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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계와 일본의 앞날을 내다보기 위한 교양서적 10선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5. 12. 09:54

    주간 토요(東洋) 경제지로부터 의뢰받은 기사를 재수록.

     
    세계의 내일을 전망하는, 일본의 내일을 전망하는 기준으로써의 '교양서' 를 선정해보려고 했는데, 국제 정세 분야에서 통찰을 보여주는 책은 마땅한 것이 없었다. 일찍이 새뮤얼 헌팅턴 <문명의 충돌>, 프랜시스 후쿠야마 <역사의 종언> 등 거시적 관점에서 세계정치를 논한 책이 있었다. 지금은 그와 같이 30년 내지 50년에 걸쳐 세상을 예견하는 인물을 더는 찾아볼 수 없다. 인구통계나 환경문제 등 사회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끼치는 요소들을 고려했을 때, 정치보다는 경제와 관련된 책에 설득력 있는 내용이 많다.

    글로벌 자본주의가 끄트머리에 다가섰다는 점에 많은 이들이 동의하고 있다. 이미 국면은 자본주의의 폭주를 어떻게 막을 것인가, 어떻게 연착륙할 것인가 등의 기술적인 논의로 전환되었다. 그러한 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 가운데 일반 독자가 수월하게 읽을 수 있는 것을 골랐다.

    실은 <자본론> 을 고르려고 했으나, 유감스럽게도 '읽기 쉬워야' 하는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대신 사이토 코헤이 <지속 불가능 자본주의> 를 천거한다. 세계사적 스케일로 보다 큰 그림을 그려내 보이고 있다. 젊고 기운찬 사람이 아니면 쓸 수 없는 책이다.

    글로벌 자본주의 시대를 마감해야만 한다는 그의 확신이 근거하고 있는 바는 환경 파괴와 관련해 느끼는 강한 위기감이다. 단적으로 환경이 파괴될 리스크라는 관점은 지질학적인 타임 스팬을 통해 보지 않으면 자각이 잘 안 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특정 회계기간 상의 이익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는 아무런 흥미거리도 불러일으키지 못할 논점이다. 그런 사람은 아마 5페이지도 채 못 읽고 책을 내던져버릴지도 모른다.

    미즈노 가즈오 <자본주의의 종언과 역사의 위기> 는 경제사적인 타임스팬에 입각하여, 중세부터 지금까지의 금리 변동 등의 추이를 살펴본 뒤 자본주의의 종언이라는 예측으로 결론짓는다. 통계 데이터에 기반해 담담히 자본주의의 목숨줄이 다 되어갈 수밖에 없는 필연성을 논하고 있다. <우자와 히로후미의 경제학> 도 지속 가능한 공동체를 어떻게 구축 유지할 것인가의 문제의식을 관철하고 있다. '공유지(커먼)의 재구축' 이 한시가 급한 주제라는 점은 독자 제현이 익히 알고 계시리라고 생각하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우자와의 '사회적 공통 자본' 개념은 커먼의 의의를 이해하는 관점에서 필수적이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농촌 인구를 더욱 늘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경우, 농촌 인구 비율은 전체의 20~25%가 적당하다는 주장에 가슴이 덜컥했다. 명약관화하게 지난 10년 동안 젊은 사람들이 지방 이주를 착실하게 진행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이 직감의 올바름을 현실이 증명해주고 있는 셈이다.

    하라카와 가쓰미 <주식회사의 세계사> 는 자본주의의 통사를 다루고 있다. 주식회사라는 기업형태가 언제, 어떠한 경위로 생겨나 자라면서 변질되어 현대 자본주의 사회의 참혹상과 연계되는지를 거대한 스케일로 조명하고 있다. 그의 책이 재밌는 점은, 자본주의의 통사를 써 내려가면서 마르크스 텍스트를 원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의 책이나 주장을 기업 경영자들도 수용할 수 있는 데에는 아마 그런 이유가 있을 터다. 이러한 '마르크스를 인용하지 않는 맑스주의자' 는 자본주의를 입체시하는 데 있어서 귀중한 존재이다.

    데이비드 그레이버 <불쉿 잡> 은 일독하고 난 뒤 참으로 통쾌한 책이었다. 지금 일본은 세계적으로 봤을 때도 지독히 생산성이 낮은 국가가 되어버렸는데, 가장 큰 이유는 '의미 없는 일' 에 급급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노동자들은 매일 엄청난 업무를 해나가며 피로에 짓눌리고 있으나, 이들 일의 과반수는 어떠한 가치도 산출해내지 않는 '허튼 직무' 인 것이다.

    지난 1년 간 재택근무의 도입으로 많은 수의 '불싯 잡' 이 드러났다. 장거리 통근도 건성건성 때우는 회의도, 사실은 '할 필요가 없는 일' 이었다는 것을 사람들이 알게 되었다. 자신들의 일을 새롭게 바라볼 참신한 개념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단연 획기적인 저서라고 본다.

    감염병 팬데믹과 인공지능 도입에 의해 고용형태가 대폭 변화된다. 앞으로 업종에 따라 대량으로 일자리가 사라진다. 예를 들어 자동차에 자율운행 체계가 표준 장착되면 트럭 운전기사는 직업을 잃는다. 이를 두고 '시대에 뒤처진 업계를 선택한 개인의 책임' 으로 떠넘겨서는 안 된다. 짧은 기간동안 실업자가 속출하는 상황에서 사회질서를 유지하고 시장 규모를 유지하기 위해서라도 기본소득이나 직업훈련 등이 필수적인데, 정부나 지자체가 맡아야 하는 일이다. 대량실업에 어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를 수년 전부터 미국에서 열심히 해 왔지만, 일본에서는 그다지 활발히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코로나로 인해 타격을 입은 산업에 속한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일본 역시 생활지원과 재취업 시스템을 설계하는 일이 긴급한 과제일 것이다.

