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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빙계계곡: 명승지에서 즐기는 물놀이취재 2020. 7. 31. 15:11
경북 여덟 개 명승지 중 하나 - 의성군 빙계계곡입니다.
보시는 점방을 모서리로 돌아 교회 쪽으로 죽 오시면 됩니다. 여기서부터 길이 잘 닦여져 있어 쉽게 알아볼 수 있습니다.
이런 말씀 드려서 죄송하지만, 안이한 마늘 조형물에 빈약한 장미 덩굴까지... 키치의 향연입니다.
게다가 여기가 차를 타고 안 들어갈 수가 없는데, 도대체 왜 이런 도보를 만들었는지... 이쯤 되면 담당자의 블랙코미디일지도 모릅니다. 화룡정점으로, (사진에는 안 나왔지만) 한국 전통 농촌에서는 절대 볼 수 없을 터인 해바라기까지 장식해 두다니 감각이 너무 고상하신(?)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렇지만, 빙계계곡 입구까지 10분 정도 되는 이 길을 걷다 보니 기분이 그리 나쁘지도 않은 것 같군요. 2020년 7월 기준으로 입구 쪽 주차장이 거의 완공되고 있습니다. 말인 즉, 지금으로서는 차 끌고 오시면 아~주 멀리까지 굽이굽이 안으로 들어오셔야 한다는 것! 이 점만큼은 확실히 개선되고 있으니, 마음을 가라앉히고 가던 길을 계속 가 보시죠.
벌써 저만치에서부터 물이 콸콸 쏟아지는 소리를 들으실 수 있습니다.
정말이지 저만 보기에는 아까울 정도로, 깎아지른 퇴적암을 흐르고 있는 청산유수입니다.
개인적인 얘기이지만, 제가 여기 오기 하루 전 경북 지방에 강수량 30cm나 되는 큰 비가 왔는데요.
경치를 감상하기에는 더 없이 적당한 유량과 유속을 보이고 있어서 이게 나름 힐링이 되었습니다.
제행무상, 새옹지마입니다. 아닌 게 아니라, 이곳이 불교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기도 하죠.
보시는 것은 용혈이라 부르는데, 부처님이 이곳에서 용과 싸울 때 남은 흔적으로 전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이게 입구(그러니까 관리실 쪽 초입) 에 위치해 있거든요. 저는 내려오다 보니까 비로소 알아볼 수 있었습니다. 걸어 올라가실 때 먼저 보실라치면... 몸을 거의 반대쪽으로 바짝 틀어야 하더군요. 위에서 말씀드린 심산유곡(?) 주차 문제와 나란히 생각해 보면, 이것도 또한 제행무상이라. 나무아미타불 관세음보살.
위에서 비가 온 직후라고 말씀드렸죠. 가까이서 보자니 동굴 안쪽에서 마치 땀을 흘리듯 물방울이 아주 가늘게, 그러나 분명하게 떨어지고 있더군요. 별 것은 아닙니다만, 동굴이라는 자연 현상이 참 신비했습니다.
빙혈 올라가는 길에 만나보실 수 있는 빙산사 터 5층 석탑입니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에 따르면, 이 탑은 거두절미하고 여기서 불과 수십 킬로미터 근방에 있는 탑리 석탑의 아류라는 느낌이 있습니다. 그러나 유 청장이 쓰고 있는 대로, 그 위치가 또한 신묘하기 때문에 감상자로 하여금 묘한 흥취를 느끼게 하는 면도 있습니다.
공자님 왈, 지자(知者)는 물을 좋아하노라. 왠지 속계와는 동떨어져 있는 빙혈로 가는 길목의 와중에, 지극히 인간적인 계곡의 경치에 감탄한 뒤, 이 탑을 보자니... 뭔가 불계(佛界)로 가는 준비운동 같기도 하면서도, 또다시 세속에 나아가 '즐겁게' 살아가는 자세라는 이중의 감정을 느끼게 되어서 그런 게 아닐까 싶습니다.
간단한 등산의 여정입니다. 언덕은 그리 높지 않습니다.
여기가 그 유명한 빙혈입니다. 지금이 여름인데, 수십 미터 전방부터 사우나(...?) 에서 맡을 수 있는 향내와 함께 (결로 현상으로 인한) 미스트가 솨-하고 저기 보시는 문에서 흘러나오고 있습니다. 이 산에 존재하는 몇 안 되는 동굴이 사실 다 이런 식이라고 하더군요. 여름에 차고 겨울에 더운 신비 현상이 엄연히 관찰되고 있습니다.
