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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국의 마녀들이여, 단결하라 "학교 도서관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나" (5/5)L'Homme qui plantait des arbres 2023. 10. 10. 16:31
첫머리에서 제가 방문했다고 말씀드린 교토부 단고(丹後) 반도 지역에는, 거주 인구가 단 2명 밖에 없는 초(超) 한계 촌락이 있습니다. 예전에는 수십 명이 살았던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80세가 넘은 할머니가 두 분 머물고 있을 뿐입니다. 그곳에 재래식으로 세워진 빈집을 개보수하여 머물고자 하는 저희 가이후칸 문인이 있습니다. 문인 부부가 뚝딱뚝딱 빈집을 수리하고 있는 와중에 할머니들이 다가와서는 ‘자네들, 여기서 살 셈인가’ 하고 말을 걸었다고 합니다. ‘고쳐 놓고 나서 주말에만 텃밭을 가꾸러 오려구요’ 했더니 ‘그것도 좋은데 이 근처에 공민관*이 있거든. 자네들이 그 공민관을 우선 돌봐주게나’라는 말을 그들 부부는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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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 공민관은 1947년 7월 테라나카라는 문부성사회교육과장의 제안으로 (2013년 현재) 일본 전국 지자체에 약 18,000관, 설치율은 89.1%인 시설로, 지역주민의 자치 능력 형성을 통해 민주주의의 확립 지향 및, 주민의 자유로운 유휴공간의 장이자, 주민에 의한 문화창조의 광장 등을 그 활동 목표로 한다. 출처)
그 자세한 사정은 이렇습니다. 그 마을에서 곧장 올라가면 사찰이 하나 있는데, 그 사찰이 허물어진 탓에, 부득이 지장보살의 본존을 공민관으로 옮기게 되었다고 합니다. 헤이안 시대(794~1185년 - 옮긴이)때 만들어진 불상이 공민관에 안치되어 있는 건데요. 할머니 두 분이 돌아가시면 그 마을은 폐허가 될 것이므로, 공민관에 있는 본존불을 돌볼 사람이 사라집니다. 두 분 모두 이제는 손 쓸 도리가 없으므로, 자네들 부처가 공민관을 지켜주게나, 그것 말고는 거기서 무슨 일을 벌이든 상관 없다네, 라는 말씀을 했단 겁니다.
제가 가보니까요, 건물이 상당히 큽니다. 1층은 다다미 40 장 쯤 되는 강당이 있고, 2층에는 숙박시설이 되어있습니다. 물론 부엌이나 샤워장도 있구요. 문인 부부가 우선 그곳 다다미를 손질하고, 청소하며, 침구류를 마련해 머물면서, 공민관을 쓰기로 했습니다.
그들은 본래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 기업*에 근무하고 있는 우수 인력입니다만, 향후에는 회사를 그만 두고 이 마을로 이사올까 고민하고 있다는 겁니다. 지장본존님은 누군가가 지키는 게 아무래도 맞지 않겠느냐는 거예요. 논밭을 일궈서 쌀농사를 짓고, 채소를 심고, 염소도 치구 양도 치구... 하는 이런저런 희망을 읊는 거예요. 참으로 가상하지요. 실상 잘 살펴보면 이런 사람들을 여기저기서 찾아볼 수 있는 겁니다, 지금 전국에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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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옮긴이: KOSPI 상장기업이라고 보면 대강 들어맞겠지요? 2022년부터는 ‘프라임プライム’ 시장으로 이름을 바꿨습니다.)
