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츠는 일본의 언론을 지배하고 있는가?
“You can’t connect the dots looking forward; you can only connect them looking backwards.” - 스티브 잡스
(옮긴이 일러두기: 2016년에 작성된 프랑스어 원문을 일본어로 번역한 것을 시간이 꽤 흐른 뒤 한국어로 아래와 같이 중역하였다.)
‘덴쓰는 일본의 언론을 지배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을 단 프랑스의 인터넷 뉴스 기사를 번역해 둔다. 기자는 Mathieu Gaulène이며, 2016년 5월 13일에 게재되었다.
한가할 때에 글을 조금씩 옮기고 보니 A4 용지 8장, 7,000자 쯤 되는 장문의 기사가 나왔다.
https://larevuedesmedias.ina.fr/le-publicitaire-dentsu-tire-t-il-les-ficelles-des-medias-japonais
『덴쓰는 일본의 언론을 지배하고 있는가?』 Mathieu Gaulène
덴쓰는 세계 제 5위의 커뮤니케이션 그룹이며, 일본 광고 시장 점유율의 절반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덴쓰는 일본 언론의 자유에, 무엇보다 원자력 산업에 대해 발언하는 경우에 있어서의 언론의 자유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일본에서 참의원 선거가 열렸던 날. 파격적인 반 원전 후보자로 나선 전직 배우 야마모토 타로는 기성 정당의 지지를 받지 못한 처지에서 트위터 선거운동만을 벌였음에도, 도쿄 참의원 의석을 획득했다. 언론이 검열을 가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열정적이고 젊은 후보자는 원전과 언론 모두에게 통렬한 비판을 행했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언론은 “광고대행사의 지배 아래에 있으며, 이에 따라 전력 회사의 금권에 좌우되고 있다” “원전에 관한 모든 정보는 체계적으로 검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어느 TV 방송국에 출연하여 마지막 순서로 발언 기회를 얻게 되었다. 하지만 그에 앞서 스튜디오에 동석한 기자들이 변명조로 업계를 옹호하는 데 시간이 소모되었다. 그 자리에서 젊은 참의원에게는 반론에 1분도 채 주어지지 않았다. “제가 간단한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앞으로 식품에는 킬로그램당 최대 100베크렐까지 방사선량이 허용됩니다. 이는 곧 끼니를 잇기만 해도 피폭당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럼에도 TV는 이 사실을 보도하지 않습니다” 이 발언을 끝으로 야마모토는 저지당했다. 방송 종료를 의미하는 징글 사운드가 울리며, 스튜디오의 사회자는 조소를 머금고 프로그램이 끝났음을 알렸다.
광고는 문자 그대로 일본 열도를 뒤덮고 있다. 지하철 객실 뿐만 아니라 역사에도 포스터가 빽빽하게 붙어 있으며, 스크린형 광고가 들어서 있다. 빌딩 위에는 거대한 간판이 세워져 있고, 자동차에는 거대한 포스터가 붙어 있으며, 길거리에는 CM송이 울려 퍼지고 있다. 소변기 위에 광고 스크린이 있는 레스토랑조차 있을 정도다. 이 광고 제국의 구성 요소에는 언론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일본의 신문과 잡지는 지면의 상당수를 광고에 할애하고 있다. 하지만 TV의 상황이 한층 더 심각하다.
방송 프로그램은 광고주 안내부터 시작한다. 그러고 난 뒤 5분 간격으로 단시간 스팟형 광고가, 첫머리에 고지된 바로 그 스폰서의 광고가 방송의 맥을 끊어놓는다.
생각할 시간 따위는 없다. 거의 모든 TV 방송국은 파친코 기계 같은 요란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눈에 거슬리는 색채, 끊이지 않는 소음, 중학생 못지 않은 저속한 웃음소리.
TV가 벌이는 서커스와도 같은 소란 속에 내보내지는 광고들을 세계적인 거인 기업, 덴쓰가 좌지우지하고 있다. 덴쓰는 세계 5위 기업집단이며, 광고업계의 선두를 달리는 회사이다.
