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

(유인물) 도모에 학원, 좋은 학교!

오길비 2024. 9. 18. 10:38

결혼하고 9년 만에 아이가 태어나고 6개월쯤 되었을 때, 아직 아무 생각 없는 아이가 편하게 들을 수 있는 동요 CD를 사기 위해 광화문 교보문고에 갔다. 이제 두 돌이 가까워진 내 아들은 겨우 엄마, 아빠 그리고 아무도 알아들을 수 없는 '치치포포'나 '머머' 같은 이야기를 겨우 하는 수준이었다. 그런데 광화문 교보문고의 유아동요 CD 칸을 한참 뒤졌는데, 영어동요가 아닌 CD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겨우 있는 것들도, 뒤의 노래 한두 곡은 영어노래인 것이 대부분이었다. 한 시간 넘게 고르고 골라서, 겨우 우리말 동요 CD 몇 장을 살 수 있었다. 내가 그때 느낀 감정은, 아주 솔직하게 '미친 거 아냐......' 였다.
 
부모들의 마음을 이해 못 하는 건 아니지만, 정말로 바이링구얼을 할 수 있는 특수상황이 아니라면, 이건 자녀들에게 스트레스이기도 하고 그 자체로 발육지체를 만들 수도 있다. 너무 일찍 두 개의 언어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발육지체가 된 사례는 차고도 넘친다. 그건 부모가 외국에 사니까 어쩔 수 없이 감내하는 것인데, 도대체 왜 이러는가? (우석훈)


이 글을 한창 쓰고 있던 10월 하순, 워싱턴 DC에서 미국에서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MBA(경영대학원)에 입학한 지인을 만났다. 지난해까지 국내에서 직장 생활을 하다가 유학생이 된 그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가 미국 대학 MBA 과정의 한국인들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런데 그들 중 한국에서 대학을 나온 학생들은 점점 줄고, 대부분 미국에서 대학을 졸업한 이들이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암묵적으로 한국인 입학 인원의 상한선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인들 간의 경쟁에서 '해외파'가 우위를 잡았다는 이야기였다.
 
이러한 현상이 벌어진 핵심적인 요인은 국내 대학 졸업장이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 부유층들이 미국의 아이비리그 명문대로 자녀를 보내는 일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대원외고·한영외고 등에는 한참 전부터 유학반이 활성화되었고, 아예 중고등학교부터 미국의 사립학교 진학을 선택한 이들도 꽤 된다. 이렇듯 미국에서 대학을 다닌 한국인들이 MBA 시장까지 진입할 나이가 되자 벌어진 현상인 것이다. (조귀동)


어쨌든 모두 자유롭고 신나게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학교 밖에서 돌림노래를 부르는 큰 소리가 들려왔다.
"도모에 학원, 누더기 학교! 들어가 봐도 누더기 학교!"
그 순간 토토는 생각했다.
'이건 너무 심하네!'
그때 마침 토토는 교문ー이라지만 뿌리가 있고 잎이 돋아 있는 나무다ー 바로 옆에 있었으므로 그 노래를 똑똑히 들을 수 있었다.
"너무하잖아, 둘 다 누더기라니!"
다른 아이들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다들 교문 쪽으로 우르르 달려왔다. 그러자 다른 학교 남자아이들은 더욱 큰 소리로,
"누더기 학교! 우ー우!!"
라고 떠들어대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토토는 부르르 화가 났다. 그리고 분한 마음을 풀기 위해서라도 그 남자아이들을 뒤쫓아야 했다. 그것도 달랑 혼자서 말이다.
그러나 그 발 빠른 남자아이들은 순식간에 골목길을 돌아 사라지고 말았다. 토토는 속이 아주 상했지만 힘없이 걸어 학교 쪽으로 되돌아왔다. 그런데 이때였다. 토토의 입에서 무심코 이런 노래가 흘러 나왔다.
"도모에 학원, 좋은 학교!"
그리곤 두 걸음쯤 걸으니 이어서 그 다음 소절이 흘러 나왔다.
"들어가 봐도 좋은 학교!"
토토는 이 노래가 무척 마음에 들었다. 그래서 학교로 돌아오자마자, 일부러 다른 학교 아이처럼 나무 울타리 담으로 머리를 들이밀고 큰 소리로 불렀다. 모두에게 들리게끔 말이다.
"도모에 학원, 좋은 학교! 들어가 봐도 좋은 학교!"
교정에 있던 아이들은 처음에는 무슨 영문인지 몰라 조용했지만, 이내 그것이 토토가 부르는 노래임을 알고 모두 재미있어 하며 밖으로 나와 합창을 했다. 그리고 결국은 다들 어깨동무를 하고 더 큰 소리로 노래부르며 줄줄이 학교 둘레를 돌기 시작했다. (구로야나기 테츠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