보고도 못 믿는 자는 극락왕생하지 못하리니. 영상 5.3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보시면 습도가 92%죠. 의외의 복병입니다. 흔히들 말하는 대륙 서안(즉, 유럽 및 시애틀 등) 날씨죠. 뼛속까지 시리다... 라고 할 수 있겠네요.
빙혈 안쪽에는 이런 비석이 하나 있는데요. "소문국(召文國) 전신인 왜국의 약사".
한 마디로 말해, 이곳 의성군의 옛 이름인 소문 혹은 조문국의 원래 이름은 왜(倭) 로서, 이를 파자하면 여(女), 왕(王), 인(人)이라는 글자가 나오는데 이는 모권제국가였기 때문이다. 이 "한반도의 왜국" 출신이 일본의 규슈 지방으로 옮겨갔다... 는 얘기입니다. 그리고 일본 건국신화는 규슈를 그 연원으로 하고 있구요.
출처는 1926년에 인근 산운초등 교장이었던 하기시마 교유(荻屠敎雄) 등저의 <미광(微光)> 이라네요. (영남일보 마창훈 기자, [신비의 고대왕국 .10] 조문국이 일본 황실의 시조라는 역사적 근거들).
향토/재야사학의 영역인데 속된 말로 "이거 실화냐" "흠... 흥미롭군요" 소리가 절로 나오는 주장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주장하는 글이 다른 어느 곳도 아니고 산속 깊숙한(그다지 깊지는 않습니다만...) 곳에 묻혀 있다는 것조차 참으로 괴괴함을 더하고 있습니다.
어휴, 일단 바깥으로 나와 보죠. 그보다는 좀 더 밝은 전설을 얘기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빙계계곡 풍혈과 빙혈에 얽힌 원효대사와 요석공주의 사랑 이야기"
신라 무열왕의 둘째따님인 요석공주가 젖먹이 아들 설총(薛聰)을 데리고 지아비 원효대사를 찾아 이곳 빙산원(氷山院, 빙계계곡의 옛이름)에 이르렀을 때는 유월염천 유두(流頭)가 막 지난 무더운 여름날이었다.
공주일행이 서라벌을 떠나 보현산을 거쳐 조문국(召文國, 지금 의성군 금성면) 경내에 다다르자, 궁궐터와 임금이 쓰시던 우물인 어정(御井)이 있었다. 동네어귀에서 원효대사의 거처를 물었더니 빙산사 빙혈(氷山寺 氷穴) 속에 기도하는 이상한 스님이 있다고 일러주었다.
"빙혈을 지나면 찬바람이 씽씽 불어나오는 풍혈(風穴)이 있는데 얼마나 깊은지는 아는 사람이 없소. 그 끝이 저승까지 닿았다고도 하지요."
공주는 좁은 굴속을 더듬더듬 기어 들어갔다. 이리 꼬불 저리 꼬불 몇 굽이를 지나 얼마나 들어갔는지 모른다. 점점 추워졌다. 공주는 전신이 꽁꽁 어는 듯 하였다. 발이 미끄러지는 곳은 얼음판이었다. 얼마를 들어갔을까? 굴이 넓어졌다. 허리를 펴고 팔을 둘러도 거칠 것이 없다. 공주는 크게 소리쳐 불러 보았다.
"아바아(여보)!" 굴속이 웅하고 울렸다. 울리는 소리가 마치 큰 쇠북 마지막 소리 모양으로 길게꼬리를 끌다가 스러졌다. 중략 ... ... - 춘원 이광수 작, '원효대사(하)' 중에서
"춘원선생의 소설 속 이야기처럼 먼 옛날 이 계곡은 거대한 동굴이었다고 한다. 대지진으로 동굴이 무너지면서 풍혈
·빙혈 구멍이 지금같이 좁아졌으나 지하는 어떤 형상을 하고 있을는지 신비하기만 하다. - 2006. 12. 빙계계곡 역사·문학 연구보존회"
마지막으로 보실 곳은 빙계서원입니다.
이런, 서원철폐령 때 이미 한 번 스러진 곳이군요.
아무튼 좀 다른 얘기지만, 제가 의성군을 계속 돌아다니면서 어떤 패턴을 발견한 게 있습니다. 물론, 의성 및 안동은 저 멀리 고려 초 때부터 출세길에 몇 번 오르고는 했습니다. 그런데 그 가운데서도 특히 선조 때 인물들께서 이름을 현재 많이 남기고 계시더군요. (한가지 예를 들자면 경정종택이 그렇지요. 졸저 <5> 의성 산운마을 등을 참조해 주십시오.)
그리고 유난히 임진왜란과 관련이 깊더군요. 음... 함부로 지껄이기 꺼려지니 일단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도시청년 지역고용 상생사업- 청정지역프로젝트 2020과 함께합니다. http://youthstay.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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