일본의 2위이자 덴쓰의 라이벌인 하쿠호도와 함께 두 회사는 ‘덴파쿠[電博]’라고 묶여 불리며 광고, 홍보, 그리고 언론 감시를 집중적으로 행하고 있다. 국내외의 대기업과 지자체, 정당 혹은 정부를 위한 위기 관리를 담당하는 ‘덴파쿠’는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다. 이러한 광고의 제국이 일본 언론의 논조를 결정하고 있다는 사실을 비판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덴쓰의 중요성을 나타내는 수치를 열거해보면 다음과 같다. 2015년에 덴쓰 그룹은 70억 유로의 매출을 달성했다. 같은 시기에 Français Publicis가 달성한 96억 유로에 버금가는 숫자다. 중점적인 사업 영역은 TV 광고다. 집행되는 광고는 대부분 해괴한 것이 된 지 오래다. 예를 들어 덴쓰는 10년 전에 소프트뱅크사의 ‘시라토 가’ 시리즈를 시작했다. 이 광고에서 아버지는 강아지이고, 장남은 미국 흑인 배우이며, 가정부는 토미 리 존스이다.
2013년 덴쓰 그룹은 영국 Aegis사를 37억 유로에 인수한 뒤 런던에 덴쓰 Aegis 네트워크를 설립하여 국제적인 기업으로 확대했다. 이 국제적인 네트워크는 세계 140여개 국에 퍼져 있는 10개 정도 되는 광고대행사를 거느리며, 디지털 마케팅을 중심으로 왕성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국제 시장에서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매출은 덴쓰 그룹의 절반 이상(2015년에 54.3%)에 달한다. 덴쓰의 사원은 전 세계에 47,000명(일본 7,000명)이 있다.
도쿄 시오도메의 상업 지구에는 니혼테레비, 후지테레비, 아사히신문이 인접해 있는 덴쓰 타워가 있는데, 그 위용은 주위를 압도한다. 사옥 디자인은 프랑스의 건축가 장 누벨이 맡았는데, 가벼운 곡선과 유리창으로 마감된 이 건물에는 모가 난 디자인 요소가 없다. 사옥 안에서 덴쓰 그룹의 홍보부장 간난 슈샤쿠(河南周作)가 활짝 웃는 얼굴로 우리를 맞는다. 1층에는 오노 요코의 하얀 체스판을 필두로 현대미술 작품들이 늘어서 있다. 그곳에서 사원들은 엘리베이터로 각기 다른 층을 향해 자기 부서로 간다. 덴쓰 그룹은 다양한 업계마다 그 업계의 상위 1위부터 5위 정도까지의 기업들을 각각 고객으로 두고 있는 셈이 된다.
“다양한 업계에서 저마다 경쟁하고 있는 회사를 위해 일하고 있는 사원들을 결코 서로 교류하지 못하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하고 간난은 우리에게 보증해 주었다. 덴쓰는 외견상으로만 보았을 때는 투명하다. 허나, 그 투명한 이미지는 과연 첫인상처럼 매끄럽기만 할까?
2012년에 출간된 어떤 책에서 저자 혼마 류(本間龍)는 덴쓰의 화려함 뒤에 감춰진 모습에 대해 다소간 폭로하는 글을 썼다. 덴쓰의 주요 고객사 중 하나인 도쿄전력의 이익을 위해 덴쓰가 수행하고 있는 엄격한 언론 통제에 대해서다. 혼마는 광고대행 분야 구중궁궐의 외부에 있는 인간이 아니다. 그는 업계 2위인 하쿠호도에서 18년 동안이나 일하고 있었다. 사기죄로 1년 간 금고형을 선고받고 난 뒤 그는 작가 생활에 뛰어들었다. 처음에 그는 우선 자신의 수감기를 썼고, 이어 그가 광고 업계에서 보냈던 나날들에 대해 썼다. 그가 언론을 떡 주무르듯 하기 위해 썼던 여러가지 술책에 대해서다. 2012년 그의 저서 <덴쓰와 원전 보도>가 나왔을 때 대부분의 언론이 일절 보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 책은 수 개월 간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혼마는 저서에서, 무시할 수 없는 중간자인 덴쓰가 언론에게, 원전과 관련해 써도 좋은 것과 쓰지 말아야 할 것, 그리고 어떤 경우에 써야 하는가 말아야 하는가를 암묵간에 지시하고 있는 메커니즘을 자세히 기술했다.