    브레이디 미카코 <아이들의 계급 투쟁> 을 필자는 사회복지제도의 운영 향방을 논하는 의미에서 읽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로 세계에 유례가 없는 고도 복지 사회상을 자랑했던 영국은, 대처 시절에 '모든 것은 시장원리' 라는 사상으로 전환했다. 그러한 제도개혁에 의해 영국 사회에 무엇이 일어났는가. 특히 노동자 계급보다 더 아래에 위치한 '언더 클래스' 계층에 일어난 가슴 아픈 사례를 이 책은 생생히 고발하고 있다. 일본이 사회복지제도를 개편하고 있는 상황에서 참고할 만한 귀중한 지견이 들어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제도 수혜자에게 그 대가로 굴욕감이나 자기비하를 결코 요구하지 않는 것' 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다음으로 히라타 오리자 <내리막을 조심스레 내려가다> 를 꼽겠다. 일본이 앞으로 살아남기 위해서는 교육, 의료, 관광, 예술 영역에 자원을 집중해야만 한다고 그는 논지를 전개한다. 예로부터 일본이 자랑하는 '장인 정신' 의 힘이 이제는 많이 약해졌지만, 몇몇 영역에는 아직 강점이 남아있다. 일본의 국력이 쇠락해가고 있는 와중에, 저출생 고령화로 인해 인구통계가 V자 회복할 리는 없다. 하지만 일본 열도는 온난 기후대, 비옥한 토지, 맑은 물, 다양한 동식물 생태계가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이러한 자원을 최대한 활용하면, 평온한 중소규모 국가로 오래 살아나갈 수 있다. 그러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후퇴전' 에 임하는 게 역사적으로 일본인에게는 참 어려운 일이었다. 과연 '내려가는' 전환을 할 수 있을 것인가. 그렇게 하지 못하면, 일본에 미래는 없다.

    <평화헌법 입문> 과 <주권자 없는 나라> 는 모두 일본의 통치기구가 갖고 있는 근원적인 '뒤틀림' 의 유래를 분석한 책이다. 모든 나라는 각자의 고유한 '뒤틀림' 을 내포하고 있다. 일본은 일본대로, 미국은 미국대로, 중국은 중국대로 모순과 갈등이 있다. 그것이 국민의 집단적 의식과 행위를 규정한다. 코로나 사태에서 일본 정부가 보인 무능함이나 도쿄올림픽 개최 고집 등은 통치자의 개인적 자질이라는 것 이상의 구조적인 '뒤틀림' 의 귀결이다.

    전후 일본의 통치기구는 설계 시점에서부터 근원적인 '뒤틀림' 으로 짜여져 있다. 일본의 병리적 양태는 거의 그 증상이다. 이 현상과 원인을 뚜렷이 분석한 것이 이 두 책이다.

    일본국 헌법은 태고적부터 존재한 천황제라는 제도와 근대적인 입헌 민주주의라는 '상극의 조화' 통치원리를 껴안고 있다. 가토 노리히로 <평화헌법 입문> 은 일본국 헌법 제정 프로세스를 정밀하게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써, 이 '뒤틀림' 의 도입이 미군정 점령 정책에 있어서 얼마나 합리성이 있었는지를 자세히 묘사하고 있다. 가토 씨의 때이른 작고로 인해 속편이 나올 수 없는 것이 안타깝다.

    시라이 사토시 <주권자 없는 나라> 는 날카로운 논객의 최신간이다. 그다운 명쾌한 논리와 수사로, 근대 일본 통치기구의 난맥상을 해부해나가고 있다. 대미 종속은 패전국 일본에게 있어서 그 이외의 선택지가 없었던 방향이었지만, 전후에는 잠시 동안 '대미 종속을 통한 대미 자립을 이룬다' 는 명확한 국가적 목표가 있었다. 그것이 어느 시점부터 내팽겨쳐졌다. 그리고, 대미 종속 그 자체가 자기목적화된 기형적인 통치기구가 만들어졌다.

    대미 종속이란, 일본의 국익보다 미국의 국익을 우선적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정치가, 관료, 저널리스트 등이 지도층을 점하는 정치체제인 것이다. 지도자들 뿐만이 아니고, 대다수 국민들까지 '미국에게 사랑받는 것' 을 최우선의 국민적 과제라고 믿어 의심치 않고 있다. 그러한 속국적인 마인드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에 대해, 저자는 불을 뿜는 듯한 문장으로 말한다. 테마는 무겁지만, 문체는 산뜻하다.

    마루야마 마사오 <일본의 사상> 은 60년도 훨씬 전에 쓰여진 것이지만 일본의 현 상황과 과거를 생각해 봄에 있어서, 일본인의 집단적인 사고가 갖고 있는 경향을 알고 싶을 때 주저 없이 손에 드는 저서이다.

    뛰어난 '일본문화론' 은 몇 가지 고전적 명저가 있어서, 한 권만 고르는 게 솔직히 어렵다. 될 수 있으면, 가와시마 다케요시 <일본인의 법의식>, 도이 다케오 <어리광의 구조>, 기시다 슈 <게으름뱅이의 정신분석>, 루스 베네딕트 <국화와 칼> 등을 차례대로 읽어볼 것을 권한다. 뛰어난 일본론은 우리들 일본인이 얼마나 기묘한 민족지적 편견 가운데 세상을 바라보고, 생각하며, 느끼고, 판단하는지를 가르쳐준다.

    (2021-05-06 09:07)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1950년생.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원숭이화하는 세상> <길거리의 한일론> 등.

    출처: http://blog.tatsuru.com/2021/05/06_090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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