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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우에시바 모리헤이와 구마노의 힘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7. 24. 20:29

     

    구마노 고도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지 어언 20, 이를 기념하기 위해 다나베 시에서 심포지엄이 열렸다. 여기서 ‘아이키도 開祖 우에시바 모리헤이 옹 그리고 구마노의 힘’이라는 연제로 강연을 할 기회가 주어졌다. 마침, 우에시바 선생이 다나베 출신 인물이기에 더욱 그러하였다. 구마노의 바다와 산이 에워 키운바, 구마노의 영기를 비강에 가득 채우며 성장하신 것이다. 미나가타 구마구스가 이끈 신사합사 반대운동에도 분주히 힘쓴 덕에, 오늘날 구마노의 자연과 전통이 고스란히 남아있게 되었다.

     

    따라서 선생이 완성하신 아이키도에 구마노의 지역성이 깊이 관련되어 면면이 이어오는 것이 당연하다. 그럴진대, 아이키도 주쓰의 리()와 구마노가 발하는 영력 사이의 관계를 설명한다는 게 그리 용이한 업()만은 아니다.

     

    승부를 다투지 않고 강약에 매달리지 않고, 빼어남과 투박함, 더딤과 빠름을 비교하지 아니하겠다는 아이키도의 기치. 평범한 스포츠나 겨루기 무도에 익숙한 사람에게 이해를 바랄 수는 없다. 하지만, 이를 종교적인 행()에 준하는 것으로 여긴다면 알아들을 수 있을 터. 대오 해탈을 바라보는 스님이 ‘깨달음의 도달 수준’을 가지고서 수행자끼리 우열을 다툴 리가 없다. ‘너보다 1포인트 더 깨달음에 다가섰다. 짜샤’라는 식으로 구는 사람이 해탈과는 인연 없는 중생이라는 점은 누가 봐도 뻔하다. 무도 수행 역시 본래는 그러한 것이다. ‘승부를 다투지 않고 강약에 매달리지 않’는 게 기본이란 말이다. 상대적인 우열을 다투는 한 아집을 버리기가 불가능하기에 그러하다.

     

    수행을 통해 심신을 가다듬는다. , 맺힌 군데 뭉친 군데 하나 없이, 어느 곳에도 눌러앉지 않는 투명한 몸과 마음을 갖추어 나가기 시작한다. 그리고 이제는 ‘초월적인 힘’에 생신을 맡긴다. ‘초월적인 힘’은 잘 다듬어진 심신을 통해서만 발동하기 때문이다.

     

    말로는 누구나 다 떠들 수 있다. 한데, ‘가다듬는다’란 어떠한 체감인가, ‘초월적인 힘이 발동한다’ 함은 무엇이 일어난단 말인가, 그건 오랜 수련을 쌓지 않으면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쌓았다 해도 알 수 없다). 분명한 것은, 이 달성도는 숫자로 표시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그래서 남과 겨룰 수 없다는) 점이다.

     

    승패강약, 교졸지속 등은 전부 상대적인 우열을 다투려는 마음이 만들어낸 허깨비다. 그 허깨비를 해소하기 위해 우리는 수행하고 있다. 그렇게 터득한 기술이 남을 살상하는 도구가 될 턱이 없다.

     

    이렇게 서둘러 아이키도의 이치를 필자는 설명하였다. 개인의 견해에 불과하나, 이것 말고는 필자가 전해줄 말이 마땅히 손안에 없다. 이게 구마노의 신령스러운 힘과 어떻게 결부하는가를 설명하려던 찰나, 시간이 다 가버렸다. (주간 『AERA710)

     

    (2024-07-14 09:20)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한 걸음 뒤의 세상』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가장 중요한 사항】

     

    다쿠앙 선사가 쓴 태아기 초두에 나오는 구절을 잘 씹어 삼킬 것.

     

    蓋兵法者 不爭勝負 不拘强弱

                  不出一步 不退一步

                  敵不見我 我不見敵

     

    徹天地 未分 陰陽 不到處

    直須得功.

     

     

    【정의하기도 계량하기도 힘든 것】

     

    (…) 서구의 발전된 제도를 소개하겠다는 일념으로 몽테스키외의 『법의 정신』과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번역하기도 했다. 이런 그의 대표적 번역 이론은 ‘신’(충실함), ‘달’(유창함), ‘아’(우아함). 그에게 이 세 가지는 훌륭한 번역을 위해 어느 하나 빠져서는 안 되는 유기적 요소였다. ‘신’은 근본적인 것이고 ‘달’은 이어 주는 것이며 ‘아’는 보이는 것이라 설명하기도 했다.

     

    사실 ‘신’과 ‘달’은 그리 신선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아’는 다르다. 번역의 미학적 측면에 해당하는 이것을 나는 일종의 품격이라 생각하는데, 서양 번역 이론에서는 이와 비슷한 지적을 한 예를 본 적이 없다. 그럴 만도 한 것이, 과학적 연구를 중시하는 서양 학자들에게 정의하기도 계량하기도 힘든 이 품격은 다루기 지극히 까다롭기 때문이다. 번역의 품격은 아마도 우아한 음운과 어휘와 구문이 한데 결합해 자아내는 어떤 것이리라. - 김택규 『번역의 말들』 81.

     

    “먼저 동방의 이해를 취하고 서방의 지식을 취한 다음 구도에 나서라.” - 『인간이라는 기계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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