“덴쓰는 특별한 지위를 점하고 있습니다. 일본 원자력 광고 시장의 80%를 점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혼마 류 씨는 우에노 역에 위치한 찻집에서 행해진 인터뷰에서 우리에게 그렇게 지적했다.
2012년 광고 시장에서 지역 기업인 도쿄전력의 광고비는 10위에 그쳤는데 이는 미쓰비시 중공업보다도 아래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사고 직전에 도쿄전력은 200만 유로 이상을 광고에 투입했다. 10개 회사로 이루어진 지역 전력 회사의 광고비 총액은 700만 유로에 달했다.
지난 십수 년간, 특히 몇몇 사고가 잇따르면서 원자력에 대한 의혹이 높아져 갔던 1990년 이래, 도쿄전력과 다른 전력 회사는 TV・라디오 광고와 함께 매체에 직접 내보내는 홍보기사를 증대시켰다.
TV에 이 광고를 집행하기만 해도 다양한 비판을 봉쇄할 수 있다. 대기업은 스폰서로서 토크쇼나 1분기 시리즈 방영물을 통째로 여러 차례 제공한다. 자기 검열은 일반적으로 행해지고 있으며, 여기에 이의의 목소리를 내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다큐멘터리 방송은 심심찮게 전력 회사의 연합 조직이자 원자력 로비의 중심적인 행위자인 ‘전기사업연합체’에 의해 제작되며, 이 프로그램은 원전 사업의 이점을 홍보한다.
원전 반대의 목소리는 어지간해서는 전해지지 않는다. 그렇게 하면 귀중한 스폰서를 잃을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사고 이래, 야마모토 타로는 그 희생양이 되었다. 그는 탤런트로서 그때까지 스튜디오에 정기적으로 출연했음에도, 반 원전 입장을 표명한 탓에 별안간 TV 업계 그리고 영화계에서조차 ‘페르소나 논 그라타’(비선호 인물) 로 인식되었다. 어제 오늘 벌어진 일이 아니다. 훨씬 이전부터 히로세 다카시나 고이데 히로아키 같은 반원전운동의 중심인물들이나 베스트셀러 작가는 사실상 TV 스튜디오에 등장하는 일이 없게 되었다. 온 국민이 비로소 그 심각성을 알게 된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도 마찬가지다.
혼마가 고발하는 이러한 ‘언론 지배’는 원전과 관련해서만이 아니다. 그의 저서에서는 토요타의 가속기 페달 불량에 따른 리콜 사건에 관해서도 언급하고 있다. 사건이 일본의 언론에서도 비로소 보도되기 시작한 것은 토요타의 사장이 미국 의회에서 사과한 뒤의 일이다. “광고 대행사가 그들 클라이언트의 기업 이미지에 손상이 가지 않도록 보도를 막고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하지만 이 스캔들은 너무나도 커다란 사안이었고 해외에서도 보도했으므로 일본의 언론은 부득이하게 이를 보도하게 된 것이다.” 라고 혼마는 말한다.
TV 아사히의 권위 있는 보도방송 <보도 스테이션>은 여러 차례 정부 비판을 행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사례를 제외하면 TV 뉴스 프로그램은 모두 식상하며, 사소한 꼭지들만을 전면에 내세우고, 특정한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에 관련된 주제는 매우 드물게 다루며, 정부 발표를 그대로, 여과 없이 중계하면서도 국제 뉴스는 재외 일본인에 관련된 경우 말고는 보도하지 않는다.