이 사람들은 야생자연과 문명 사회의 경계선에 서 있는 겁니다. 거기서 힘껏 버티고 있는 거예요. 그들도 직관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곳이 자연과 문명 사회의 인터페이스라는 걸요. 모든 종류의 인터페이스에는 누군가 키퍼 역할을 하지 않으면 안 됩니다. 한 명이든 두 명이든 상관없으니까 누군가가 키퍼를 해 주어야만 해요. 그곳에 서서 야생의 침입을 저지합니다. 저지하는 한편, 야생으로부터 주어지는 은혜를 거둡니다. 야생의 존재 즉 다른 세상에서 온 존재와 인간 사이의 경계 영역만이 인간에게 은혜를 베풀기 마련입니다. 야생 그 자체나 문명 그 자체는 은혜를 가져다주지 않습니다. 원시림 속에서 인간은 제대로 살아갈 수 없는 한편, 콘크리트 숲 속에서는 거둘 먹을거리가 아무것도 없습니다. 설령 강물이 흘러도 그것은 먹을 수 없는 물입니다. 먹을 물도, 먹을 농산물도 모두, 그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야생과 문명 사이의 프론트라인입니다. 따라서 그 경계선을 누군가가 꼭 지켜야 합니다. ‘센티널(sentinel)’이란 ‘보초’ ‘파수꾼’을 의미하는 말입니다. 초월적인 존재, 야생의 존재, 다른 세상에서 온 존재와의 경계선을 지키는 자입니다. 그런 사람들의 머릿수가 일정 수 있지 않으면 이 세상은 유지될 수 없다는 직감을 따라나선 끝에, 그들은 그 마을에 남는 겁니다.
그런 사람들이 지금 일본 전국에 다양한 모습으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사서 여러분과 관련이 있는 도서에 관해 말할라치면, 지금 일본 전국에서 ‘1인 독립 서점’이 늘고 있습니다. 자기 마을에 서점이 결국 다 사라져버렸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는 거예요. 서점이 한 곳도 없는 마을에서는 도무지 살고 싶지가 않습니다. 그럼 스스로 서점을 차리자. 근데 본래 생업도 있고 생활비를 벌어야 하며, 서점만 해서는 먹고살 수 없으니까, 주중에는 일을 하고, 주말에만 서점을 합니다. 듣자하니 서점업은 복잡한 인허가가 필요 없이 간단히 사업자 신고를 낼 수 있다고 합니다. 도매상을 거치자면 터무니없는 자금을 필요로 하지만, 중간 도매를 거치지 않고 출판사 책을 직접 사입하는 책가게는 즉시 개업할 수 있습니다. 그런 ‘1인 서점’이 지금 일본 전역에서 만들어지고 있습니다. 그 누구도 ‘1인 서점을 만듭시다’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게 아님에도, 점점 불어나고 있는 겁니다. 이런 책방을 시작하는 분들은 사서 여러분과 마찬가지로 여성이 많습니다. 대체로 서점과 카페를 동시에 하고는 했습니다.
요전번에 어떤 심포지엄에 참가한 일이 있습니다. ‘로컬에서 문화 거점 만들기’라는 주제였습니다. 저도 화상회의로 참가했습니다. ‘1인 독립 서점이라는 게 있어서, 상당히 애를 쓰고 있다고 합니다’ 라는 이야기를 하니까, 인터넷으로 연결되어 있는 어떤 여성분이 ‘저도 그거 하고 있거든요’ 라고 하는 겁니다. 고치 현(시코쿠 지방 - 옮긴이) 산꼭대기라고 해요. 거기는 차 끌고도 못 올라갑니다. 가는 도중에 차를 버려놓고, 화전밭을 차근차근 헤치며 길을 걷다 보면, 기어코 산꼭대기에 집이 나타나고 거기가 서점이란 겁니다. 하지만 그곳의 컬렉션은 ‘고치 현에서 가장 위트와 아이러니가 넘치는 큐레이션’으로 소문이 나 있어서 손님이 끊이지 않습니다. 제가 허풍치는 게 아니고 실제로 목격했습니다.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화면 뒤에서, 남학생이 ‘안녕하세요’ 하고 들어와서는 ‘아 여기 잘 찾아왔네요’라고 말하는 겁니다. 그래서 제가 ‘산길을 타고 온 거니?’ 하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했습니다. 이 남학생같은 사람들이 하루에 몇 명씩 찾아온다고 합니다.
