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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려읽기) 젊고 유식한 남성 동지들에게인용 2024. 9. 25. 21:42
“저기요, 잠깐만요”를 외치게 하는 책들의 공통점은 ‘내 이론으로 세계에서 일어나는 일은 금세 명쾌하게 해명된다. 왜 이렇게 간단한 구조를 여러분은 모른단 말인가 참으로 한심하다’는 거만한 시선이다.
‘세상 사람들은 바보라서 내 재능을 평가할 수 없다’는 화법은 청년 객기의 공통된 폐해라서 자부심이 강한 청년은 자칫 이와 유사한 말을 하기 때문에 나는 그것을 책망할 생각은 없다.
그러한 긍지는 어떤 의미로는 건강하다는 징후이다. 그런데 완전히 똑같은 말을 해도 어딘가 부자연스럽고 병적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이 식별이 어렵다.
커뮤니케이션 회로를 왔다 갔다 하는 콘텐츠의 의의와 진리성보다도 커뮤니케이션의 회로 자체가 순조롭게 기능하고 있는가를 우선으로 배려하는 사람은 아마도 “이건 좀……” 싶은 책을 쓰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 않을까.
질이 좋은 정보라는 실체가 있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발신하는 정보가 ‘정보 생태환경 전체’ 안에서 어디에 위치하고 어떻게 기능하는가를 조감하는 것이 중요하다. 말을 바꾸면 ‘내가 이 말로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가’를 말할 수 있는 정보를 가리킨다. ‘지금 발신되는 정보의 평가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는 정보’, 그것이 양질의 정보이다.
질이 나쁜 정보는 그 반대이다. 정보가 어떤 문맥에서 오가는가, 역사적 기능은 무엇인가, 발신자는 ‘그 말로 무엇을 이야기하려 하는가’ 등등 ‘정보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지 않은 정보는 ‘질이 나쁜 정보’이다.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라든지 ‘나는 이것을 알고 있다’ 같은 식으로 발신하는 정보는 내용의 옳고 그름에 관계 없이 질이 나쁜 정보다. 이러한 정보는 자신의 주장에 포함된 ‘억측’, ‘사실 오인’, ‘잘못된 추론’ 등을 가치중립적인 시점으로 꼼꼼하게 조사할 자기점검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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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천동지할 일이 일어났을 때 그 진짜 이유를 알려고 하는 것은 인간적 약함의 표출입니다. 이를 책망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주동자’를 특정해서 문제를 단순하게 정리해 버리고, 현실 직시를 기피한 사람들이 얼마나 비인간적 행위를 저지르는지 역사로부터 배웠습니다. 어떤 현상을 탐구하는 것은 인간적이지만 그 결과 비인간적인 일이 일어난 것이지요.
이 역사 사실로부터 우리가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아무리 복잡한 사태라 해도 ‘그 모든 것을 통제하면서 이익을 얻는 한 사람이 있다’는 가설은 충분히 경계심을 갖고 대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저는 난관에 부딪쳤을 때 ‘복잡한 문제를 복잡한 채로 다루는 자세’를 취합니다. 복잡한 것을 무리해서 단순화하지 않는 것이 제가 지성을 단련시키는 방식입니다.
이는 어떠한 종류이든 제가 복잡한 문제에 접근할 때 취하는 기본 태도입니다. 정치는 물론 철학과 문학에 관한 경우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많이 걸리는 작업입니다. 이런 작업에 필요한 것은 ‘날 선 지성’이 아니라 ‘강인한 지성’입니다. 결론이 나오지 않은 채 계속 공중에 매달려 있는 상태를 견디는 지적 인내력도 필요합니다. 저는 ‘지성의 폐활량’이라는 말을 쓰기도 합니다. 얼마나 숨을 참을 수 있는지, 쉬운 결론을 채택해서 지적 부하를 단숨에 경감하고 싶은 유혹을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를 측정하는 폐활량이지요.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
우치다 고시마 군은 현장에서 가장 나이가 어리고 게다가 경험도 없지만 정말로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뛰어납니다. 장인들과 단박에 친해져요. 그는 아마도 장인들의 이야기를 듣는 걸 좋아하나 봐요. 그들의 용어나 미적 감각을 재빨리 이해해서 어느 사이엔가 장인들의 언어로 말하고 있지. (웃음)
고시마 그들과 어울리는 것이 즐거우니 어쩔 수 없지요.
우치다 여러 사람에게 엄청 사랑을 받고 있어요. 성격 덕이지. 흔히 뭔가 위세를 부리려고 하지 않아요? 그런데 고시마 군은 ‘난 와세다대 건축과 출신이고, 독일에서 수련을 쌓았다고요!’라는 식으로 말하거나 행동하지 않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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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친하게 지낸 학생들은 대개 북유럽이나 포르투갈, 그리스와 같은 유럽의 주변국에서 왔습니다. 주변국에서 온 사람들은 중심국 사람이 갖는 오만함이 없고, 손바닥의 앞뒷면처럼 열등감의 반대인 자존감이 높아서 저는 그들에게 친밀감을 느꼈습니다.
『모든 이의 집』
하야오 인간에게는 그렇게 끝없이 명석해지는 시기가 있습니다. 우리 직업에서 가장 무서운 게 바로 그거죠.
하루키 그건 심리치료사로서 그렇다는 뜻인가요? 누군가를 만나면 단번에 훤히 꿰뚫어볼 수 있다는?
하야오 그렇죠. 꿰뚫어본 것처럼 믿어버리는 겁니다. 그리고 재미있게도 그게 딱딱 들어맞을 때가 있어요. 이렇게 되겠지 했는데, 어, 정말 이렇게 됐네, 하는 식이죠. 그러나 그러기 시작하면 절대 안 됩니다. 언젠가는 반드시 틀릴 때가 오니까요.
그래서 저는 생각하기에, 스스로 점점 모르게 되는 수행을 해온 것 같습니다. 좀더 젊을 때는 많이 아는 줄 알았어요. 정말로. 인간이 ‘명석해지는’ 시기는 분명히 있지만, 거기 도취된 사람은 모두 못쓰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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