이러한 민영 언론의 상황 속에서 NHK만이 시청자로부터 직접 수신료를 징수함으로써 이러한 광고 제국의 지배에서 벗어나 독립성을 뽐내고 있다. 허나 유감스럽게도 NHK의 상황이 한층 더 심각하다. 모미이 가쓰토 일본방송협회 회장은 NHK가 아베 신조 정권의 대변인이 되어야 한다고 아무런 거리낌도 없이 거듭 단언하고 있다.
200 명의 퇴직자라는 반발을 낸 최근의 선언 와중에 모미이는 NHK의 기자들에게 규슈에서 일어난 지진(2016년 - 옮긴이)과 관련하여, 명확한 정부 공식 발표만을 보도케 했다. 또한 지진이 (수도권이 아니라 멀리 떨어진 - 옮긴이) 열도 남부에만 일어났다고, 일어나는 거라고 믿게끔 축소 왜곡할 것, 그리고 지진이 열도 남부에서 운전중인 원전에 끼칠 위험성에 대해서 정부 입장에 반하는 의견을 발설할 우려가 있는 독립적인 전문가를 취재하지 말 것을 엄명했다.
덴쓰는 교도 통신, 지지 통신 등 두 통신사와 특별한 관계를 맺고 있다. 이들은 모두 덴쓰의 역사적인 주주인데 여기에는 이유가 있다. 이 세 회사는 1945년 이전에는 단일한 기업체를 형성했던 것이다. 신문 보도는 TV에 비하면 통제가 어렵다. 이 점에서 덴쓰는 신문에 광고를 낼 수는 없지만, 대신 모종의 ‘부대(附帶) 지원’을 제공하고 있다. 광고 서비스를 경유하여 언론 감시와 함께 위기관리 컨설팅이라는 이름으로 간접적 압력을 행사하는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기업 단체가 출판사를 인수하는 행위는 기업이 언론에게 직접적으로 압력을 행할 위험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허나 일본에서는 압력의 행사가 광고대행사를 거쳐 행해진다. 광고대행사가 언론을 상대로 기업 측을 대리하는 ‘대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혼마는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나는지 저는 잘 알고 있습니다” 라고 말한다.
“제가 하쿠호도에 있었을 때 진짜로 그런 일을 했었기 때문입니다. 공장이나 발전소에서 어떤 문제가 일어난다고 칩시다. 언론이 이에 대해 보도하려고 하면 덴쓰가 즉각 개입합니다. 그리고 골칫거리가 되는 신문사의 영업부서에 찾아갑니다.”
딱히 언성을 높인다거나 하는 게 아니다. 지극히 ‘일본식 협상’으로 진행된다. ‘이번 일에 대한 보도를 조금만 자제해 주기를 바라네. 기사를 쓰지 말든가, 아니면 독자 수가 적은 석간에라도 싣는 게 어떻겠나’ 하는 식이다. 신문의 영업부서는 이러한 의중을 편집부에 전한다.
기자들은 이러한 협잡을 꿈에서도 알 수 없다. 다음날이 되면 보도는 아주 자그맣게 다뤄지든지 아니면 끝내 보도되지 않는다. 이 경우에는 지면 사정이라는 이유가 붙는다.
하지만 의혹은 무수히 존재한다. 혼마에 의하면 그의 저서가 출간된 후, 많은 기자들이 그를 취재하러 와서 검열 사례에 대한 확인을 요청했다.
“제가 알고 있는 사례가 적어도 한 가지는 있습니다. 어느 자동차 제조 업체가 3대 일간지 중 하나인 마이니치 신문에 대한 검열을 성공시켰던 사례입니다.” 라고 그는 말한다.
언론 검열이 원자력 발전 분야에 이르게 되면 기업의 마수가 주간지나 지방 신문에까지 뻗치게 된다.
