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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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도: 데이비드 린치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5. 1. 17. 16:07
데이비드 린치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무척이나 좋아하던 영화제작자였다. 그래서 내가 데이비드 린치 감독 필모그래피 중 가장 좋아하는 두 작품에 대해 써놓았던 것을 채록한다. 아마 20년 전쯤에 아시야 역 앞으로 이사 가서 살았던 무렵의 글이다.(아시야 시내 ‘라포르테’ 근처에 사셨던 이때가 또 마침 『망설임의 윤리학』, 『여자는 무엇을~』 등 길이 남을 명저를 잇달아 집필하셨던 시절이었답니다. 여기나 이곳 역시 AI 번역을 통해서라도 부디 💁 읽어보시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 옮긴이) 『로스트 하이웨이』 (Lost Highway by David Lynch: Bill Pullman, Patricia Arquette, Balthazar Getty, Robert Blake, Natasha Gregs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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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후쿠다무라 사건』(2023) 평론 - 우치다 타츠루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2. 27. 17:18
어떤 매체가 영화 『후쿠다무라 사건』에 관해 얘기해 달라고 하였기에, 이런 걸 말했다. 관동대지진 때에 일어났던 학살 사건을 그린 영화 『후쿠다무라福田村 사건』이 상영되고 있다. 필자는 이 영화 제작과 관련해 크라우드펀딩 후원을 통해 참여한 바 있으며, 또한 작품을 응원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 영화를 한 명이라도 더 많이 보아주기를 바라고 있다. 이 작품은 옴진리교를 그린 『A』, 『A2』, 『FAKE』 등 양질의 다큐멘터리를 두루 다루어 온 모리 다쓰야 감독의 첫 번째 상업 영화이다. 필자가 크라우드펀딩에 참여하게 된 까닭은, 언급하기에 까다로운 소재를 엔터테인먼트 작품으로 찍고자 했던 모리 감독의 야심을 장하게 여겼기 때문이다. 후쿠다무라 사건이란, 1923년 9월 1일에 발생했던 관동 대지진 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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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폭탄의 표상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0. 13. 12:00
일본의 인터넷 상에서 최근 개봉된 영화 에 히로시마・나가사키에 핵을 투하하는 장면이 포함되지 않은 것이 논란이 되었다. 에서도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마찬가지로 원자폭탄을 다룬 연출을 맡았다. 그 영화에서 배트맨은 고담시 시민들을 지키기 위해 원자폭탄을 도시로부터 6마일 떨어진 ‘안전한 해상’에 투기(投棄)한다. 하지만 배트맨과 시민 모두 피폭된 낌새는 보이지 않는다. 에는 네바다 원자폭탄 실험장을 헤매던 존스 박사가, 카운트다운 소리가 들리자마자 모델하우스의 냉장고에 몸을 숨긴다. 이에 따라 그는 핵폭발의 와중에도 다소의 타박상을 제외하고는 무사했다. 어째서인지 미국 국민은 핵무기라는 것을 ‘크기가 좀 커다란 폭탄’ 정도로 여기고 있는 듯하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탄두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의 국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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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영감님, 왜 이런 영화를 만드셨어요?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8. 29. 17:07
저자 소개 :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저서 , , 등. 필자는 미야자키 하야오 영화의 꽤나 열렬한 팬이다. 이제까지 미야자키 하야오 작품에 대한 영화평을 몇 가지 써 왔다. 미야자키의 작품을 보고 난 뒤에는, 언제나 말하고 싶은 게 용솟음치는지라, 말하지 않고서는 못 배기는 것이다. 이번 에 대해서도, 무언가를 말하지 않고서는 못 배긴다는 점에 변함은 없지만, 그것은 여태처럼 자신이 보았던 영화에 대해 말함으로써 '한층 깊은 유열(愉悅)'을 끌어내기 위함이 아니다. '이 작품은 도대체 어떠한 작품인가'를 무언가 말로 해보지 않으면, 자신이 무엇을 보았는가를 잘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이제까지의 미야자키 작품이라면, 이야기는 완결되고, 마지막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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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상의 바비 Barbie 랜드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8. 28. 11:24
