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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도는 스포츠인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2. 2. 13:02
아사히의 ‘고론’이라는 코너에 ‘무도는 스포츠인가?’ 하는 주제로 기고를 요청받았다. 지난 파리올림픽 때 ‘무도가답지 않은 태도’를 보인 운동선수가 등장했던 것을 기획의 계기로 삼은 듯하다.
무도는 일종의 수행이며 승패를 다투지 않는다는 점을 오래전부터 말하고 다녔음에도 불구, 다시금 원고를 쓰게 되었다.
아이키도의 개조(開祖) 되는 우에시바 모리헤이 옹은 지난 전쟁 당시, 아이키도가 살상 기술로서 유효함을 알아본 육군 간부가 아이키도를 군대에서 필수 교육 시키고자 허락을 받으러 왔을 때, ‘일본인을 모조리 악마로 만들겠다는 심산’이라며 길길이 화를 내었다고 전해 내려옵니다.
무술은 사람을 죽이는 기술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실제로 쓰기 위해 수련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극한상황에 처할지라도 투명한 몸과 마음을 유지하기 위하여 그와 같은 상황을 설정해 놓을 따름입니다.
에도 시대의 다쿠앙 선사는 무릇 병법자란 승부를 다투지 않고, 강약에 매달리지 않고, 적과의 상대적 우열을 비겨서는 안된다고 가르칩니다. 선을 수행하면서 누가 빨리 ‘대오 해탈’에 이르는가를 경쟁하는 승려는 없습니다. 무도 수행도 마찬가지입니다. 무도 수행의 목적은 ‘천하 무적’입니다. 그러나 이 경지에 도달하는 경쟁을 타인과 겨루려는 게 아닙니다. 생애에 걸쳐 그저 담담히 수행할 뿐입니다.
확실히 검도나 유도를 보면 승패를 겨룹니다. 그럼, 무도는 스포츠일까요, 아닐까요?
이에 대해서는 공식 견해가 있습니다. 즉 일부 책임이 옛 문부성에 있다는 뜻입니다. 전후 GHQ(연합국군 총사령부)는 무도를 금지시켰습니다. 무도가 군국주의 이데올로기 선포에 이용되었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검도의 경우 특히 위험하다 했습니다.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검도는 ‘죽도 경기’로 이름뿐만 아니라 규칙도 바꾸었으며, ‘검도가 아닌 스포츠’를 천명함으로써 생존을 도모했습니다. 하지만 점령이 끝나고 검도가 학교 체육에 부활했을 때 문부성은 ‘그 얘기는 방편이었고 사실 무도는 스포츠가 아닌 일본의 전통문화임’이라고 공적으로 전언철회한 바가 없습니다. 현재까지 이르는 무도와 스포츠 사이의 개념 혼동은 여기에서 비롯합니다.
일본인 스스로 ‘무도란 무엇인가’ 하는 매우 근원적인 물음을 방기한 채 전후 80년을 보냈던 셈입니다.
다시금 확실히 해 두겠습니다만, 무도는 ‘천하무적’이라는 무한 소실점을 바라보는 행(行)입니다. 타인과 겨루지 않으며, 누군가에게 심사받는 일도 없습니다. 한편, 스포츠는 강약・승패・교졸을 두고 서로 겨룸으로써 인간 심신의 가능성을 개발하는 탁월한 시스템입니다. 스포츠가 인류에게 가져다준 공헌을 저는 깊이 존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무도는 스포츠와 별개입니다. ‘세계를 제패한 명상가’라든가 ‘아집 버리기 경기 금메달’ 같은 문자열이 무의미하다는 점은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무도에는 경쟁도 순위도 없기 때문에 그렇다는 말씀입니다.
(아사히 신문, 10월 30일)
(2024-10-30 09:17)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무지의 즐거움』 『되살아나는 마르크스』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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