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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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드라이브 마이 카>의 독창성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21. 17:45
아카데미 국제장편영화상을 수상한 영화 와 관련해 ‘이 영화의 매력은 무엇입니까’ 라는 인터뷰를 받았다. 이미 여러번 말했지만, 이 영화의 뛰어난 아이디어라고 생각하는 점은, 체호프의 를 다국어(일본어, 한국어, 중국어, 수화 등)로 상연하는 무대의 연습을 축으로 이야기가 진행된다는 설정이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원작에서도 주인공 배우 가후쿠가 의 대사를 차 안에서 카오디오로 들으며 연습하는 장면이 있는데, 연습 장면과 결과인 무대를 집중 조명한 점이 이 영화의 독창성이다. 하는 설정에는 독특한 리얼리티가 생겨난다. 그렇다 함은 연기력이 부족한 연기자가 명배우를 연기하는 것은 원리적으로 불가능하기도 하거니와, 도리어 연기를 잘하는 연기자가 자칫 발 연기를 연기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그렇게 된다면 ‘명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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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워즈>와 <스가타 산시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19. 20:36
젊은이들로부터 가끔 ‘고민 상담’ 이메일이 온다. 시간이 허락하는 한 답장하고 있다. 저번에는 영화 와 불교 사상의 관계를 자유 연구 과제로 하고 있는 대학교 1학년생으로부터 문의가 도착했다. 에 나오는 사제관계는 일본 무도(武道)의 사제관계와 통하는 것입니까 하는 질문이었다. 필자는 이렇게 대답했다. 아시다시피 조지 루카스는 구로사와 아키라의 엄청난 팬으로서, 구로사와를 향한 오마주가 여기저기에 아로새겨져 있습니다. 에서의 중심적인 사제관계는 루크 스카이워커와 요다, 오비완 케노비와 아나킨 스카이워커 이렇게 두 쌍입니다. 아마 오리지널은 구로사와의 일겁니다. 야노 소고로와 스가타 산시로의 관계가 루크와 요다이고, 무라이 한스케와 히가키 겐노스케의 관계가 아나킨과 오비완에 투영되어 있다고 보시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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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레퓌스 사건과 반유대주의 음모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6. 1. 20:13
로만 폴란스키 감독 작품 (J’accuse, 2019)의 공식 팸플릿에 짧은 글을 싣게 되었다. 이 영화의 일본 배급 과정에서 필자가 자막 검수 작업을 통해 협력하였다. 곧 개봉하므로 부디 봐주셨으면 한다. 그 전에 우선 드레퓌스 사건이 어떠한 역사적 문맥 상에 위치하고 있는 역사적 사실인지에 대해 조금이나마 설명해본다. 로만 폴란스키는 소년 시절 나치 점령 하의 폴란드와 프랑스에서 ‘유대인 사냥’과 조우하게 된다. 그는 살아남았지만, 모친은 아우슈비츠에서 희생당했다. 홀로코스트로 600만 명의 유대인이 목숨을 잃었다고 한다. 정확한 사망자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이 영화는 1895년 1월 5일에 있었던 드레퓌스 대위의 군적(軍籍) 박탈식 장면에서 시작한다. 이날 있었던 일로 인해, 50년에 걸친, 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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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즈 야스지로 일본판 해설서 (1~10, 우치다 타츠루)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0. 8. 16. 20:22
(옮긴이 주- 오즈 야스지로 팬페이지 http://ozu.kr 운영자님께 감사드립니다.) 오즈 야스지로 단상 (1) 내년도(2021년) 대학에서 다시금 영화론에 대해 강의하게 되었다. 영화 한 편을 보고서, 거기에 대해 약 한 시간 논하는 강의를 세 번. (1962) 은 금방 결정했지만, 다음 두 편을 정할 수 없었다. 결국 오카모토 기하치의 (1960)와 스탠리 큐브릭의 (1964) 이렇게 세 편 골랐는데, '영화에서의 전쟁과 군대' 라는 테마로 한데 묶이게 되었다. 오즈 감독에 대해서 예전에 써 놓은 것을 찾아 읽어보려고 훑어보니 10년 정도 전에 오즈 야스지로 DVD 전집이 발매되었을 때 해설서에 써둔 것이 나왔다. 그 이후로 단행본으로 나온 적이 없는 문장이어서, 기념으로 게재해 둔다. 전부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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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레이 베이>(2018) 영화평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0. 7. 11. 19:50
영화 (2018) 을 위한 코멘트를 부탁받았다. 2018년 9월에 쓴 것.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세이에서 반복해 "나는 오컬트적인 현상에 관심을 거의 갖지 않는 인간이다" 라고 쓰고 있다. 서문에서도 그렇게 밝히고 있다. "완전히 믿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 게 있어도 별로 상관없다고까지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그런 것과는 상관 없이, 적잖은 수의 불가사의한 현상이 내 자그마한 인생 이곳저곳에 빛깔을 더하는 것이다." '있어 마땅한 것' 이기 때문에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에는 더없이 빈번하게 유령이 등장한다. 그렇지만, 그것이 무라카미 하루키적으로는 인생에 색채를 더하기는 하지만, 더는 삼키기 힘든 현실에 불과한 것이었다. 가와이 하야오와의 대담 때, 무라카미 하루키는 에 나오는 다양한 초현실적인 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