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선생 선집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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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선생이 하신 질문 시리즈 「책의 미래에 대하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3. 12. 18:14
우치다 선생께서, 생각하고 계시는 ‘책의 미래’에 대해서 좀 여쭙고자 합니다. 지금까지 인간이 만들어낸 ‘text-based’ 발명품 가운데 ‘책’에 필적하는 것은 아마 없을 겁니다. 인간이 만들어낸 여러 가지 도구들엔, 기실 고안자가 몸으로 느꼈던 감각이 여러모로 지문처럼 새겨져 있듯이, 종이책의 물성을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면 이건, 인간의 신체 실감에 토대를 두고 진화해 온 ‘완전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하옵니다만 오늘날 주위를 둘러보면 영화나 유튜브 등을 필두로, 이런저런 콘텐츠가 ‘책’의 지위를 찬탈하려 드는 듯합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종이책’은 망해가고 있다고, 사양산업이라고들 떠들어댑니다. 이런 빡빡한 상황 속에서, 이제 ‘책의 미래’가 어떻게 풀려나갈지, 선생님의 고견을 청해 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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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선생이 하신 질문 시리즈 「학지에 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3. 6. 21:08
두 번째 질문으로, 우치다 선생님께서 지금까지 학자로 지내며 창조하신 ‘학지(學知)’*가 있다면 가르쳐 주시기를 청합니다.ー(* 한국어 사전에서는 불교 용어 삼지三知의 일환으로 설명하고 있음. - 옮긴이) 자, 이게 마지막 질문이군요. 이 또한 일본의 언론매체로부터는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질문입니다. 얼마 없는 기회이니만큼, 성심껏 답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제가 오랜 기간에 걸쳐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분야는, 20세기 프랑스 문학・철학 연구, 그리고 무도(武道)인 아이키도(合気道; 합기도) 이렇게 두 영역입니다. 이렇게 두 개 갖고 ‘먹고 살 수 있을 정도’로는 훈련을 해왔습니다. 프랑스 문학・철학에 관한 업적으로는 에마뉘엘 레비나스 3부작(『레비나스와 사랑의 현상학』, 『레비나스 타자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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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선생이 하신 질문 시리즈 「언어의 생성에 관하여」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2. 26. 15:45
안녕하세요.우치다 선생님이 '원리주의'에 대해 써주신 답변을 흥미롭게 정독하였습니다.그러고 보니, 선생님께서 쓰셨던 에서 이렇게 말씀하신 바가 있으시지요. "따라서 '원리주의 반대'란 말을 영미(英美)형 기능주의자는 결코 하지 않는다.'원리주의 반대'를 외치는 구호 그 자체가 다름 아닌 또 하나의 원리주의이다.그도 그럴 것이 '원리주의자'는, 우리가 여기기로는 또한 '날것(なまもの)*'이기 때문이다."(p.97)이 문장을 처음 읽었을 때, 참으로 지당하기도 하거니와, 사리에 맞는 언명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다시금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ー(* 이해나 공감을 하기 어려운 타자와 그럼에도 공생하고자 가용한 자원을 구사할진대 이를 자발적으로 행하자는 뜻. 소설가 다카하시 겐이치로가 "시인은 날것의 언어를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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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섭 선생이 하신 질문에 답하는 시리즈: '종교의 본령'이란 무엇인가?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2. 19. 16:56
세 번째 질문입니다. 작년 간행된 에서 샤쿠 뎃슈 선생이 서문에서 쓰신 구절 하나가 계속 머리에 떠올랐습니다. 샤쿠 선생은 다음과 같이 쓰셨습니다. "우치다 선생과 종교 이야기를 하고 있자면, 아주 조금은 종교의 본령에 가까워져 가는 듯하다." 우치다 선생께서 생각하시는 '종교의 본령'이란 무엇인지 여쭙고자 합니다. 이거 난처하게 되었군요. '종교의 본령'이라는 말은 샤쿠 선생이 하신 말씀이지요? 샤쿠 선생이 어떤 사고방식을 거쳐 '이런 말'을 꺼내게 되셨는지, 샤쿠 선생을 대신해 우치다가 과연 대답드려도 온당할까요? 여하튼 질문을 받았으니 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제가 이해하고 있는 종교적 지성이란 '초월' '타자' '외부'와 같이, 말하자면 자신이 갖고 있는 지적인 프레임워크로는 포섭할 수 없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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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선생이 하신 질문 ‘원리주의에 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2. 16. 15:41
