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적인 민주정
일본의 국회의원 선거가 마무리됨에 따라, 오랜 기간에 걸쳐 이어진 ‘자민당 독식 시대’가 막을 내리게 되었다. 이 선거 결과는 이제 일본에 어떠한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인가. 우선 우리에게 매우 익숙해진 ‘주요 법안 강행 채결’ 관행이 사라질 것이다. 국가의 향배를 결정지을 정책이 충분한 국회 심의를 거치지 않고 단지 ‘국무회의 결정’만으로 정해지는 일도 사라진다. 이는 도넛화되어 있던 일본의 민주정 입장에서는 기뻐해야 할 사태이다.
오랫동안 사람들은 ‘독식’ 체제를 바람직하게 여겨왔다. 다른 정당과의 교섭이나 타협 없이, 여당이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아닌 게 아니라,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었기 때문이다.
주식회사라는 것은 틀림없이 그렇다. 경영자가 발령한 지시에 부하가 ‘그건 불합리합니다’라고 항명하는 일은 없다(그러면 업무 명령 위반이다). 상부의 지시가 말단까지 지체 없이 시달되어 현실화되는 게 익숙해진 사람들은 ‘국가란 그런 것이다’라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톱다운 조직은, 상부가 ‘현명한 사람’일 경우 대단히 효율적으로 기능하지만, 상부가 그다지 현명하지 않은 사람일 경우에는 파멸적인 결과를 초래하며, 또한 ‘반드시 가장 현명한 사람만이 선발되어 상부에 이르게 되는’ 승진 체계가 제도적인 차원으로 도입되어 있는 것은 아니다.
보통은 ‘조직 최적화 인재’가 상부에 오른다. ‘조직 최적화 인재’는 ‘현명한 사람’이 아니므로, 아무 일도 없는 평상시에는 어떻게 변통할 수 있을지 몰라도, 비상사태 혹은 국난이 닥쳤을 때는 도무지 쓸모가 없는 ‘지시만 기다리는 예스맨’이 된다.
제2차 아베 신조 내각 이후 12년간 우리는 ‘톱다운 조직의 상부가 그다지 현명하지 않은 경우’에 세상이 어떻게 되는지를 처절하리만치 경험했다.
지금도, 현명한 사람에게 권력을 위탁하는 체계란 것 자체를 우리는 갖고 있지 않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이제 우리에게 있어서 차선은 ‘현명하지 않은 사람이 권력을 지니게 되어도, 세상에 그다지 해를 끼치지 않는 통치 시스템’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총선 결과가 가져다준 게 그러한 체계임이 정히 맞다면, 필자는 이를 환영해도 좋다고 본다. 그것이 바로 민주정의 이상향이기 때문이다. (시나노마이니치 11월 1일)
(2024-11-04 09:46)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무지의 즐거움』 『되살아나는 마르크스』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