화제의 영화 (2023)를 보고 왔다. '화제' 라곤 해도, 인터넷 상에서만 그렇다는 것이지, 아직 일반 매체에서는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다. '바비 인형' 할 때의 그 바비 이야기다. 판타스틱한 꿈속 나라 이야기라고 여길 사람이 간혹 있을 게다(필자도 예고편을 봤을 땐 그랬다). 한데 엔터테인먼트 영화라는 겉모습과는 정 반대로, 실제로는 이게 미국의 젠더 구조를 예리하게 고찰해 낸 작품이었단 사실에 적잖이 놀랐다. 시간의 흐름이 멈춘 '바비 랜드'에서 주민들은 만고불변한 자신들의 성역할에 안거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떤 바비 한 명에게 위기의 조짐이 나타난다. 바비 랜드의 평온을 되찾기 위해, 바비는 '현실 세계'로의 여행을 떠난다. 허나, 여행에 따라왔던 보이프렌드 인형 '켄'은 현실사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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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괴물>(2023) 일본 공식 팸플릿 해설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6. 7. 13:26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은 얼마 전 칸 영화제에서 상영되었는데, 각본을 쓴 사카모토 유지 씨가 같은 영화제에서 각본상을 수상했다. 운 좋게도, 필자는 이 영화의 공식 팸플릿에 해설을 기고하게 됐다. 축의(祝意)를 담아 블로그에 게재한다. 괴물을 제어하는 주체 사람은 누구나 자기 안에 한 마리 ‘괴물’을 기르고 있다. 필자가 그 사실을 알게 된 것은 반 세기 정도 전에 일본에서 일어난 학생 운동의 와중에서였다. 당시 캠퍼스는 종종 ‘무(無) 경찰 상태’가 되었다. 어떠한 막심한 짓을 해도 형사벌(刑事罰)을 받을 리스크가 없는 상황이 되면, 폭력성을 자제할 수 없는 사람이 있다. 그것도 적지 않게 있다는 점을 필자는 그때까지 알지 못했다. 보통 때는 ‘평범한 사람’같은 얼굴을 하고 있던 학생의 형상이 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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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느 가족>(2018) 해설 (일본 공식 팸플릿)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5. 17. 11:04
‘이 영화의 주제는 무엇인가?’ 라는 물음을 만든이에게 제기하는 것에는 그다지 의미가 없다(필자가 말한 게 아니고, 롤랑 바르트라는 사람이 60년 정도 전에 그렇게 선고한 것이다). 그 이유는, 만든이는 영화를 완전히 통제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영화 가운데에는 감독이나 각본가가 ‘이 영화의 주제는 무엇인가?’ 하는 물음에 답을 일러줬던 것과는 그다지 관계가 없는 것이 반드시 여러 겹 어른어른거리기 때문이다. 그것은 소도구나 장식이기도 하고, 배우의 분장이나 의상이기도 하고, 지나다니는 자동차의 차종이기도 하고, 생활 소음이기도 하고, 등장인물의 배역명이기도 하다. 그것들은 영화의 표층에 여봐란듯이 노출되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째서 그것이 거기에 있는 것인가, 꼭 그래야만 했는가 하는 질문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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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신 들린 미국 (<소프트 앤 콰이어트> 팜플렛)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3. 20. 21:28
전 세계 어디에나 증오발언은 존재하지만, 미국에서의 ‘차별’과 ‘폭력’의 돌출만은 ‘병적’이라고 형용해도 좋을 것이다. 링컨 대통령이 노예 해방령 선언을 발령한 것은 남북전쟁 중인 1863년이다. 하지만, 인종차별은 사라지지 않았다. 남북전쟁 후 한 시기에는, 남부의 주에서도 흑인 정치가가 속속 등장하고, 흑인 의원이 주 의회의 과반수를 점하는 주조차 있었지만, 나중에 무시무시한 백래시가 찾아왔다. 북군의 철수와 동시에 남부의 주에서는 공립 학교에서의 인종 분리, 공원, 레스토랑, 호텔 등 공공 시설의 사용 금지 및 제한, 식자(識者) 능력 시험 부과에 따른 투표권의 제한 등, 흑인을 배제하기 위한 여러 주법(州法)이 제정되었다 (‘짐 크로우 법’ 이라고 총칭된다). 우리는 노예 해방 선언 뒤, 완만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