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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과 내전 (1)
    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1. 22. 16:43

    미국에서 조만간 내전이 일어날지도 모른다는 얘기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서는 미합중국이라는 나라의 특이한 성립 과정을 모르면 그 의미를 잘 이해하기 어려울 것이다.

     

    미합중국은 ‘자율적으로 건국한 사람들이 자국을 일개 주(State)로서 연방에 가입시킴으로써 탄생한 나라’이다. 이런 방식으로 세워진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다. 하지만 이러한 합중국이라는 아이디어의 숨은 함정은 ‘가맹’은 가능하나 ‘탈맹’은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1869년에 연방 대법원은 ‘주가 탈맹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이 법리에는 논리성이 없다. 자신의 의지로 가맹한 주이므로, 주의회 결의와 주민투표 조건을 모두 충족하면 탈맹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게 순리일 것이다.

     

    그래, ‘그게 지당하지’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미국에는 지금도 많이 존재한다. 따라서 내전이 문제시되고 있는 것이다.

     

    아래는 신마이 신문에 기고한 글이다. 이번에 그 첫번째 꼭지를 실어둔다.

     

     

    영화 『시빌 워』를 보았다. 이 영화가 반 년 전에 공개된 이래로 미국 내에서는 상당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줄거리는 캘리포니아 주와 텍사스 주가 합중국에서 탈맹하여 합중국 정부군과 내전을 벌인다는 내용이다.

     

    Civil War은 대개 ‘남북전쟁’을 가리키나, 이번에는 ‘서부해안군’과 합중국군과의 분쟁인 셈이다. 어떠한 경위로 내전이 시작되었는지는 설명이 없고, 다만 주인공들(뉴욕에서 워싱턴DC로 취재하러 간 저널리스트들)은 갑자기 총격전의 와중에 던져지게 된다. 눈 앞에서 사람이 속속 죽어가고 있으나, 누가 누구를 죽이는지는 불명이다. 애팔래치아 산맥 속에 나있는 산악도로를 따라 양군의 전선이 펼쳐졌으므로, 기자들은 자신들이 지금 도대체 어느 소속 군대의 지배지에 있는지를 알 수 없는 상황이다.

     

    같은 미국인끼리 무시무시한 폭력을 다툰다는 설정은 남북전쟁을 떠올려 보면 그리 뜻밖만은 아니다. 남북전쟁 사망자 수는 50만 명이다. 이어서 제 2차 세계대전은 29만 명, 한국전쟁에서 37천 명, 베트남 전쟁의 58천 명과 비교하면 (그리고 모수를 고려하면) 남북전쟁에서의 전사자 수가 현저하다. 인간은 ‘타자’에게 폭력을 휘두를 때가 아닌, ‘가까운 주변’에 폭력을 휘두를 때 절도를 잃는다는 점을 잘 알 수 있다. ‘바로 어제까지 같은 나라 사람이었다’는 사실은 폭력을 억제하지 못하고, 오히려 격화시킨다는 사실을 역사는 가르쳐준다.

     

    우리가 잊어버리기 쉬운 건, 미합중국은 ‘연방’이며, 본질적인 일체성을 갖지 않는 편의적인 정치동맹이라는 점이다. 독립 당시 13주는 일종의 ‘운명 공동체’였다. 그러나 그 이후에 가입한 주는 저마다 고유한 ‘건국 서사’를 지니고 있으며, 또한 13주와는 독립전쟁이란 기억을 공유하고 있지 않는 실정이다. 따라서 주의 독립 및 연방으로부터의 탈맹이 끊임없이 정치적으로 쟁점화되어 온 셈이다. 합중국 헌법에는 주가 연방에서 탈맹하는 경우에 대한 규정이 없다. ‘탈맹은 가능한가?’라는 질문은 곧 ‘미국은 무엇에 의해 통합되어 있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우리를 직면케 한다.

     

    (2024-10-19 13:17)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무지의 즐거움』 『되살아나는 마르크스』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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