물론 후쿠시마에서 원전 사고가 일어나고 난 뒤부터는 광고를 섣불리 낼 수 없다. 하지만 덴쓰에게는 이것이야말로 새로운 사업 기회가 도래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름 아닌 후쿠시마 현의 농산물 홍보다. 티브이 광고, 신문 광고, 포스터 광고 등등. 후쿠시마 현 당국은 복숭아, 쌀, 토마토 등의 농산물을 주제로 유명 가수를 앞세우며 ‘후쿠시마의 자부심’ ‘후쿠시마는 활기차다’ 라는 표어를 내거는 이 홍보에 비용을 아끼지 않았다.
이 모든 복마전에 일본의 일등 광고대행사 덴쓰와 그 자회사가 관여하고 있다. 덴쓰PR의 홍보부장 후지이 교코 씨에 따르면, 중앙부처인 경제산업성의 계약도 따 냈다는 것이다.
“저희는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등의 외신을 초청하는 도호쿠 지방 무료 방문을 기획했습니다. 피해를 입은 재난 지역이 이미 떨치고 일어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이지요.” 이는 또한 주변의 방사능 오염 염려를 불식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하였다.
덴쓰는 도쿄전력의 원전 광고를 수월히 집행하기 위해, 광고주로서 또한 막강한 클라이언트이기도 한 경제산업성과 자민당의 외연에서 특별한 지위를 점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볼 때, 덴쓰는 과연 일본 원자력의 ‘이권 카르텔(원문 村; colony - 옮긴이)’ 구성원이라고 볼 수 있을까? 취재진은 여러모로 덴쓰의 간부라고 할 수 있는 간난 슈샤쿠 씨의 개인 집무실에서 “우리는 언론에 영향력을 끼치지 않으며, 정치 또한 손대지 않습니다”라는 즉답을 받았다. 그러면 어째서 광고대행사인 덴쓰가 일본의 전력회사나 EDF(프랑스전력)와 함께 원자력 로비의 중심 조직인 일본원자력산업협회 회원으로 올라 있는지 물으니, 간난 슈샤쿠 씨는 보다 신중해졌다. “그러한 단체가 있다고요? 그거 확실합니까?”라며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조작하기 시작했다.
“아, 맞네요. 저희는 원자력협회 회원사입니다. 저희도 모르는 사이에 이런저런 협회에 가입되어 있기 마련입니다. 다양한 업계에서 한자리 좀 맡아달라고 찾아오는 경우가 많거든요. 일이 그러다 보니까 졸속으로 마지못해 결재만 하고 치워버리는, 딱 그런 겁니다.” 잠시 뒤에는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저희는 목재 제조 협회 회원이기도 하고요.” 이렇게 주장하는 간난 씨 자신부터가 이게 설득력 없는 말이라고 느끼고 있는 게 완연히 느껴졌다. 그래서인지 다른 변명거리를 찾아내고야 만다. “봐보세요, 하쿠호도 이름도 있잖아요!” 그는 갑자기 소리를 질렀다. 덴쓰만이 원자력 로비에 관여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적잖이 마음이 놓인 듯했다.
혼마 류에 따르면, 이는 원전 홍보 활동이 다시 시작될 징후이다. “하쿠호도는 2년 전부터 일본원자력산업협회의 정회원입니다”라고 말하며, 후쿠시마 사고 이래 하쿠호도의 이러한 행보에 놀라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하쿠호도는 명백히 수십 년에 걸쳐 원전 광고라는 ‘금광’으로부터 소외되어 왔으니만큼, 후쿠시마 사고 이후에 강화될 것이 예상되는 원전 홍보 광고라는 ‘파이 조각’을 어부지리로 얻으려 하는 것이다. 원전 홍보 광고는 2011년 3월 11일 사고 이래 완전히 사라졌다. 도쿄전력이 TV와 신문을 통해 사과 광고를 낸 뒤 원전 개발사업자와 건설사업자들은 광고를 내는 데 소극적이게 되었으며, 다섯 해 뒤인 2016년까지 원전에 대한 광고는 단 한 건도 나가지 않았다.