그러면 이제 두 번째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마르크스주의 혹은 페미니즘 맹신과, 우치다 선생님의 레비나스 신봉 사이에는 근본적 차이가 있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그게, 저는 왠지 알 것 같습니다만, 우치다 선생님은 레비나스에의 ‘귀의’, 그리고 그 비판자에 대한 ‘필주(筆誅; 남의 죄악이나 과실 따위를 글로 써서 꾸짖는 것. - 옮긴이)’라는 어휘를 쓰신 바 있습니다. 한국 독자에게는 이와 같은 행보가 자칫 오해의 소지를 불러일으킬 수도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이번 기회에 석명해 주신다면 참 좋을 듯합니다. 두 번째 질문에 대답드리겠습니다. 박 선생께서 이미 ‘왠지 알 것 같다’고 쓰셨는데, 그 말씀대로입니다. 제 대답은 항상 같습니다. 제가 어떤 마르크스주의자나 어떤 페미니스트에게 이의를 진언하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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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에 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2. 6. 18:33
안녕하세요. 이번에는 ‘종교’와 ‘종교성’ 등에 관한 질문입니다. 지금까지 우치다 다쓰루 선생님과 샤쿠 뎃슈 선생님이 함께 쓰신 ‘영성’, ‘종교’, ‘종교성’에 대한 저작을 전부 다 읽어본 것 같습니다. 『성지순례 시리즈(聖地巡礼シリーズ)』를 필두로 『일본 영성론(日本霊性論)』, 『현대 영성론(現代霊性論)』이나 『정토진종, 입문은 했지만(はじめたばかりの浄土真宗)』, 『이제 와서 절밥을 얻어드실라고?(いきなりはじめる仏教入門)』부터 『미스터리 그 자체! 일본의 종교(日本宗教のクセ)』까지 모든 내용이 흥미로웠고 얻어가는 것도 많았습니다. 쓰신 책들을 통독하고 나서, 지금 생각해 보면, 이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는데, 아무튼 이런 느낌이 드는 것이었습니다. “정말로 지성적이기에 합당하려면 인간은, 어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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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치다 타츠루는 대체 누구 지지자냐?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 31. 23:58
우치다 선생님은 한국에서 ‘리버럴 지식인’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로 많은 언론에서 우치다 선생님을 ‘리버럴 지식인’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거의 십 년 이상 선생님이 쓰신 거의 모든 저작을 홀린 듯이 읽었을 뿐만 아니라, 신문 잡지 인터넷 언론 등의 매체에 기고하셨던 문장을 읽고, 또한 선생님께서 출연하신 라디오 방송 등을 듣고 있는 자 된 처지에서, 우치다 선생님을 ‘리버럴 지식인’으로 간단히 못 박는 건 좀 잘못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를테면 선생님의 ‘교육론’ 등에서 “학교 교육은 타성이 강한 제도이며, 사회 변화에 즉각 대응해서는 안 된다. 변화하지 않는다는 것이야말로 교육의 사회적 기능이라고 할 수 있다”라는 식의 구절을 곧잘 마주치게 됩니다. 이러한 선생님의 ‘교육’에 관한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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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바街場」라는 개념에 관해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4. 1. 30. 11:23
한국에서 필자가 낼 다음 책은 ‘Q&A책’이다. 이런저런 질문을 받아서, 필자가 대답하는 것이다. 이미 25개 정도의 질문에 답했으므로 슬슬 책이 만들어진다. 다음은 새해 첫날에 도착한 박동섭 선생의 질문에 대한 필자의 대답이다. ー우치다 선생님의 책 가운데 「마치바街場의 현대사상」 「마치바街場의 독서론」 「마치바街場의 공동체론」 「마치바街場의 교육론」은 이미 한국어판이 나와있습니다. 이 한국어판 「마치바街場 시리즈」 가운데 「마치바街場의 교육론」과 「마치바街場의 독서론」은 제가 옮긴 책입니다. 따라서 한국 출판계와 언론에서는 우치다 선생님을 ‘거리의 사상가’라고 부릅니다. 여기서 말하는 한국어의 ‘거리’란, “골목, 길, 가로, 스트리트”를 의미하는 고유어입니다. 하지만 저는 「우치다 타츠루론 제 2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