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는 독립할 수 있을까?
방콕에 주재하고 있는 중고등학생을 상대로 정기적인 온라인 강의를 시작한 지 어언 3년이 다 되어 간다. 일본에 있는 중고등학생보다도 이네들의 국제 감각이 예리하다고 느낄 때가 많다. 이번 시간에는 ‘미국의 분단’이라는 문자열을 대하고서 무엇이 상상되는가를 써 보라고 수강생들에게 사전에 전해놓았다. 리포트를 해 온 15명 중 많은 수는 바이든 트럼프 대선전에 관해 썼다. 개중에 두 사람 ‘텍사스 주의 독립’을 언급한 고등학생이 있었다. 흥미로운 주제로 여겨 ‘텍사스 독립은 가능한가?’라는 화제를 들고 수업을 시작했다. (거의 그것만 다루다가 마치게 되었다.)
금년 4월에 공개된 미국 영화 『Civil War』가 있다. 이 영화에서는 연방 정부로부터 19개 주가 이탈하는데, 텍사스와 캘리포니아가 동맹을 맺어 이뤄진 서부 세력과 나머지 정부군이 벌이는 내전을 실감 나게 묘사함으로써 흥행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과연 일개 주의 연방 이탈은 법리적으로 가능한 것일까?
합중국 헌법에는 주가 신규로 연방에 가맹하는 경우에 대해서는 조항이 존재하나, 그 이탈에 관한 규정은 없다. 주와 관련한 금지 사항으로는, 이미 존재하는 주 안에 새로운 주를 만드는 것, 그리고 여러 주를 합병해 새로운 주를 만드는 것, 이 두 가지는 하지 말라고 되어 있다. 따라서 남부 11개 주가 1861년에 연방을 이탈할 당시의 남부인들의 결론은 다음과 같이 도출되었다. 그들이 연방에 가맹하던 때와 마찬가지로, 연방으로부터의 탈맹 역시 주 의회의 의결과 주민 투표로 결정할 수 있다고 믿자는 것.
하지만 남북전쟁의 법적 성격을 묻는 ‘텍사스 대 화이트’ 재판(1869년), 즉 텍사스주에 연방을 이탈할 권리가 있느냐를 둘러싼 논쟁에서, 체이스 연방 대법원장은 여기에 ‘아니요’라는 판결을 내렸다.
United States는 “공통된 기원”에서 태어난 일종의 유기체인데, “상호 공감과 공통이라는 원리”에 입각하여, 찢어지기 힘들게 꽉 묶여 있다. 따라서, 새로운 주는 연방에 가맹하면서부터 “영속적인 관계”를 체결했다는 의미다. 그것은 “계약을 뛰어넘는 그 무언가이자, 최종적인 것이었다”. 따라서 텍사스가 연맹을 이탈할 수 있는 조건은 “혁명에 의하거나, 혹은 다른 모든 주가 동의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없다”고 체이스는 판결문에 못 박았다.
현재 시점에서는 위와 같은 요지가 미합중국 가맹주의 독립 문제를 다룰 때의 최종적인 법리 판단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따져보면 이 판결은 상당한 무리를 무릅쓴 결과물이다. 분명히 독립 당시 13개 주를 놓고 보면 “공통된 기원”을 가지고 있으며, 공감과 친밀함 가운데 동맹 관계를 키워왔음이 명확하다. 하지만, 나중에 들어온 신규 가입주에 그 조건을 꼭 맞도록 적용하기는 어렵다.
텍사스는 본래 스페인 제국령이었고, 멕시코가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고 나서는 멕시코령이 되었으며, 일대를 개발하고자 했던 멕시코 정부는 미국으로부터의 이민을 받아들였으나, 정착자*들은 노예제를 인정하지 않는 멕시코 정부에 불만을 품었다. 이에 1836년에 반란을 일으키고 일방적으로 독립을 선언하였다. 물론 멕시코 정부는 당치도 않게 여겼다. 그 결과, 정착자들이 농성하고 있던 샌안토니오 알라모 요새의 수비대가 멕시코군에 의해 전멸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알라모를 잊지 말라’라는 복수심에 불타오른 텍사스 독립군은 머잖아 멕시코군을 격파, 텍사스 공화국의 독립을 선언하였고, 1845년에 28번째 주로 연방 참여를 승인받았다. 이러한 내력을 가진 주와 독립 당시 최초 13개 주 사이에 ‘공통의 기원’이 있다고 주장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텍사스 내셔널리스트 운동(TNM)이라고, 지금 텍사스 내부에서는 이들이 활발히 ‘연방 이탈’ 운동을 벌이고 있다. 독립하는 경우 텍사스주는 인구 2900만 명, GDP 세계 9위에 상당하는 ‘대국’ 노릇을 하게 된다. 캘리포니아 주가 독립할 시 물경, 인구 3700만 명에 GDP 세계 5위에 이른다. 과연 합중국 가맹주의 연방 이탈은 현실화될 수 있을까? 현재 시점에서는 아직 ‘근미래 공상과학’ 속 삽화에 불과하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주간금요일』 6월 5일)
(2024-07-01 08:51)
ー
* 원문은 入植者. ‘척식’할 때의 植임. 한국에서 미국 역사를 일컬을 때, ‘개척자’라는 용례도 흔한 듯하다. 현대적 서술에서는 ‘플랜테이션’이라고 하기도 – 옮긴이
저자 소개
우치다 타츠루 (內田樹)
1950년생. 합기도 개풍관 관장. 고베여학원대학 명예교수.
근간 『한 걸음 뒤의 세상』 『도서관에는 사람이 없는 편이 좋다』 등.
출처: 우치다 타츠루의 연구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