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생 선집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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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답한 세상에 대해 생각하다> 단행본 에필로그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 4. 21:16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우치다 타츠루입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보시는 바와 같이, 이 책은 여러 매체에 썼던 에세이의 컴필레이션본입니다. 에 몇 년 전부터 비정기적으로 장문을 기고했고, 그렇게 쌓인 글들을 기반으로 하고 있습니다. 다른 신문이나 잡지에 실리고 난 뒤 그대로 하드디스크 구석에 잠들고 있던 것들도 함께 모아 책을 완성했습니다. 머리로부터 직접 나온 글부터 인터뷰를 첨삭한 글들까지 혼재되어 있는 탓에 문체나 터치가 각기 달라, 통일감을 결여하고 있는 아쉬움은 있지만, 뭐 그냥 기분전환하는 셈으로 읽힐 수 있을지나 모르겠습니다. 이번에 단행본으로 펴내면서 교정지를 통독해봤는데 ‘음, 암울하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사적인 주제를 쓰면서 왜 암울해지는 걸까요. 제가 쓴 다른 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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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에 저항하라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10. 17. 06:45
(소말리아 인권 문제 등에 관여하고 있는 비영리단체 ‘억셉트 인터내셔널’ 대표 나가이 요스케永井陽右 씨는 1991년 생, 와세다 대학 출신, 2021년 7월 저서 출간. - 옮긴이)처음으로 나가이 요스케 군과 만난 것은 아사히 신문 온라인판에서의 대담이었다. 거의 3, 4년전이었을 것이다. 오랜만에 ‘청년’이라 할 만한 이와 만난 느낌이 들었었다. 온라인판이었므로 1시간 반 정도의 대담 내용이 그대로 게재되었다. 그것을 다시 실어둔다.나가이: 저는 직업으로서 테러 조직에서 손을 씻은 사람을 대상으로 한 케어와 사회 복귀 지원 등을 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제 지원 분야에서의 대상자나 대상지에 관한 편향이 존재한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난민이라든가 어린이 등, 그러한 문제가 되면 정서적인 공감을 이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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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으로서의 성행위’ 와 자기결정론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7. 30. 11:10
20년 전쯤에 성에 대한 윤리를 주제로 한 논집 아래 ‘성노동’에 대한 기고를 요청받았다. 정말로 문외한인 분야의 논건이었지만, 고심하여 썼다. 어떤 책이었는지는 잊어버렸다. 분명히 이와나미 출판사에서 나온 논집이었기는 한데, 지금까지 갖고 있지는 않다. 그때 했던 생각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지금은 이렇게까지 날카롭게 쓰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들어가며 초장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리는데, 필자 자신은 성노동에 대해 전문적으로 연구한 것도 아니고, 온 힘을 다해 주장하고 싶은 개인적 의견이 있는 것도 아니다. 종종 성노동을 다룬 문장을 읽곤 하지만, 몇 쪽(때에 따라서는 몇 줄) 읽기만 해도 기분이 축 처져 책을 덮어버리게 된다. 참 난감하기는 한데, 필자를 좀먹는 이 피로감이 반드시 개인적인 것이라고는 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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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에 있어서의 산업적 메타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5. 10. 22:36
후쿠시마 미즈호 씨와 온라인으로 대담하면서, ‘교육을 논할 때 사용되는 어휘는 그 시대를 대표하는 기간 산업 분야의 어휘에서 전용(專用)된다’는 말을 했다. 농업이 기간산업이었던 시대에는 교육이 농업 용어로 거론되고, 공업의 시대에는 공업 용어로 거론된다. 그리고 요즘 들어서는 교육이 금융 용어로 거론된다. 물론 무의식중에 행해지는 일이기는 하지만, 교육 제도를 설계하는 인간들은 자신들이 가진 한정된 어휘와 한정된 사고를 국민적으로 강요하는 일의 폐해가 얼마나 심각한지를 모르고 있다고 본다. 스트리밍을 시청한 박동섭 선생이 이 논건과 관련해 정리된 글을 읽고 싶다고 요청하여, 지금 퇴고 중에 있는 소다 가즈히로 감독과의 대담집에서 해당 부분을 발췌하여 보냈다. 그것을 여기에 기록한다. 애시당초 대학에 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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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위기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5. 5. 22:24
라는 잡지가 예전에 있었다. 어느새인가 극우적인 논조로 바뀌고 질 나쁜 기사를 게재하게 되더니 그새 폐간되었다. 아직 멀쩡한 잡지였던 시절에는 곧잘 긴 글을 써줬다. 아래 글도 그중 하나다. 2012년 2월에 쓴 것인데, 10년 전 얘기다. 박동섭 선생이 ‘읽고 싶습니다’ 하여 하드디스크를 샅샅이 뒤져 찾아냈다. 10년이 지나도 읽을 만하다는Readable 느낌이 들어서, 다시금 남겨둔다. 요전번에 철학자 와시다 기요카즈 선생과 ‘3.11 이래 일본의 위기적 상황’에 관해 대담을 가질 기회가 있었습니다. 제가 사회자를 맡아 와시다 선생의 이야기를 경청한다는 취지의 모임이었으므로, 초반에 저는 “우리는 지금 포스트 글로벌화 세계라는, 전대 미문의 역사적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그럼 앞으로는 도대체 어떻게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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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의 신앙과 수행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2. 5. 1. 20:03
한국의 박동섭 선생이 ‘우치다 다쓰루 연구’를 위해 열심히 자료를 모으고 있다. 열람코자 하는 주제가 있는데, 한국의 도서관에서는 찾을 수 없다고 하기에 서랍을 한참 뒤적거리다 보니 나왔다. 2013년 4월에 썼던 것이다. 다시 읽어보니 상당히 흥미진진한 내용이었다. 박 선생에게 보내는 김에 블로그에도 올리기로 한다. 23년간 고베 여학원 대학이라는 미션스쿨에서 교사 생활을 했다. 그때까지 기독교와의 접촉은 거의 없었지만, 근무하면서 교목과 대화하고, 예배를 보며, 때로는 권유받아 성경을 논했다. 유대교 철학이 전문인지라 비 기독교인이지만, 은 학생 시절부터 계속 읽었다. 필자가 연구했던 것은 에마뉘엘 레비나스라는 프랑스의 유대계 철학자이다. 리투아니아에서 태어나, 프랑스와 독일에서 철학을 공부했고, 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