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지금 중고등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말. 진로에 관하여

오길비 2024. 11. 25. 17:20

《지금, 중고등학생에게 무언가 전하고 싶은 말 - 진로에 관하여》라는 표제를 제시해 주셨습니다.

 

하지만 진로에 관해 제가 여러분께 특별히 전해 드릴 말씀은 없습니다. ‘하고 싶으신 대로 하세요’, 이 한마디로 족합니다. 무책임하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하고 싶은 대로’라는 말에는, 어지간히 심각한 무게감이 존재하는 것입니다.

 

잘 생각해 보세요. 이제 여러분이 ‘앞으로는 하고 싶은 대로 살 거야’라고 진로 희망을 표방한다면, 아마 대부분의 부모님은 ‘그럼 안 돼!’라고 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세상이 만만해 보이니?’ 아니면 ‘너 그러다가 밥 굶는다’ 아니면 ‘남의 일 해 주니까 월급이 나오는 거야’, 등등의 소리를 듣게 될 겁니다.

 

물론, 그런 부모님의 완강한 반대에는 눈 하나 깜빡 안 하고 ‘아니요, 저는 제 갈 길을 가렵니다’ 이렇게 제멋대로 하는 게 자식의 참된 도리입니다. 이건 내가 보증해 줄게요.

 

하지만, 살고 싶은 대로 산다고 반드시 성공하는 건 아닙니다(그런 일은 애초에 일어나지 않습니다). 하고 싶은 대로 살아도 대부분의 경우 실패합니다. 하지만 그리 신경 쓰지 마세요. 스스로 선택한 길이니까요. 누구 탓할 일은 아닙니다. ‘이런 학교에 가서 이런 직업을 가져라’ 하는 부모님의 명령에 따랐는데, 내키지 않았음에도 그러한 진로를 따라간 끝에 결국 ‘내 인생은 실패했어’가 되면, 정말 답이 없게 됩니다. 누군가를 원망한다 해도 아무 소용 없어요. ‘내 인생 돌리도’ 울부짖어봤자 아무도 상대 안 해줍니다. 이렇게 된 이상, 스스로 가고 싶은 길을 가본 뒤, 자신의 무지와 유아성을 나중에라도 부끄러워하는 게 100배 나아요.

 

하지만 다시 한번 말씀드리건대, 하고 싶은 대로 산다는 것의 의미를 부디 심각하게 받아들이셔야 합니다. 빙그레 웃으면서 ‘아 그러냐? 너 좋을 대로 해라 그래. 돈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하고’ 같은 식으로 대꾸해 주는 응양한* 부모님은 거의 찾아보기 힘드니까요(저는, 그 예외적인 사례 중 한 사람이었습니다만). 보통 부모님들은 대개 안 된다고 할 겁니다. 바로 그런 이유에서 부모와 자식 간의 다툼이나 절연, 가출 같은 드라마틱한 전개가 펼쳐지는 것이지요. 하지만 왜 그리들 난리법석을 치는지 도통 모르겠어요.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두면 될 것을.

(* 일본어: 관대한, 도량이 넓은. 한국어: 매가 하늘을 날듯이 위엄이나 무력을 드날리는 것. 출전은 「시경」 대아 대명. - 옮긴이)

 

뭐 그렇기는 하지만서도,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하면 정작 자식들은 대부분 ‘록 스타가 되겠다’, ‘만화가가 되겠다’, ‘패션모델이 되겠다’ 하는 식으로 아무리 봐도 개꿈들을 늘어놓으니까, 부모님들로서도 쉬이 고개를 주억댈 수 있을 그런 사정이 못 된다는 건 압니다. 하지만, 울며 마속을 베는 심정으로(아니, 부처님이 된 심정으로), 그렇게 몽상을 늘어놓는 자식들일지라도 ‘그래, 네가 어련히 잘하겠지’라고 말해주는 게 결국 부모 마음이지 않나 싶어요(제 말에 수긍해 줄 만한 부모님들은 잘 없겠습니다만).

 

하지만 제 경험을 살려서 말씀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자식들의 진로에 대해 ‘그래 너 하고 싶은 대로 해라’하고 유화적으로 대응해 놓기만 해도, 나중 가면 수십 년에 걸쳐 부모 자식 관계가 훨씬 부드럽고, 우호적으로 됩니다. 록 스타가 되지 못했던 자녀를 두고서 ‘거 봐라. 내가 뭐랬냐?’ 하고 비웃는 부모님보다도 ‘저런, 안됐구나. 그래, 다른 살길을 찾아보도록 하자’라고 따뜻하게 위로해 주는 부모님이 자녀 입장에서는 굉장히 ‘찰떡같은 부모’니까요.

 

제가 소리에 소리를 높여 말씀드리겠습니다. 좋은 부모’란 원래 ‘자식 입장에서 이용해 먹기 좋은* 부모’를 이릅니다.

 

지금 ‘아닌데’라는 생각이 퍼뜩 드신 분들은 여러분이 자식이었던 시절을 한번 떠올려 보십시오. 여러분이 10대 무렵 간절히 바랐던 건 ‘돈은 줘도 잔소리는 안 하는 부모’였지 않았나요? 자기 부모가 그렇게 ‘찰떡같은 부모’였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어렸을 적에 다들 한 번쯤 생각해 보셨잖아요. 그러니까 어렸을 적의 소망을 부모가 된 지금 바로 실현시켜 봅시다.

 

확실히 그렇게 ‘이용해 먹기 좋은 부모’는 자녀의 성장을 저해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걱정할 것 없습니다. 자기 멋대로 살게 된 자녀들은 결국, 단단히 좌절한다든가, 다른 사람들에게 된통 당하는 그런 일들을 겪은 후에, 어느샌가 인간적 성숙을 이루는 법이니까요. 부모가 구태여 ‘자식에게 벌을 주는 역할’을 떠안을 필요가 없습니다.

 

죄송합니다. ‘지금 중고등학생에게 전하고 싶은 진로 이야기’를 하려고 했는데, ‘중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님께 드리는 조언’이 되어버렸네요. 하지만 상관없겠지요. 이 두 가지는 사실 한 가지 현상의 표리와도 같으니까요. (기류 타임즈 1011)

 

(2024-10-20 09:40)

 

(* 옮긴이: 원문 都合の良い에 올 주어는 원래 사물, 장소, 날짜 등이지, 사람이 들어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어감의 강함을 양지해 주시기 바랍니다.)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무지의 즐거움』 『되살아나는 마르크스』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