허나 원전 재가동과 관련하여 여러 법정 다툼 끝에 다카하마 원전에서처럼 가동 정지 판결이 내려지는 등 국민의 대다수가 이를 놓고 갑론을박하는 사이에, 원전 촉진과 관련된 판돈은 점점 늘어만 갔다. 2015년 원전 재가동에 이어, 2016년은 원전의 광고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재가동된 해가 되었다. 광고는 우선 원전이 설치된 지방의 지방 신문과 지방 TV 방송국에 등장했다. 혼마 류는 그의 최근 발견을 자랑스레 보여주었다. “2016년 2월부터 간사이 전력은 후쿠이 신문에 수 차례 전면 광고를 냈습니다.” 후쿠이는 다카하마 원전이 재가동되고 나서 1개월 뒤에 가동 정지 가처분을 받은 곳이다. 이와는 별개로, 니가타일보와 니가타의 지방 TV 방송국에서는 도쿄전력이 보유한 세계 최대 규모 원전인 가시와자키카리와 원전 재가동을 위한 광고가 독특한 문맥에서 등장했다. 현재 니가타 현 지사는 반원전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으며, 재가동 전반에 반대하고 있으나, 그의 임기가 끝나는 2016년 연말에 선거가 예정되어 있다. 도쿄전력이 원전 광고를 재개함으로써 니가타 시민들의 분노에 기름을 붓는 일을 피할 수는 없었다. 특히 후쿠시마에서 온 피난민들은 광고 정지를 요청하는 청원을 행했다.
이같은 광고가 전달하는 메시지는 모두 동일하며, 덴쓰가 그 배후에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전력 회사는 원전의 안전성을 보증하기 위해 수단을 가리지 않고 있음을 약속하고, 한편으로는 원전 노동자들의 모습을 전면 사진에 내세우며, 후쿠이 현과 같이 경제 기반이 빈약해 원전에 의존하고 있는 지역의 고용 문제와 관련해 감정적으로 호소하고 있다.
혼마 류에 의하면 이러한 광고 사례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이들 광고는 원자력에 관한 모든 홍보 전략과 긴밀한 관련성을 가지고 있다. 해당 사항이 있는 지방 신문은 원전 반대파의 발언에 관해서 매우 적은 지면밖에는 할애하지 않는다.
2016년 4월에 ‘국경 없는 기자회’는 보도 자유도에 관한 보고를 발표하며 일본을 세계 72위로 선정했다. 이는 헝가리나 탄자니아보다도 낮은 순위다. 일본은 2010년 경에는 보도자유지수 순위에서 세계 11위를 차지했었다. 도쿄를 방문했던 UN의 조사원 역시 일본의 기자들이 받는 압력이, 민간 언론사와 NHK를 포함해 나날이 강화되고 있다는 보고를 발표했다. 문제시되는 점은 정부에 의한 압력의 강화이다. 이는 특정비밀보호법 시행에 따라 한층 강해졌다. 특정 비밀 가운데에는 원자력에 관한 내용 또한 포함되어 있다. 애매한 규정으로 이루어진 이 법률은 ‘비밀’ 정보를 누설한 기자를 투옥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을 상징하듯 세 명의 저널리스트, 그들 각기 심지 굳다고 알려진 사람들이 TV 정규 출연을 그만두는 일이 일어났다. 그 가운데 한 명인 <보도 스테이션> 캐스터였던 후루타치 이치로는 수 년 전부터 원전 정책과 아베 신조 정권에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 탓에, 덴쓰의 표적이 되어 있었다고 혼마 류는 말한다.
일본 거대 기업들의 전권 대사 노릇을 하고 있는 덴쓰가 앞으로도 일본에서 현재 일어나고 있는 것과 같은, 언론에 엄청난 압박 행위를 가할 것을 청부받은 역할을 계속 수행할 것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