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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동섭 저 우치다 타츠루 연구서에 대한 추천문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1. 5. 1. 19:17

    【감사의 말씀】

    박동섭 선생이 나에 대한 책을 쓰게 되었습니다. 자신에 대한 일종의 '연구서' 가 출판된 것입니다. 오랫동안 문필계에 있었던 인간으로서는, '연구대상' 이 되었다는 사실이, 참으로 감격스럽고 또한 명예로운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우선 그러한 작업을 위해 애써주신 박 선생의 후의에 진심으로 감사의 말씀을 올립니다.

    나의 책은 박 선생을 필두로 하는 번역자들 덕분에, 상당히 많은 한국어 번역이 이루어졌습니다. 아마 30권을 넘었지 않았나 합니다. 10년하고도 조금 더 되는 동안 30권이라는 것은, 작금의 한일관계를 생각해 봤을 때 제법 예외적인 숫자라고 봅니다.

    더욱이, 내 책을 이렇게나 번역해준 곳은 한국 뿐입니다. 중국과 대만에서 몇 권이나마 중국어 번역이 되어 있기는 하지만, 단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내 책이 서구에 번역된 사례는 없습니다.

    일본에서는 '글로벌하게 활동하는 작가' 란 보통 '영어로 발신하는 사람' 을 의미합니다. 영어 화자가 수신해줄 만한 형식으로, 영어 화자가 관심을 가질 컨텐츠를 발신하는 것, 그것이 일본에서 통속적으로 이해하는 '글로벌' 이라는 것의 실체입니다. 대개 일본인은 아시아인들을 '받는이' 로 삼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내 책이 한국에서 잔뜩 번역된 사실을 일본의 언론은 한 번도 다룬 적이 없습니다. 한 번도.

    그러고 보니 예전에 대만 담강대학(淡江大學) 이라는 곳에서 무라카미 하루키에 대한 수업을 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대학에는 '무라카미 하루키 연구센터' 가 있어서, 그곳이 나를 초빙한 것입니다. 연구소의 선생님은 "하루키에 특화된 연구소가 있는 대학은 전 세계에 우리밖에 없습니다" 라며 자랑했습니다. 그런데도 나는 초대받을 때까지 대만에 그런 연구소가 있는지 몰랐습니다. 일본의 언론이 연구센터의 존재를 보도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시아 이웃 나라들이 일본 문화를 어찌 수용하고 있는지에 대해 일본인이 두는 무관심은 거의 '병적' 이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이 '병' 은 일본의 뒤틀린 대미 종속관계와 함께, 과거에 이웃나라를 침략했던 역사로부터 눈을 감으려는 역사수정주의적 경향이 가져다준 것입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병' 을 치유하지 않는 한 일본에 미래는 없다, 고도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작업은 일본인 혼자서만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아시아 이웃 나라 여러분의 협력 없이는 이루지 못하리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박 선생의 이 책으로 말미암아, 단순히 한국 분들이 내 책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데에 그치지는 않으리라고 나는 생각합니다. 지금 한국과 일본 사이의 '뒤죽박죽 엉킨 채 경직된' 관계를 조금이라도 느슨하게, 피가 통하게 하는 데 일조하리라고 나는 믿습니다.

    (2021-04-29 10:14)


    【추천사】


    박동섭 선생이 <우치다 선생에게 배우는 법> 이라는 책을 한국에서 출판하게 되었다. 나와의 만남과 교유에 관한 비교적 개인적인 에세이인 것 같다. '추천문' 의뢰가 있어서 써 보냈다.


    박동섭 선생이 나와의 만남에 관한 것, 나에게서 배운 것을 책으로 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나와 만났던 것은 움직일 수 없는 객관적 사실이기는 하지만, 나의 책에 대해서 혹은 나 자신으로부터 무엇을 배워 인간적 성장을 이루었는지를 말하는 것은 조금 곤란합니다.

    박 선생이 배운 것은 박 선생 자신에게 일어난 일이므로, 실은 내가 그렇게까지 관여하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배움의 여러 사례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일입니다만, 제자는 스승이 가르쳐주지 않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것을 나는 '교육의 기적' 이라고 부릅니다.

    스승(멘토) 이란 제자의 지적 활동을 활성화시켜, 돌파(브레이크스루)를 지원하는 일종의 기능인 것입니다. 어떤 이의 스승이 되기 위해 필요한 자질이나 능력이란 것은 없습니다. 우연한 계기가 사람의 지성을 활발히 작동케 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게 해버리는 일이 일어납니다만, 그때 '우연' 을 제공해 준 사람을, 무엇인가 배운 학습자는 '스승' 이라고 단정합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 '스승' 되는 자는 딱히 무엇을 가르쳐준 게 아닙니다. 사람이란 자기가 묻고, 자기가 대답하는 자이기 마련이니까요. 누구도 해답을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스승의 일은 '선생님, 이 질문에 대한 답은 이것이지요!' 라는 제자의 성급한 물음에, 빙긋 웃으며 '그럴 수도 있겠지' 라고 대꾸하는 것일 뿐입니다. '그게 맞다' 와 '그건 아니다' 라는 것을 동시에 제자에게 일러줄 수 있으면, 스승으로서 충분합니다. 비교적 간단한 일입니다.

    박 선생이 내게 배웠다고 생각하는 것은, 박 선생 자신이 손수 마련한 것입니다. 그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 말해도 박 선생은 '아이고, 아닙니다. 틀림없이 우치다 선생이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라고 우기겠지요.

    그래도 괜찮습니다.
    공자는 '술이부작(述而不作)' 을 말했습니다. '내가 지금 말한 것은 전부 선현으로부터 전해 들은 것일 뿐이지, 내 오리지널한 지견이 아니다' 라는 의미입니다. 하지만 실제로는 '논어' 에 쓰인 것들의 다수는 공자의 오리지널이었습니다. 자, 그럼 어째서 공자가 이런 말을 했느냐면, '선인의 지혜를 받아 적는 이' 의 입장이야말로 조금은 더 지성을 활성화하기 위해 설만한 자리라는 것을 공자 자신이 알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박 선생도 경험적으로 이 사실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치다 타츠루의 제자' 라는 가설적 입장을 택한 것입니다.
    박 선생의 이 전략이 결과적으로 잘 풀린 것으로 보입니다. 그건 박 선생이 그동안 낸 노작의 다양성과 풍성함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박 선생이 앞으로도 거듭 활약하기를 빕니다.

    (2021-04-30 09:17)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1950년생.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원숭이화하는 세상> <길거리의 한일론> 등.

    출처:
    http://blog.tatsuru.com/2021/04/29_1014.html
    http://blog.tatsuru.com/2021/04/30_0917.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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