그런 반면에 도서를 단순한 상품으로 여기면서 비즈니스 하는 식으로 서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만, 그런 비즈니스 모델은 이제 파탄에 이르고 있습니다. 그런 접근법으로 도서를 팔아 돈을 벌려고 해서는 소용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돈이 되든 안되든, 책을 사수하려는 사람은 반드시 있습니다.
제가 몇 년 전에 방문한 바 있는, 돗토리 현에 위치한 ‘두물머리-공항[汽水空港]’이라는 이름을 가진 플레이스가 있습니다. 이곳은 젊은 부부가 맨손으로 일으킨 책방 겸 찻집입니다. 신랑은 본디 수도권 사람이었는데요, 2011년에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났을 때 정말 안되겠다, 도시 문명은 이제 끝장났음을 느껴, 그저 도쿄 반대방향으로 반대방향으로 향했습니다. 그러다가 돗토리 현(바로 옆에 시마네 현이 있다 - 옮긴이)의 쿠라요시 시까지 왔을 때쯤에는 돈이 다 떨어져서, 거기서 자리를 잡고 이런저런 육체 노동에 종사하며 사는 동안에 갑자기 서점이 하고 싶어졌습니다. 그래서 땅을 마련하여 서점과 카페를 꾸몄습니다. 결과적으로는 돗토리의 문화공간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부지불식간 이제는 일본 전국에서 속속 사람들이 모여들어, 쿠라요시 근처에서는 지금 이런저런 문화적 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이렇듯 심히 창대해졌습니다만, 그 시작은 미약한 ‘1인 서점’에서 비롯하였음을 기억해주십시오.
이런 사례 이외에 1인 출판사도 지금은 전국적으로 일본에 전개되어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주중에는 본업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주말만 나와서 자기가 만들고 싶은 책을 만들어 출판합니다. 수익은 거의 기대할 수 없다고 합니다만, 그럼에도 자비를 들여 책을 계속 내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런 모양으로 개인 차원에서 서책을 지키고 있는 사람들이 전국에 존재하는 것입니다.
학교 도서관과 사서 모두 지금 모진 꼴을 당하고 있습니다. 억압당해 있을 뿐만이 아니고, 직업 자체가 사라질지도 모르는 심각한 상황에 처해있습니다. 하지만 ‘서책을 지키자’는 암묵적 합의가 전국적으로 넓고 느슨하게 존재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이 스스로 희생해, 스스로의 힘으로 도서 문화를 지키기 위한 거점을 세우며 활동하고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십시오.
제가 친구로 삼고 있는 청년, 아오키 신페이가 있습니다. 현재 그는 아오키 미아코 사모님과 부부 동반으로, 나라 현에서 ‘루차 리브로’라는 문화 거점을 만들어 활동하고 있습니다. 루차 리브로는 자택을 도서관으로 개방해놓은 ‘사립 도서관’입니다. 시작한 지 벌써 10년이 넘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 역시 전국에 소문이 알음알음 퍼져 주위에 이런저런 사람이 모여드는데, 그 실천을 목도하러 오는 겁니다. 아오키 부부는 책을 몇 권 썼는데, 개중의 몇몇은 그들의 ‘1인 서점’에서 편집한 출판물입니다.*
(* 이와나미 서점, 기노쿠니야 서점 등 본래 서점에서 출발한 유수의 출판사가 이따금씩 있다. - 옮긴이)
자본주의 논리와는 무관한 영역에서, 이러한 실천들은 점점 늘어날 것입니다. 여러분도 힘 닿는 데까지, 도서 문화의 수호자로서, 다른 세계로 향하는 대문이나 다름 없는 도서관의 게이트 키퍼로서, 그러한 성스러운 사명에 매진해 주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상부에서 ‘이용자 수를 늘려라’ 라든가 ‘베스트셀러를 비치하라’ 같은 말을 한다 해도 개의치 말고, ‘웃기지 마! 우리는 <성스러운 게이트 키퍼>다. 기도 안 차는구만.’ 하는 식으로, 세속의 간섭을 일축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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