 본 적이 있다. 부드러운 태도, 듣기 편한 목소리 톤, 보기 쉽게 정리된 팸플릿. 모든 게 완벽했다. (...) 누구든 쉽게 속일 만큼 전문적인 집단인 경우 치매가 아니어도 쉽게 설득당한다." (200~206쪽)
"지금 당신이 보는 세상, 들리는 소리, 맡는 냄새, 느끼는 맛과 손끝 감각은 나이가 들면 어떻게 변할까? 아침식사 장면을 떠올려 보자.
아침에 일어나고 토스터에 식빵을 굽는다. 잠시 후 구워진 식빵이 '띵' 하고 토스터에서 튀어나왔다. 빵을 꺼내려고 손을 뻗는 순간 금속 부위에 손가락 끝이 닿았다. "앗 뜨거워." 얼른 손가락을 움츠린다. 갓 구운 빵에서는 고소한 냄새가 났다. 버터의 유통기한을 확인하고 한 스푼을 빵에 바른다. 버터 냄새가 식욕을 돋운다. 식빵을 한 입 크게 베어 물자 입안 가득 고소함이 퍼진다.
그런데 나이가 들면 이렇게 바뀐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새벽 4시. 밖은 아직 캄캄하다. 그대로 잠깐 앉아 있다가 빵을 굽는다. 아직인가? 하고 토스터를 봤더니 이미 식빵이 구워져 있다. '띵' 하는 소리가 났을 텐데 들리지 않아서 몰랐다. 토스터에서 빵을 꺼내고 보니 손가락 끝이 화상을 입었는지 빨갛다. 눈으로 보기 전까지 전혀 몰랐다. 빵에서는 별 냄새가 나지 않는다. 버터를 들어 유통기한을 확인하려 했으나 글자가 작아서 보이지 않는다. 괜찮을 거라 짐작하고 한 스푼 떠서 빵에 발랐다. 식빵을 한 입 베어 물었는데 무슨 맛인지도 모르겠고 그냥 씹어 삼킨다는 감각만 느낄 뿐이다." (56~57쪽)
"호흡근 단련은 매우 간단하다. 코로 5초에 걸쳐 공기를 들이마시고 6초 동안 입으로 내뱉는다. 촛불을 끄듯이 내뱉는 것이 요령이다. 펑퍼짐하게 내뱉지 말고 목표물을 향해 내뱉는다. 입이 오므라들기 때문에 폐 주위의 근육에 압력이 가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232쪽)
"1초에 1m를 걷기 위해서는 다리 근육을 단련해야 한다. 스쿼트가 좋다는 건 아는데 고령자는 왠지 부담스럽다. 하지만 가볍게 다리를 굽혔다 펴는 정도의 초간단 스쿼트라면 할 만하다. 먼저, 의자에 앉아 다리를 30도 정도 벌린다. 그 상태로 앞의 책상을 살짝 짚고 일어선다. 이렇게 앉았다 일어서는 것을 5, 6회 반복한다. 달리 말하면, 의자에서 일어서는 동작이다." (128쪽)
"아연이 부족하면 미각 기능이 저하한다. (...) 국민건강영양조사에 의하면 아연 하루 섭취량이 2001년 8.5mg이었던데 비해 2015년은 8.0mg으로 서서히 줄고 있다. (...) 아연 섭취량이 줄어드는 것보다 아연을 체외로 배출해 버린다는 사실이 더 심각하다. 마트나 편의점에서 파는 가공식품에 포함된 식품첨가물(피트산과 다중인산 류)이 원인이다. (...) 아연이 많이 함유된 식품은 굴, 게, 소고기, 간, 달걀, 치즈 등이다. 돼지고기나 닭고기보다 소고기에 아연이 많이 들어 있다. 이 중 소고기와 달걀을 가장 손쉽게 먹을 수 있을 것이다. 소의 허벅살(함박살)의 경우, 얇게 저민 것 2장(100g)이면 7.5mg이다. 1일 필요량은 남성은 9~10mg, 여성은 7~8mg이므로 (...)" (89쪽)
"모든 음식을 싱겁게 하기 어려우면 일부만 싱겁게 간한다. 그렇게 하면 음식 맛에 강약이 생긴다. 나이가 들면 만들어 먹는 음식이 다 거기서 거기다. 맛에 강약이 없고 어느 것을 먹어도 비슷하므로 강약을 주는 것만으로도 다르게 느낄 수 있다." (86쪽)
"난청을 예방하고 개선하는 데는 먹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마그네슘을 신경 써야 한다.** 일본인의 마그네슘 하루 권장량은 남성 320mg, 여성 270mg이다." (38쪽)
"나는 안과의사다. 안과는 고령자가 많이 찾는 곳이다. 10년간 10만 명이 넘는 노인을 진료하다 보니 고령자의 눈뿐 아니라 귀, 코, 입, 팔, 다리 등 많은 부위의 노화 실태를 보게 되었다. 나는 고령자가 주위를 난처하게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규명하고, 그런 행동을 줄이기 위해서 고령자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 알고 싶어 해외 최신 논문과 국내 자료 및 문헌을 훑어보았다. 환자에게 도움이 될까 하여, 정보를 알기 쉽게 설명하는 방법을 다루는 '진료 커뮤니케이션'도 연구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축적한 경험과 지식을 정리한 것이 이 책이다. 내가 알기로 고령자 관련 책은 치매나 노인 심리에 관한 것뿐이다. 신체의 세부적인 부분까지 다룬 책은 아직 보지 못했다. 이 책에는 모르면 손해인, 현실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해결책이 담겨 있다. 이렇게 말하는 나도 '노화의 정체'를 몰랐을 때는 나이 많은 환자를 자주 언짢게 했다. 어떻게 대해야 할지 몰랐던 것이다. 그때마다 문헌을 읽으며 독학으로 대처 방법을 탐구하고 실행해 보았다. 의대와 의료 현장에서는 지식과 기술을 가르칠 뿐 환자를 대하는 방법은 알려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본에는 쌀쌀맞은 의사가 많지만…." (11~12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