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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얘기] 가능한 사랑 넷플릭스 이창동
    취재 2026. 9. 30. 17:58

     

    광야로 나선 이창동 새 경지를 열다


    이창동 감독 새 영화 '가능한 사랑'(9월23일 공개)은 일종의 고백이다. 인간사와 세상사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게 도무지 쉽지 않다는 실토. 그래서 이 작품엔 판단이 없고, 규정이 없다. 대체로 불명확하고 불확실하기에 러닝타임 164분엔 내내 긴장이 서린다. 거북하고 불쾌하다. 말할 수 있는 것만 말하고 말할 수 없는 건 말하지 않겠다는 것. 복잡하고 난해한 것은 복잡하고 난해하게 얘기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건 예술가 이창동의 태도이자 윤리다. '가능한 사랑'에서 이창동은 바로 그 태도와 윤리를 가지고 심연을 들여다보는 대신 광야로 나아간다. 그리고 그 환난의 세계 한가운데서 묻고 또 묻는다. '우리가 서로 사랑하는 건 가능한 일인가.'

    (...)

    '가능한 사랑'은 가장 약한 위치에 있는 것으로 보이는 존재를 대책 없이 옹호하거나 가장 강한 곳에 있는 것 같은 존재를 일방적으로 매도하지 않는다. 가령 이런 것들이다. 자본에 분노하고 있을 것만 같은 호석이 미워하는 건 오히려 함께 투쟁한 동지들이다. 정규직 미옥은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는 안중에 없다. 노동과 노동자 현실에 관해 얘기하겠다는 예지는 상상 속 그럴싸한 그림을 추구하는 듯하다. 상우는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인 동시에 자신이 가진 권력을 능히 쓰는 사람이다. 매 순간 결론 내리는 걸 유보하는 것만 같은 이 영화는 쉽게 결론 내려진 곳에서는 인간과 삶과 세계의 진실을 볼 수 없다고 얘기하는 순간 유일하게 단호해진다. (손정빈 기자)

     

     

    자크 라캉은 지성의 움직임을 깜깜한 밤바다를 항해하는 배의 항해사로 비유했다. 밤 바다 위로 무언가 일렁이는 물체가 보였다고 하자. 규칙적으로 움직이고 있는데 궁금증을 일으킨다. 기계나 동물(예컨대 상어)이라면 그 '무엇인가'를 이미 알고 있는 것으로 여긴다. 기계나 동물에게는 '무엇인지 모르는 것'이라는 카테고리가 없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일단 고래라든지 난파선이라든지 또는 달빛의 반사라든지 하여튼 무엇인가로 결정해 버린다. 아니 그보다는 기계나 동물은 결정하지 않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그러나 인간은 무엇인가를 봤지만 그것이 무엇인지를 결정하지 않는 것이 가능하다. 어두컴컴한 밤을 항해하는 항해사는 '몇 시 몇 분, 경도 몇 도, 위도 몇 도, 여차여차한 물체 확인'이라고 항해일지에 기록할 수 있다. 인간의 지성만이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알 수 없는 것이 있다'는 것을 수용할 수 있다. (우치다 타츠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